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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우리에겐 새 이름이 필요해

: We Need New Names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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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76g | 128*188*22mm
ISBN13 9788954639392
ISBN10 895463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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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이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립학교 아이들』 『열세 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 『658 우연히』 『갈림길』 『비행공포』『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최후의 Z』등 8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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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배 밖에서 자라는 거거든? 뱃속이 아니고. 자라려고 태어나는 거야. 그래서 어른이 되는 거고. --- p.11

이왕 훔칠 바에야 작고 숨기기 쉬운 물건이나 빨리 먹어치울 수 있는 음식을 훔치는 게 낫다. 이를테면 구아바처럼. 그러지 않으면 훔친 물건을 갖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사람들은 저 뻔뻔한 도둑이 우리 물건을 훔쳐갔다는 걸 기억할 테니까. 그러고 보면 백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땅 한 뙈기도 아니고 나라 하나를 통째로 훔치려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게 큰 걸 훔쳤는데 누가 그 사실을 잊을 수 있을까. --- p.34

기도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어쩌면 사람들이 기도하는 방식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하느님한테 정중하게 부탁할 게 아니라 강력하게 요구하고, 따지고, 들어주지 않으면 예배하지 않겠다고 협박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 하느님도 생각을 바꾸고 하느님답게 이 세상을 바로잡아주지 않을까. 무엇이든 구하면 얻을 거라고 성경에도 나와 있으니까 말이다. 도대체 그 말을 한 장본인이 누구냔 말이다. --- p.129

무리지어 떠나는 아이들을 보라. 이 나라의 아이들이 무리지어 떠나는 모습을 보라. 가진 것 없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힘있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야망이 있는 아이들이 꿈을 넘는다. 희망을 가진 아이들이 꿈을 넘는다. 실의에 빠진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고통에 신음하는 아이들이 국경을 넘는다. 아이들이 세계 곳곳으로,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로, 듣도 보도 못한 나라로, 발음조차 못하는 이름의 나라로, 옮겨가고 달려가고 이민 가고 건너가고 탈주하고 걸어가고 포기하고 날아가고 내뺀다. 아이들이 무리지어 떠난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때 이 나라의 아이들은 불타는 하늘에서 탈출하는 새들처럼 부리나케 흩어진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조국을 등진다. 어쩌면 낯선 나라가 그들의 굶주림을 달래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낯선 나라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먼 나라가 절망의 상처에 붕대를 감아줄지도 모른다고, 낯선 땅의 어둠 속에서 상처투성이 기도를 읊조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 p.188∼189

미국에 와서 우리는 평생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을 보았고, 그래서 행복했고, 얼룩지고 부서진 하느님의 조각들을 되찾으려 영혼의 쓰레기통을 뒤졌다. 고국에 있을 때 일찌감치 내다버렸던 하느님이었다. 너무 배가 고파 어지러웠던 절망의 순간 우리는 하느님을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떻게 우리를 외면할 수가 있지? 어떻게? 그리고 생각했다. 왜 우리 기도를 안 듣는 거야? 도대체 왜? 그리고 또 생각했다. 우리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랐는데 어떻게 쌀 한 톨조차 주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분노에 눈이 멀어 하느님을 내버렸다. 하느님이 없는 편이 나아. 이렇게 살 바에야, 이렇게 기도해야 할 바에야 하느님 없이 사는 편이 나아. 하느님이 없는 게 나아. --- p.303∼304

우리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말을 쓸 수가 없었고, 그래서 말은 멍들어서 나왔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혀가 입안에서 제멋대로 놀았고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우리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말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접힌 채로 안에 갇혔다. --- p.305

아이들이 커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렇게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일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여행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이게 오래전에 우리가 했던 긴 여행에 대한 대가야. --- p.317∼318

네 나라도 아닌 데서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왜 미국으로 도망갔어, 달링 논쿨루레코 느칼라? 여기가 네 조국이면 떠나지 말고 여기 남아서 사랑했어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바로잡으면서 살았어야지. 집에 불이 나면 집을 버려? 아니면 물을 길어다가 불을 꺼? 불난 집을 떠나놓고 불이 저절로 물이 되어서 꺼지길 바라는 거야? 달링, 넌 조국을 떠났어.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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