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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02g | 153*224*30mm
ISBN13 9788990546173
ISBN10 899054617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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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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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라 님, 두 언니의 삶이 지니고 있는 더 큰 공통점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몸’이랍니다. 두 언니 모두 정신은 배제된 ‘몸으로서의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같은 처지는 다른 모든 여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랍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사람들은 같은 인간인 여성과 남성을 마치 별개의 존재인 듯 둘로 나누면서 다른 모든 것들도 이분법으로 분리시켜 인식하는 데 익숙하지요.
남성/여성, 정신/육체, 신/인간, 서양/ 동양, 흰 것/검은 것, 하늘/땅, 낮/밤, 선/악, 중심/주변,
강/약, 상/하, 공/사......
그런데 이렇게 나눠진 둘은 대등하거나 상호적인 관계가 아니라 우월한 전자가 열등한 후자를 지배하는 권력관계로 틀지워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자는 전자끼리, 후자는 후자끼리 대응하지요. 결국 여성과 육체는 남성과 정신에 비해 열등하게 여겨지면서 동시에 여성은 육체적인 존재로, 남성은 정신적인 존재로 인식돼온 것이랍니다. 간단히 말해 여성은 몸뚱이에 불과한 열등한 존재라는 것이지요.
그 때문에 여성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여성들 사이엔 이런 자각이 싹텄지요.
육체를 말하지 않고는 여성문제를 말할 수 없다!
아라 님이 첫 생리를 시작한 날, 아마 부모님은 이런 말을 던지셨을 겁니다.
“이제 네가 여자가 됐구나.”
네, 님을 여자로 만든 건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님의 몸입니다. 반면 남자들은 어떤 때 비로소 남자가 됐다는 인정을 받게 되나요? 다 아실 겁니다. 군대를 갔다 왔을 때죠. 군 생활은 육체의 단련이란 측면도 있지만 갖가지 힘든 도전들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남자들을 ‘철들게’하는 일종의 성인식으로 여겨지지요. 실제 그런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군대를 마친 남자들은 어머니의 치마폭에서 벗어난 사회의 아들, 즉 아버지의 아들이자 성숙된 인격체로서 사회의 인정을 받습니다.
남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격이나 능력이지만 육체적 존재인 여자에게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외모입니다. 그래서 미남대회는 찾기 힘들어도 미녀대회는 여기저기에서 수도 없이 열리고 있는 것이지요. 여자는 온전한 인격을 가진 인간이기보다는 남자들이 마음대로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성적 대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흔히 희롱이나 강간까지 당하다 상황이 극단에 이르면 마침내 ‘몸을 파는’ 상황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것이랍니다.
<너는 네 몸이고 그 몸의 주인은 네가 아니다> 중에서
“(육아)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어떻게 틀지워져 있는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희정 님, 공선사후라는 말,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말이 드러내주듯 우리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분리를 따라 공적인 영역(사회)은 남자들의 일, 사적인 영역(가정)은 여자들의 일로 성별에 의한 분업이 고착화됐다는 것이지요. 근대사회가 시작된 이후에요. 물론 근대 이전에도 아이 양육은 주로 여자들이 담당했습니다만 근대 이후처럼 확실한 구분은 아니었지요. 조선 시대만 봐도 아이 양육과 교육에 남자들의 참여가 지금보다 훨씬 높았으니까요.
밖에 나가 일하고 돈 벌어 오는 일은 남자가, 집안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는 일은 여자가 전담하는 것으로 굳어지면서 근대사회는 남자들의 가치와 생활양식에 맞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밥 할 필요도 없고 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할 필요도 없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남자들,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자기 뜻대로 쓸 수 있는 남자들에게 맞게 사회체제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근대적 개인은 집안에 매여 가장인 남편에게 종속된 여자들과는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자유 평등 형제애는 남자들에게만 허용된 가치이자 이상이었지요. 결국 여자들에겐 아직도 근대가 실현되지 않았거나 근대 자체가 여성들에겐 허구라는 얘깁니다.
<사적인 여자, 공적인 남자> 중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과 권리를 자각하고 그것들을 표현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들은 자신이 언어와 맺고 있는 관계가 얼마나 불편한 것인가를 깨닫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말 많은 여자’가 기피 대상이고 가정폭력의 주요원인이 ‘아내의 말대꾸’라는 데서도 드러나듯 우선 여성들은 말하기의 주체로 인정받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말하면 그것을 따라야 하는 수동체였지요. 질문은 허용되지 않았고 순종적인 대답만이 요구됐습니다.
또 어쩌다 여자들끼리 공통의 경험을 교환하는 대화의 장이 펼쳐지면 그 대화는 수다로 격하됐고, 남편에게 던지는 문제제기는 ‘바가지 긁기’로 무시됐습니다. 여자의 말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지요.
문제는 언어 그 자체에도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영어권 페미니스트들은 he라는 남성 대명사를 여남을 총칭하는 데도 쓰거나, man이나 mankind를 인간전체를 가리키는 데 쓰고, policeman이나 chairman처럼 직업이나 직책을 가리키는 단어를 남성으로 표현함으로써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성보다 여성을 모욕하는 말이 더 많고, 같은 ‘독신자’란 단어라도 남성인 bachelor는 독립적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성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데 반해 여성인 spinster는 추하고 성적 매력이 없으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차별적 언어현실에 주목했지요.
한국어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남녀, 부부, 부모, 자녀처럼 양성을 조합한 단어에서는 으레 남성이 앞에 배치되고 가장, 주부(주인의 아내),집사람, 내조, 친가, 외가, 미망인, 윤락녀 등 성차별적 단어들이 적지 않지요. 또 아줌마나 노처녀라는 단어가 아저씨나 노총각보다 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요.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들도 대개의 경우 원칙적으로 남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는 ‘여기자’나 ‘여성 장관’, 혹은 의미도 모호한 ‘여류 작가’처럼 따로 표기하는데 이는 부지불식간에 여성들을 주변화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사고하며 꿈을 꿉니다.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가 없으면 사고는 애매하고 정리돼 있지 않은 성운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객관적 현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현실을 구성한다는 언어결정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며 사는가는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그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알 수 있지요.
차별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언어문제에 큰 관심을 쏟고 성 평등한 언어의 사용을 중요한 정치적 실천으로 삼은 것은 그러므로 당연한 시대적 요청이었습니다.
남성중심사회에서는 언어도 남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앞서 실례를 들었듯 성차별주의에 오염된 언어들은 남성권력의 도구로서 그 유지에 기여하고 있지요. 데일 스펜더는 ‘남자가 만든 언어’라는 책에서 남자가 의미를 만들고 지배하기 때문에 남자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없는 여자는 언어로부터 소외되거나 침묵하거나 둘 중 하나로 되고 만다고 설파했습니다. 일례로 ‘모성’이라는 단어의 경우 남자들이 긍정적인 의미만 부여했기 때문에 모성의 고통스런 경험은 언어로 표현되지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인식조차 어렵게 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여자’라고 말할 때도 거기에는 생물학적 사실 외에도 ‘약하고 열등하다’는 가치판단 적 의미가 담겨 있는 거구요.
<남자의 말, 여자의 침묵> 중에서
“여성이 단지 ‘욕망의 대상’ 혹은 ‘임신 기계’로 인식된 채 이뤄졌던 성행위란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란 상대가 욕망을 가진 성적 주체로 인식될 때만 가능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본다면 현재 수행되고 있는 온갖 성적 실천들, 즉 성적 욕망과 쾌락, 성적 환상, 성교 형태, 성적 담론 등에서 여성의 욕망을 느끼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이 ‘가짜 오르가즘’(fake orgasm)을 연기해왔던 것이겠지요.
가짜 오르가즘은 미국에서 여성해방운동이 막 새롭게 불붙기 시작하던 지난 60년대 후반 여성들이 자신의 성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제기된 이슈였습니다. 그때까지 ‘다른 여자들은 다 오르가즘을 느끼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니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이라고 걱정하며 말도 못한 채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가짜로 오르가즘을 연기해 왔던 여자들은 알고 보니 그것이 많은 여자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여성문제’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성적 실천들을 여성의 시각으로 분석해 나가면서 충격적인 주장들을 펼치기 시작했지요.
앤 코이트는 ‘질 오르가즘의 신화’라는 논문에서 여성의 성적 쾌락의 중심은 감각세포가 거의 없는 질이 아니라 ‘성적 쾌락 외에 다른 기능을 갖고 있지 않은’ 클리토리스라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페니스 삽입 중심의 ‘정상적인 성교’에서 불감증으로 고통 받는다는 것이었지요. 삽입성교로는 클리토리스가 기껏해야 간접자극 밖에 얻지 못하니까요.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성적 기관은 질이 아니라 클리토리스라는 내용을 담은 ‘킨제이 보고서’와 마스터스와 존슨의 ‘인간의 성 반응 연구’ 결과 같은 성과학의 기념비적인 성과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질 오르가즘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정상적인 여성은 클리토리스에서의 쾌감 추구가 질로 이동하는 성적 발달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질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여자는 성적으로 미숙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불감증이라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뒤집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삽입성교 중심의 성교 행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을 불렀습니다. 게다가 여성의 성적 쾌락을 담당하는 중심기관이 클리토리스라면 굳이 페니스가 필요할 것도 없고 임신의 공포로부터도 벗어나게 되니 그야말로 ‘혁명적’인 도전이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남자들은 질 오르가즘의 신화를 만들어 내고 유지시켜 온 것일까요?
무엇보다 삽입성교가 그들의 성적 쾌락에 가장 효과적이었고 여성을 욕망을 가진 개인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코이트는 주장했습니다. 또 여성할례 풍습이나 프로이트의 클리토리스 무시에서 볼 수 있듯이 남성들은 클리토리스를 남성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해 왔고 무엇보다 클리토리스가 여성 쾌락의 중심이 되면 자신들이 성적으로 필요 없게 돼 여성에 대한 지배에 균열이 날까 봐 두려워했다는 것이지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코이트는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정의한 ‘정상적인 섹스’라는 개념을 버리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새롭게 규정하면서 서로 간에 성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녀는 클리토리스 애무를 포함하는 ‘전희’라는 개념도 ‘궁극적 성행위’인 삽입성교를 원활히 하기 위해 여성을 흥분시킨다는 뜻에서 남성중심적인 것이라고 비판했지요.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성적 주체로서 여성의 권리 의식 향상은 이후 여성의 성에 대한 관심을 계속 증폭시켜왔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다양한 성 반응을 보이며 한번의 성관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어 남성보다 ‘더 성적’이라는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 결과는 성적 욕망을 부정당해 위축돼 있던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지요.
여성들은 우선 남성의 욕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몸의 욕구에 따라 스스로 쾌락을 찾는 자위에 대해 탐색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1976년 셰어 하이트가 수천 명의 미국 여성들을 상대로 성생활을 조사해 발표한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하이트 리포트’에 의하면 삽입성교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들의 70%가 자위를 통해서는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여성을 위해 여성에 의해’ 수행된 최초의 여성 섹슈얼리티 연구였던 하이트 리포트는 그동안 남성 연구자들의 주장과 달리 여성의 불감증이 여성 탓이 아니라 사회 탓임을 실증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여성의 몸이 아니라 섹스에 대한 이 사회의 규정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클리토리스 자극이나 성기에 대한 외적 자극으로 쉽게, 효과적으로 오르가즘에 이를 수 있는데 그 방법을 이 사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커다란 페니스와 성교하며 오르가즘에 이르는 것이 여성의 ‘정상적’인 성이라고 고집하고 있으니까. 이는 인권의 문제로서 바뀔 필요가 있다”
이같은 얘기는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자위 때는 오르가즘을 경험하는데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고백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으니까요.“
<질 오르가즘의 신화> 중에서
어쩌면 당신은 조금 전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불평을 얘기할 때 성 평등과 관련해 일부 남자들이 가장 크게 제기하고 있는 군대문제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군대문제가 한국사회 여남 간 갈등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것은 군가산점제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이미 군인들을 징집한 주체인 국가가 예산 한 푼 쓰지 않고 여성과 장애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함으로써 군필자에게 보상해온 잘못을 헌법재판소가 명확하게 지적하며 위헌판결을 내렸고, 여성과 장애인들이 오히려 군가산점제가 일부 군필자에게만 혜택을 줘온 현실을 지적하며 모든 군필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다른 종류의 보상(복무기간 경력인정이나 국민연금, 세제혜택, 학자금 지원, 군대에서 체득한 기술이나 능력에 대해 자격증부여하기, 취업교육 제공 등)을 찬성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얘기해 보고 싶은 것은 그 논란의 와중에서 생겨난 ‘평등을 주장하고 싶으면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여자들이 의무는 안하면서 권리만 주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여성학자 배은경은 이에 대해 ‘근대민주주의 체제에서 의무-권리 개념이 갖는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근대민주주의 체제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국민(시민)은 평등한 존재로서 일련의 의무와 권리를 갖지만, 모든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국민 중 의무를 할 만한 능력이나 사정이 안 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의무를 면제해 준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가난한 사람은 세금을 면제받고 극빈자의 경우 오히려 국가로부터 생활보조금을 받지만 그들은 여전히 평등한 국민으로서 권리를 제한받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에 대해 이제 전쟁의 양상이나 군대조직이 달라지고 있으므로 여자들도 얼마든지 군인이 될 수 있다든지 그게 안 되면 사회복무라도 똑같이 하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이런 주장이 ‘남자들의 불이익을 만회해’ 성 평등을 이루자는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이라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군대가 아닌 삶의 다른 분야들에서 ‘여자들이 당하는 더 많은 불이익들’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하니까요. 전혀 성격이 다른 사안임에도 여성들이 ‘여자는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일 겁니다. 이런 어설플 수밖에 없는 논쟁은 서로 다른 존재인 여성과 남성에게 같은 기준(남성의 기준)을 들이대며 평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여남 간의 차이와 평등에 대한 논쟁은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워낙 복잡하게 전개돼 왔기 때문에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과 관련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군대문제는 여남 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국가권력과 개인의 권리간의 문제고, 군인의 인격을 몰수해온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군대문화의 문제이며 ‘신의 아들’이니 ‘어둠의 자식’이니 하는 유행어들이 나타내듯 계층 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군대문제를 성대결의 논리로만 몰고 가려는 것은 상처와 억압과 분노로 얼룩진 군 생활을 만들어낸 지배 권력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회피하는 것입니다. 만만한 상대를 향한 비겁한 화풀이거나 군복무를 여성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자원으로 쓰려는 책략으로 비칠 수도 있고요. 이런 태도를 견지하는 한 우리사회의 군대제도와 문화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그대로 유지된 채 여남 간의 갈등만 깊어질 겁니다.
남자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듯이 여자도 군대에 갈 수 있습니다. 남자가 군대 가는 대신 여자는 사회복무를 할 수도 있겠지요. 또는 여남 모두에게 군복무나 사회복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자가 남자와 똑같이 의무복무를 받아들이는 대신 육아휴가를 절반씩 나누도록 하고 모든 일터에 육아지원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며, 남편이 육아에서 절반의 몫을 다하지 않는 것이 이혼사유이자 위자료 청구대상이 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도 논의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아예 논의의 틀을 바꿔 징병제를 지원병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할 수 있겠지요. 모든 논의가 가능합니다. 상상력은 풍부할수록 좋겠지요. 단, 민주시민답게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하고 책임 있는 태도로요.
<남자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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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3일 뉴스
여성계 "평등권 등 침해 군가산점제 부활 반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22일 병역 의무를 마친 사람에게 채용 시험에서 최대 2%의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여성.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여성.시민단체는 23일 성명을 통해 "군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은 헌법의 평등권과 공무 담임권, 직업 선택의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개정안을 2006년 7급과 9급 공채 필기시험에 적용하면 7급의 경우 현재 여성합격자의 31.9%, 9급은 현재 여성합격자의 16.4%가 불합격 처리된다"면서 "군가산점제가 학교 교직원 시험 등으로 확대되면 여성의 피해는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또 "군가산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평등권,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심판한 것"이라면서 "군가산점제 부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겠다는 것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채용경쟁 시험은 여성과 장애인에게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정 경쟁 영역으로 여전히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갖지 못하는 여성과 장애인들의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 헌법적이며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군가산점제 개정안을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부결하라"고 촉구했다.
nan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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