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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남자들

내 인생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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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32g | 145*210*30mm
ISBN13 9788934925934
ISBN10 893492593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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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가 학교를 못 다니게 된 것은 한나의 아빠가 그들 세 모녀를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아빠가 지금까지 했던 일들과 비교하면 이번 일이 특별히 더 미친 짓이거나 잔인한 짓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빠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주 유쾌한 사람일 때도 있었다. 아빠는 그들에게 일종의 일기예보 같은 존재였으므로 함께 있을 때는 아빠의 기분에 따라 세 사람의 행동이 달라져야 했다. 소나기 예보가 있으면 우산을 챙겨 들고 나가듯이 말이다. 아빠의 행동에 대해 불평하거나 반항하는 것은 폭풍우에 대해 불평하거나 반항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한나가 당혹스러웠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왜 엄마까지 속을 썩이는 것일까? 어떻게 된 일인지 엄마는 더 이상 그들 가족의 규칙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
외적인 요인들까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평상시에는 아빠의 분노가 폭발하면 집 안에서 아빠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자정이 넘은 시각에 폴리 이모네까지 차를 몰고 가서 문을 두드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평상시처럼 고함을 지르거나, 문을 쾅 닫거나, 그릇을 깨뜨리는 것보다 집 밖으로 가족들을 쫓아내는 편이 훨씬 더 극적인 효과를 자아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 17쪽

결혼한다는 것은 적어도 한 남자가 당신을 사랑하며, 그 남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랑을 받기 위해서 당신이 한 일은 과연 무엇인가? 그가 당신을 찾은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그를 찾은 것인가?
- 31쪽

“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요. 오히려 남자들이 어느 정도는 이상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죠. 남자들은 항상 불만이 많고 변덕스러운 애들하고 사귀잖아요. 제가 보기엔 말이 안 될 정도로 불만이 많고 변덕스러운 애들하고요.”
“머저리하고 사귀는 여자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래?”
“그건 다르죠. 제가 말하는 여자애들은 항상 투덜대거나 징징대거나 아니면 드라마를 찍는 애들이에요. 만약 제가 그런 애들 남자친구라면 단 5분도 못 견딜 것 같은데 계속 사귀는 걸 보면 남자들은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나 봐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무얼 주고 있는지는 제3자가 결코 알 수 없어.”
- 110쪽

한나는 10년만 더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쯤이면 재미있고 자극적인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을 테니까. 한나는 그저 함께 음식을 시켜 먹을 누군가를 원했다. 함께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줄 사람을 원했다. 꼭 지금처럼. 단, 휘그를 위해서 헨리를 설득한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을 위해서이고 한나가 조연이 아닌 주연이어야 했다.
- 112쪽

올리버야말로 한나가 항상 원했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남자. 그녀의 남자이지만 그녀의 남자가 아닌 남자. 결국 마이크와 헤어진 것도 그 때문이 아니었던가. 마이크가 법대에 진학하겠다며 노스캐롤라이나로 가자고 했을 때 한나가 거절했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가 한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물을 갖다 달라고 하면 그는 얼른 가져왔다. 한나가 우울할 때면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썼다. 한나가 소리를 지르거나 머리를 감지 않거나 면도를 하지 않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모든 것을 용서했다. 그는 한나가 예쁘다고 생각했고, 항상 그녀 곁에 있고 싶어했다. 그리고 한나는 그런 그에게 싫증이 났다. 어려서부터 한나는 항상 상황에 적응하는 쪽이었지, 적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만약 한나가 그에게 세상 전체를 의미했다면 그의 세상은 정말 좁고, 그는 참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혀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열 때면 한나는 ‘또 시작이군!’ 하고 생각했다. 한나는 실수를 통해 배우며 살고 싶었다.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있으면 너무 후텁지근한 방 안의 푹신한 소파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올리버와 함께 하는 날들은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고 긴장감이 떠나지 않았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싸우다가 또 잘 지냈다.
- 276쪽

저는 헨리가 운전을 잘할 뿐 아니라 편안하게 한다는 사실을 사랑했어요. 야구장에서 커다란 풍선을 사준 그, 저에게 같이 가자고 졸라준 그, 저와 같이 가고 싶어해준 그, 시카고에 온 첫 주에 와인 병 따는 법을 가르쳐준 그, 일렬로 주차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그, 스페인어로 “이 거지 같은 자식!”이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준 그를 사랑했죠. 그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행복한 삶에 필요한 기술인 것처럼 느껴졌어요. 한번은 제가 고등학교 때 앨리슨이 롤링스톤즈의 〈내 손안에 있는 그녀〉라는 노래를 부를 때 ‘그녀’를 모두 ‘그’로 바꾸어 부르는 연습을 시켰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번에 라디오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사를 바꿔서 불렀어요. 진주 단추가 달린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모습도 멋졌고, 넥타이를 맸을 때도 멋졌고,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고 난 뒤 땀에 흠뻑 젖은 모습도 멋졌어요. 손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지 않는, 처음부터 끝까지 굵기가 똑같은 그의 손가락도 멋졌고, 저를 너무도 잘 안다는 것도 멋졌어요. 한번은 야외 레스토랑에 갔는데 헨리가 “그 자리에 앉으면 안 되지.”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절대로 길가에 등을 돌리고 앉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훗날 헨리를 잊어야만 했을 때 저는 또 다른 사람이 헨리만큼 저를 이해하도록 가르친다는 것, 그것도 저처럼 위선적인 사람을 이해하도록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 325-326쪽

어떻게 보면 저 같은 바보도 없어요. 남자가 여자와 로맨틱한 관계로 발전하고 싶으면 여자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죠. 그게 전부예요. 만약 키스를 하지 않았다면, 기다려야 할 이유 따위는 없는 것이죠. 사랑은 지나가면 또 오게 마련인데, 그땐 그런 사랑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죠. 헨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전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그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멋진 남자나 제가 받아 마땅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남자를 사귈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오직 헨리만을 원했죠.
전 생각했어요. 우리의 결혼은, 하나의 승리나 쟁취라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서로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기에 이루어진 당연한 결과일 거라고. 제 확신은 전화기라든가 운동화 같은, 그다지 값비싸거나 근사한 물건이 아닌 평범한 물건들처럼 견고한 것이었어요.
- 332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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