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는 찢어진 눈으로 쉴 새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영양의 두개골에 얼굴을 파묻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썩은 고기르 헤집으며, 억센 턱으로 뼈를 부숴 골수를 빨아먹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지옥과 가장 가까운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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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하이에나가 겁이 많기 때문에 사냥 대신 동물의 시체를 찾아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사자들이 사냥감으로 식사하는 동안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의 비겁한 모습을 흔히 보아왔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오해입니다. 이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탄자니아 북부지역에는 생태보호구역인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한 가지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우선 초원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사자에게 다가가 그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그런 다음 초원 곳곳에 녹음한 것을 틀어놓았습니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하이에나 무리가 먹이를 먹으면서 내는, 조금은 이상한 소리를 녹음해서 초원에 틀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사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하이에나를 쫓은 뒤 남아 있던 먹이를 신나게 먹어 치웠습니다. 멀치감치 서서 지켜보는 하이에나의 원망스러운 눈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지요.
독일의 동물학자 프랑크푸르트 동물원 원장 쉬멕은 하이에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이에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주로 밤에 사냥을 합니다. 그래서 낮에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은 사자가 얼룩말이나 영양을 사냥해서 먹고 있는 동안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보게 됩니다. 그러니 남이 사냥한 먹이를 호시탐탐 노리는 치사한 동물로 생각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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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파렴치한 사자가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이상 느긋하고 우아한 식사는 아예 꿈도 꾸지 않는 것이 하이에나를 위해 나을 겁니다.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아귀처럼 먹어대지 않는다면, 사자의 더러운 침이 잔뜩 묻은 찌꺼기밖에 차지하지 못할 테니까요.
--- pp.78~82
펭귄은 친구들과 놀 때를 빼면 늘 얼음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는 합니다.그렇게 서있는 모습은 뮌가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간절한 소망을 품고 기도하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할때 펭귄에게 팔과 손을 만들어준다고 약속해 놓고는 깜박 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펭귄들이 하늘 쳐다보는게 아닐까요.
--- p.120
바퀴벌레가 오직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바퀴벌레는 우표 한 장에 붙어 있는 풀 정도만 먹어도 몇 주일동안 견딜 수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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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짓으로 아부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예쁘지도 않고, 거짓으로꾸밀 줄도 모르지요. 작은 몸집에 다리도 짧은 바퀴벌레가 가장 바라는 것은 따스함입니다.
사람들이 다가가면 수줍음을 많이 타는 바퀴벌레는 얼른 도망치고 맙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당벌레처럼 단 한번만이라도 사람들의 손바닥에서 기어다니고 싶어합니다. 또 그 옛날 귀뚜라미나 여치가 그랬던 것처럼, 나뭇잎이 깔린 종이상자 안에서 사람들의 따듯한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바퀴벌레를 실망시킵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냄새나는 대걸레나 슬리퍼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것이 바퀴벌레의 삶이니까요.
사람들은 바퀴벌레에게 전쟁을 선포했고, 음식을 냉장고나 냉동고에 감춰버렸습니다. 그래서 바퀴벌레는 늘 허기가 집니다. 사랑을 받지 못해 마음은 고프고 음식을 구할 수 없어 배가 고픕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누구도 왜 바퀴벌레가 사람들 가까이에 살아서는 안 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바퀴벌레라면 절레절레 고개부터 흔드는 이유가 벌레 공포증 떄문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문제는 바퀴벌레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나비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나지 못한 것은 결코 바퀴벌레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끔찍하게 여기는 그 엄청난 번식력도 , 광기에 가까운 사람들의 살의에 대비한 펼연적인 방어조치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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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벽의 틈이나 냄새나는 걸레 밑에서 하는 짝짓기, 그 짧은 환희의 순간에도 죽음의 공포애 시달려야 하는 바퀴벌레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들을 향한 줄기찬 살의를 이제 그만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그 잔인한 미움을 이제 그만 거두어도 되지 않을까요?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조용히 묻고 싶습니다.
--- pp.9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