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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Googler의 편지

젊은 Googler의 편지

: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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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18g | 153*224*30mm
ISBN13 9788992359108
ISBN10 899235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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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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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대학원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그와 캠퍼스에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찾던 꿈을 이루기 위해 뒤늦게 유학을 결심하고 용감하게 태평양을 건너 뉴욕 한복판에 있는 뉴욕대 대학원에 입학한 만학도였습니다. 저 역시 한 번쯤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하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었기에 그에게 유학 준비과정과 유학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그는 유학을 온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고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직까지 서툰 영어도 힘들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학비가 가장 비싼 대학 중 하나인 뉴욕대의 학비를 마련하느라 힘들고, 타국 땅에서 느껴지는 외로움도 참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입학면접 때 면접관으로부터 짧은 질문 한가지를 받았을 때였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몹시 의아했습니다.

"어떤 질문이죠? 그 질문 하나가 영어, 학비, 외로움보다 힘들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한 교수님이 5년 후 당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라고 하시더군요. 저도 꿈이 있어서 유학을 왔지만 제가 생각했던 꿈은 단지 막연한 꿈에 불과했을 뿐 현실에 맞게 구체적이지 못했죠. 그래서 대답을 잘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친구들은 5년 후 자신의 모습을 너무 구체적이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요. 정말 간단한 질문이고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저 뿐만 아니라 한국학생들은 대답을 잘 못했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자리에서 과연 5년 후의 내 모습을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5년 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본문 중에서
그런데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이는 천적이나 불륜, 그저 아는 사이도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싸이질을 하면서 몇 시간을 허비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늦잠을 자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텔레비전 리모콘에 손이 갑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남자친구는 바람이 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이 나빠집니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고치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보지만 심지어 그 계획마저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없던 일이 되어 버리곤 하지요.

이렇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또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도 모른다는 것은 그 시간에 과연 나라는 주체는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요? '나도 모르는 사이'라는 것은 그 시간에 내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윤리 교과서에서 말하는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하나 줄여나가지 않는다면 주체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요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나도 모르는 사이'를 줄여 가는 것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지름길일 테니까요.

--- p. 31
식사를 끝낸 후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저에게 가끔 아버지는 염소 같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어떨 때는 그런 저에게 매서운 호통이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밥을 먹으면 물을 마셔야지!' 그러면 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물을 마십니다. 물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는 체질인데도 저는 물을 마셔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을 많이 드시는 아버지는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아들의 체질이 당신과 다른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차이'라는 것은 없고 오로지 '맞고 틀린 것', '옳고 그른 것'만 있는 슬픈 아침을 먹고 저는 학교에 갔습니다. (중략)
열 문제 정도의 받아쓰기 끝나면 선생님은 짝꿍과 시험지를 바꾸라는 지시가 내립니다. 우리는 필통에서 빨간 색연필을 꺼내 들고 답을 맞춰봅니다. 맞으면 동그라미, 틀리면 아무리 짝이라도 여지없이 가위표가 그어집니다. 관행처럼 점수 밑에 두 줄이 그어진 시험지를 짝꿍에게서 받고 나면 빨간색이 왜 그리도 섬뜩하게 보이는지, 안 그래도 작은 가슴이 콩닥거려서 못 살겠습니다. 우리는 짝꿍의 채점이 틀렸기를 바라면서 하나, 둘, 셋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그라미와 가위표의 개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동그라미는 좋은 것, 가위표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절로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지가 이미 오래입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세상을 '○' 아니면 '×' 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보면서 그 어떤 대상이라도 '의무적으로' 보는 훈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맞다와 틀리다'의 개념을 학습하면서 '같다와 다르다'라는 중요한 개념을 익힐 기회를 점점 잃어버리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 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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