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주사위 신께 비나이다. 부디 이놈의 소원을 들어주시어 한 번만 이기게 해주시옵소서!"
이같이 말하며 화신은 주사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차상과 비슷한 동작으로 흔들어대니 쓸데없이 동작이 많은 화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방가기가 화신을 알아보고는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폐묘에서 보름 누워있으면서 어떤 여인에게서 한 수 배웠나보지?"
그러나 화신은 그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사위를 엎었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손을 떼는 화신을 보며 코웃음을 치던 방가기등은 순간 경악하며 그 자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여섯 개의 주사위 모두 빨간색 쪽으로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누구도 해보지 못한 1품이었다!
(중략)
"딱 한 판만 더 해!"
이에 화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것도 없죠! 헌데 판돈이 없잖소?"
"은자는 없어!"
"판돈도 없이 어찌 이 놀이를 할 수 있겠소?"
"난 이 팔뚝 하나를 판돈으로 걸 거야!"
류전이 가슴팍을 치며 큰소리쳤다.
"삼당진에서 이 류아무개가 자존심만 먹고사는 사내인 줄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배곯고는 살아도 빚지고는 못 산단 말이지!"
곧 죽어도 가슴팍을 치는 사내가 맘에 들었으나 홍주는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발 그러지 마오. 그럼 난 얼마나 손해요? 돈을 못 받아서 그렇고, 남의 팔 잘라놓고 죄 지은 기분을 평생 못 씻어서 그렇고. 내가 상으로 내렸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게 좋겠소!"
그러자 류전이 버럭 화를 냈다.
"상은 무슨! 내가 뭐 당신의 아랫것이오? 팔을 떼어내도 다리가 있고, 목숨이 붙어있는데 뭐가 걱정이오. 팔 한 짝에 1천 냥, 다리 하나에 2천 냥, 목숨 내걸면5천 냥 어떻소? 난 여차할 경우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도 되어 있는 사람이오. 도박을 위해 태어났으니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 거요!"
-- pp.77~79
"돈놀이를 그만 두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절대 비밀에 붙여야 하오. 장방의 왕씨에게서 들었을 테지만 우리 집에도 그 사람밖에 아는 사람이 없소. 이자가 삼 푼을 넘으면 도둑이지. 최고 많아봐야 2푼을 넘겨선 안 되겠소. 황장에 소작세를 낮춰준 데다 가계 씀씀이는 날로 커지고, 여기저기 응수 할데는 많으니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오. 오늘 온 사람들도 저마다 부조는 하겠지만 갈 때는 온 것보다 더 쥐어 보내야 할 판이오. 주인께서 군무에만 매달려 있으니 집안에는 쌀독이 비었는지 어쨌는지 통 관심이 없을 거 아니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돈을 내놓는 데 대해 밖에서 소문이 나도는 날엔 그건 마 어른의 책임이오. 나랑 판을 깨면 물론 돈이야 그쪽을 통해 나갔으니 난 입을 싹 씻고 나앉으면 그만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당아의 말에 마덕옥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마님! 그 동안 중당 어른과 마님께서 음으로 양으로 얼마나 도와주셨는데 제가 그리 몰염치한 짓을 하겠습니까? 심려 놓으십시오! 그리고 요즘에 여윳돈 좀 있는 왕부들 중에서 좀이 슬 정도로 묶어 두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군기처의 윤계선과 기윤 중당네도 3푼 이자를 걷고 있는 걸요. 만일을 대비하여 전부 처나 여동생의 명의로 처리했으니 물샐 틈이 없을 겁니다. 절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정심환을 먹은 당아가 흡족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마덕옥은 자명종 울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물러갔다.
-- pp.165~166
"비나이다, 비나이다, 주사위 신께 비나이다. 부디 이놈의 소원을 들어주시어 한 번만 이기게 해주시옵소서!"
이같이 말하며 화신은 주사위를 흔들기 시작했다. 차상과 비슷한 동작으로 흔들어대니 쓸데없이 동작이 많은 화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방가기가 화신을 알아보고는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말했다.
"폐묘에서 보름 누워있으면서 어떤 여인에게서 한 수 배웠나보지?"
그러나 화신은 그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사위를 엎었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손을 떼는 화신을 보며 코웃음을 치던 방가기등은 순간 경악하며 그 자리에 굳어지고 말았다. 여섯 개의 주사위 모두 빨간색 쪽으로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누구도 해보지 못한 1품이었다!
(중략)
"딱 한 판만 더 해!"
이에 화신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안 될 것도 없죠! 헌데 판돈이 없잖소?"
"은자는 없어!"
"판돈도 없이 어찌 이 놀이를 할 수 있겠소?"
"난 이 팔뚝 하나를 판돈으로 걸 거야!"
류전이 가슴팍을 치며 큰소리쳤다.
"삼당진에서 이 류아무개가 자존심만 먹고사는 사내인 줄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배곯고는 살아도 빚지고는 못 산단 말이지!"
곧 죽어도 가슴팍을 치는 사내가 맘에 들었으나 홍주는 내색하지는 않았다.
"제발 그러지 마오. 그럼 난 얼마나 손해요? 돈을 못 받아서 그렇고, 남의 팔 잘라놓고 죄 지은 기분을 평생 못 씻어서 그렇고. 내가 상으로 내렸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게 좋겠소!"
그러자 류전이 버럭 화를 냈다.
"상은 무슨! 내가 뭐 당신의 아랫것이오? 팔을 떼어내도 다리가 있고, 목숨이 붙어있는데 뭐가 걱정이오. 팔 한 짝에 1천 냥, 다리 하나에 2천 냥, 목숨 내걸면5천 냥 어떻소? 난 여차할 경우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도 되어 있는 사람이오. 도박을 위해 태어났으니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 거요!"
-- pp.77~79
"돈놀이를 그만 두는 한이 있더라도 이 일은 절대 비밀에 붙여야 하오. 장방의 왕씨에게서 들었을 테지만 우리 집에도 그 사람밖에 아는 사람이 없소. 이자가 삼 푼을 넘으면 도둑이지. 최고 많아봐야 2푼을 넘겨선 안 되겠소. 황장에 소작세를 낮춰준 데다 가계 씀씀이는 날로 커지고, 여기저기 응수 할데는 많으니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오. 오늘 온 사람들도 저마다 부조는 하겠지만 갈 때는 온 것보다 더 쥐어 보내야 할 판이오. 주인께서 군무에만 매달려 있으니 집안에는 쌀독이 비었는지 어쨌는지 통 관심이 없을 거 아니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돈을 내놓는 데 대해 밖에서 소문이 나도는 날엔 그건 마 어른의 책임이오. 나랑 판을 깨면 물론 돈이야 그쪽을 통해 나갔으니 난 입을 싹 씻고 나앉으면 그만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당아의 말에 마덕옥이 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마님! 그 동안 중당 어른과 마님께서 음으로 양으로 얼마나 도와주셨는데 제가 그리 몰염치한 짓을 하겠습니까? 심려 놓으십시오! 그리고 요즘에 여윳돈 좀 있는 왕부들 중에서 좀이 슬 정도로 묶어 두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군기처의 윤계선과 기윤 중당네도 3푼 이자를 걷고 있는 걸요. 만일을 대비하여 전부 처나 여동생의 명의로 처리했으니 물샐 틈이 없을 겁니다. 절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정심환을 먹은 당아가 흡족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잠시 후 마덕옥은 자명종 울리는 소리를 뒤로 하고 물러갔다.
-- pp.165~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