장영희 | 번역가 수필가_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
“내가 살아보니 남들의 가치기준에 따라 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나를 남과 비교하는 것이 얼마나 시간낭비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 줄 알겠다.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중요하지 않은 것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을 희생하고, 내 인생을 조각조각 내어 조금씩 도랑에 집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달려오고 나니 어느새 쉰이 되어 자신의 모습을 완성해가고 있더라는, 서강대 영문과 장영희 교수의 고백은 20대에 모든 것을 완성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무거운 짐을 편안히 내려놓게 해준다. 이제 소녀가 아닌 여자로서 인생의 문을 열게 되는 스무 살들에게 장영희가 선물하는 영시, 베로니카 쇼프스톨의 <얼마 후면>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김점선 | 화가_ ‘화가 김점선이 간다’ 진행
“아름답고 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강하다는 것은 줄기차게,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기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일을 정성껏 대하면 분명히 성공한다.”
말 그림을 즐겨 그리는 화가 김점선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서의 인생을 살아야 했던 감성, 남편과의 특별한 만남…. 그리고 남편이 떠난 후 처음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의 소박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는 그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재차 강조한다.
이은미 | 솔로 가수_ ‘맨발의 DIVA’, ‘라이브의 여왕’
“20대의 몸은 그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꼭두새벽에 일으켜져 입시 공부 같은 취업 공부를 하고, 좋은 신랑을 만나기 위해 매니큐어를 바르고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20대가 선사하는 젊음의 몸을 귀하게 움직여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의 장을 넓히는 것이 20대로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해 나가는 가장 크고 값진 노력일 것이다. 자, 몸의 이력서에 무엇을 쓸 것인가?”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몸’ 이야기로 시작해서 ‘몸’ 이야기로 끝낸다. 성인임을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스무 살들은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일갈한다. 보람 있는 일에 땀을 흘려본 20대가 바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 키우기에 급급한 20대들에게 차가운 냉수와 같은 조언을 던진다.
조은미 | 기자_ <오마이뉴스> 문화스포츠팀
“연애가 낭만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물 하나도 깐깐하게 구는 판에, 평생 리콜도 리뉴얼도 안 되는 남자야말로 깐깐하게 골라라. 고르고 따지는 여자에게 복이 있나니, 해피한 인생이 너의 것이니라.”
몇 차례 유명 연예인에 대한 쓴소리를 날렸다가 엄청난 안티와 마니아를 동시에 거느리게 된 조은미 기자. 특유의 시니컬한 문체로 여전히 바른 말 일색이다. ‘환상 속의 그대’는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누구와 어떻게 생활하느냐 하는 사실. 유부녀들은 뼈저리게 느끼지만 아가씨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결혼이라는 냉혹한 현실로 스무 살들을 안내한다.
김현진 | 에세이, 시나리오 작가
“기적을 일으키는 힘, 그 실행은 사소하다. 자본주의에서는 갖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갖지 않음에 개의치 않음이 우리가 이기는 일이다. 남과 비교하지 않음으로 이겨야 하고, 우리가 정녕 가야 하는 길을 아는 것으로 이겨야 한다. 해답은 사람 냄새밖에 없다. 사람 냄새 나는 아가씨들이 씩씩해지면 시대가 달라진다.”
고등학교를 뛰쳐나와 『네 멋대로 해라』를 써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영화 <언니가 간다>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데뷔한 김현진은 아직 20대 중반이다. 그래서 아직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20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자로서, “우리 함께 살아남자”고 따뜻한 손을 내미는 그녀의 힘찬 격려가 아름답다.
강지영 | 기자_ 패션디렉터
“좋은 스타일을 갖고 싶으면 분명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건 돈이나 몸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타일에 대한 정서가 없는 ‘멋부리기’는 순식간에 매력을 상실한다. 무조건 유행하는 옷이며 가방을 사서 ‘이 정도면 체면은 차릴 테니까’ 안심하는 건 정말이지 낭비다. 남들이 뭐라건, 귀에 추파춥스라도 딱 꽂은 것처럼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게 먼저다.”
남성잡지 패션디렉터 강지영 기자는 패션도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나의 몸에, 나의 정서에 맞는 스타일은 다른 어느 누구를 따라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 따라 유행하는 스타일로 갈아타는 현대의 20대들에게 진정한 패션 감각을 설파한다.
오지혜 | 배우_ ‘오지혜의 문화야 놀자’ 진행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 그래서 스스로 ‘역시 난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야’라는 자뻑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보다는 ‘신나고 멋진’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남이 박수를 쳐주는 일이 어떤 것인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심장이 뛰는지 찾아보자. 찾았으면 올인하자.”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배우 오지혜는 스무 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주제는 한 가지, 누가 뭐라고 이야기하든, “신나고! 멋지게!” 살라는 것이다. 내가 주인 되는 인생을 가꿔나가야 나도 남도 행복하다는 간단명료한 명제는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자꾸 잊게 되는 작은 진리이다.
최순자 | 공학자_ 인하대학교 생명화학공학부 교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가 바로 우리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20대 여성들이여,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쉽지 않은 일을 해냈을 때, 그 결실과 보람은 분명 돋보일 것이고 백만 배 값질 것이다.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인하대 최순자 교수는 우리나라 1세대 여성 공학자다. 그녀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으며, 또한 혼자 걸었다. 이제 그녀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는 분명 편안한 삶을 고집하라는 처세서들의 그것과 분명히 다르다. 그녀의 삶이 증명해주는 진리는 바로, “옆을 보지 않고 내 길을 걷는다면 그 결과는 분명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빛나는 여정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나미 | 신경정신과 의사_ 소설가
“좋은 가구를 사서 들여놓으면 기쁘고 행복한 감정은 길어야 일주일이다. 그러나 좋은 친구를 만나 우정을 나누면 그 사랑의 힘은 죽을 때까지 내 마음에 간직할 수가 있다. 일생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고가의 물건을 가지겠는가 하는 질문 앞에서 과감하게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이 보다 오랫동안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
신경정신과 의사이자 소설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나미 박사는 20대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는 내면에 있다고 보고, 여성들에게 심리적 불안을 안겨주는 몇 가지 공통점을 꼽았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한 수용성, 지나친 감성 등이 그것이며 자세한 사례와 해결점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그리고 여자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여성의 길도, 남성중심의 길도 아닌 제3의 길을 걸어야 함을 해답으로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