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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7 제5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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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5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57972502
ISBN10 89579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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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혜영
20대에는 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고민하다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 후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방황에 종지부를 찍기라도 하듯 첫 여행을 떠났다. 그 후 여행에 중독되어 30세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세계의 후미진 골목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남이 바라는 내’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지루하다고만 여겼던 일상과 ‘찐한 사랑’에 빠지는 법을 배웠다. 오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전 세계의 골목과 그 속에 녹아든 진주 같은 일상을 찾아 나설 생각에 행복해하며, ‘여행’이 이끄는 삶을 살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 수십 개국을 여러 차례에 걸쳐 누볐으며, 영국에서 6개월 동안 자원봉사를 포함하여 3년 동안의 체류 여행을 했다. ‘히피의 해피 바이러스’라는 여행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낭 여행가들 사이에서는 ‘히피’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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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푸른 바닷가 무이네. 그곳에서 꿈꾸는 열일곱 살 청춘을 만났다. 호치민에서 서너 시간 걸리는 무이네. 사막과 비슷한 모래 언덕을 두개나 끼고 있어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인기가 많은 곳이다.

그렇게 하나 둘 찾아드는 여행자들을 위해 바닷가 해변을 따라 옹기종기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하늘 높이 뻗은 야자수며, 오밀조밀 걸려 있는 해먹들이 여느 휴양지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마닷바람에 한 움큼씩 실려오는 냄새에는 사람들의 생명을 끼고 있는 우직한 바다 냄새가 가득하다. 해변가에 쭉 늘어선 야자수를 따라 몇 발자국을 떼어 보았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날랜 손놀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광객의 아침보다 몇배나 더 이른 아침. 뒤로는 주르르 리조트들이 세트처럼 줄지어 서 있지만 이곳은 파도가 거칠어서 수영도 할 수 없고, 바람이 세서 패러글라이딩도 할 수 없다. 에메랄드빛 잔잔한 바다들은 고스란히 여행자들의 몫이 될 수 있지만, 이렇게 성난 바다는 오로지 어부들의 몫으로만 떨어진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호핑 투어들로 몸살을 앓는 여느 바다와는 달리, 이른 아침부터 어부들의 굵은 땀방울이 바닷물에 스며드는 그곳의 생동감이 좋았다.

풍성하기 그지없는 어부들의 아침이 펼쳐지는 그곳 해변을 거닐다 열일곱 그녀, 찐을 만났다. 어쩌다 그녀와 친해졌을까. 아마도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때문이었을 게다. 엄마 아빠와 함께 모래사장에 쭈그리고 앉아 그물을 풀고 있던 그녀가 몇번의 낚시투어를 권했고, 몇번인가는 꽃게를 살 것을 권했다. 베트남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호객 행위였음에도 전혀 귀찮지도, 미워보이지도 않았던 것은 그녀의 환한 미소 때문이었다. 약간의 꽃게를 산 대가로 그녀의 너와집에서 두끼의 소박한 식사를 얻어먹었다. 까만 밤바다와 깨알같이 박혀 있던 별을 함께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 pp. 175~176
길 위에 열려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선택은 오로지 내 몫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고 싶은 곳만 가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포기했던 수많은 선택들. 때때로 이기적으로 치부되던 선택의 순간에 대해 그 어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나의 백그라운드를 파헤치지 않는 순수한 질문들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처음에는 다소 당혹스러웠다. 꿈이 뭐냐고 물어오는 친구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나에 대해 물어왔지만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 누구도 '나'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자기를 발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실어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일상 속에서는 그 누구도 묻지 않던 수많은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 선생님, 친구들이 규정 짓던 모습이 아닌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그렇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도 몰랐던 나를 만나는 까닭에 혼자하는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 하는 여행은 그저 다소 비밀스러운 것일뿐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길은 낯설수록 좋았고 혼자일수록 가슴은 미치도록 뛰었다.
-- p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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