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원탁의 기사」가 등장했던 까닭은 따지고 보면 시대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다. 잠재 관객을 안방에 묶어 둘 위협적인 가능성을 지닌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되자 사람들을 극장으로 계속 끌어들이기 위해 헐리우드는 적극적인 반격 작전을 개시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고화질 화면의 선두격인 비스타비전을 개발했다. 1953년에는 54년 전반기에는 3-D 입체 영화도 잠시 나타났다. 대형 화면인 시네마스코프와 토드 AO 방식의 시네라마도 만들었다. 실현은 되지 않았지만 입체 영화에 냄새까지 가미한 스멜오비전이 등장하면 여배우가 화면에서 튀어나와 관객에게 키스를 할 때 향수 냄새까지도 맡게 되리라는 얘기도 한때 나돌았다. 이런 모든 전략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이 비스타비전과 시네마스코프였다.
20세기 폭스에서 종교영화「성의(The Robe, 1953)」를 첫 시네마스코프 작품으로 선보이자「쿠오 바디스(Quo Vadis?, 1951)」같은 대형 사극을 전문으로 하던 MGM도 당대의 미남배우 로버트 테일러와 에바 가드너를 동원해서 말로리 경이 집대성한『아더의 죽음』을 기초로 삼아 첫 시네마스코프 작품「원탁의 기사」를 만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시네마스코프가 처음 선보였을 때는 그것이 '입체 영화'라고 선전했었다. 우리는 입체 영화라면 흔히 3차원의 영화를 생각한다. 이것은 양쪽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을 비추어 주면 입체 영상이 이루어지리라는 이론에 근거를 둔 시각적 합성 방법이다. 조류나 동물 가운데 초식으 ㄹ하면서 도망이나 위장을 생존 수단으로 삼는 경우에는 두 눈이 양쪽으로 멀리 떨어져 붙어 있기가 보통이다. 어디서 천적이 나타나지 않을까 광범위하게 경계를 하기 위해서이다. 반면에 사냥을 해야 하는 맨금류나 맹수는, 카멜레온 같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눈이 모두 앞을 향해 달려 있다. 한 쪽 눈을 가렸을 때 인간이 원근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에서 확인이 가능하듯, 두 눈으로 볼 때 목표물의 각도가 다르면 거리를 측정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시각차가 다른 두 가지 영상을 함께 화면에 비추어 주면서, 하나는 호박색으로부터 흑색으로 명암이 짙어지고 다른 영상은 녹청색으로부터 흑으로 명암이 바뀌게 차별하여 영사하고, 관객은 색채가 다른 그림들을 적등과 녹청 두 가지 막(filter)이 한쪽에 하나씩 달린 안경을 쓰고 걸러서 상을 보게 된다. 당시 미국에서는 그와 같은 이중상(二重像, stereoscope)원리를 이용해서「수퍼맨」같은 만화가 나오기도 했는데, 육안으로 보면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선화가 겹쳐서 인쇄가 잘못된 듯 보이지만, 만화 속에 끼어 나오는 빨강-파랑 안경을 떼어내고 쓰고 그림을 보면 입체감이 느껴지고는 했었다. 만화가가 되기를 원했던 헐리우드 키드는 빨강 잉크와 파랑 잉크를 사서 그런 만화를 펜촉으로 직접 그려 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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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제신 가운데 '힘과 덩치' 면에서 헤라클레스와 비견할 주인공이라면 우선 티탄부터 꼽아야 하겠다. '티탄(Titan)' 은 영어로, '타이탄'이라고 발음하며, 우리나라에는 같은 이름의 짐차도 나왔고, 헐리우드 영화「타이타닉」의 주인공인 호화 여객선 이름도 거시서 유래한다. 티탄에 관한 얘기는 기원전 8세기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가 남긴 창세신화『신족보(神族譜, Theogony)』에서도 첫 대목으로 거슬러올라가야 나온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제신들이 생겨나기 전에 우주가 이미 그냥 존재했었다고 믿었는데, 스스로 존재한 원조 천공(天空) 우라노스(Uranos)와 대지 가야(Goia 또는 Ge) 사이에서 티탄 신족(神族)이 태어났고, 티탄족에게서 다시 만신이 생겨났다고 한다. 우라노스와 가야는 오케아노스(Okeanos 또는 Ocean=大洋)와 크로노스(Kronos)를 비롯한 남자 티탄 여섯 그리고 므네모쉬네(Mnemosyne=기억)와 테미스(Themis=법)등 여자 티탄 여섯을 두었다. 어떤 기록에서는 티탄 신족의 자손들까지도 티탄이라고 분류한다.
열두 티탄 다음에 우라노스와 가야는 외눈박이 퀴클롭스 셋을 낳았는데, 브론테스(Brontes=천둥)와 스테로페스(Steropes=번개)와 아르게스(Arges=벼락)가 그들이었다. 다음에는 몸집이 엄청나게 크고 머리가 쉰 개에 팔이 백 개씩 달린 백수거인을 낳았지만, 너무나 흉측한 꼴이 보기 싫어 우라노스가 그들을 모두 묶어 무한지옥 타르타로스(Tartaros)에 가둬 버렸다. 이에 화가 난 가야는 가슴에서 도끼를 꺼내 놓고 아들들을 불러 우라노스를 제거할 계획을 세웠지만, 모두들 겁이 나서 선뜻 아버지를 해치러 나서지를 못했다. 그러나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돌도끼를 들고 잠복해서 기다리다가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닷가에 갖다 버렸으며, 그때 땅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에서 복수의 세 여신과 더불어 괴인 기간테스 일족(Gigantes, 영어로는 Giants)이 태어났다.
영화에 등장하는 티탄으로는 최근에 나온 디즈니의 만화영화「헤라클레스」에서 제우스를 공격하려고 올륌포스 산을 기어오르는 괴물들이 보이는데, 그들이 바로 오랫동안 아버지 크로노스의 복수를 위해 제우스와 전쟁을 처렀다고 신화에서 전해지는 티탄족이다.
시대극과 신화극의 전성기를 맞았던 1960녀대 이탈리아에서는 두치오 테싸리(Duccil Tessari, 1926~1994) 감독이 “멕시코의 존 웨인 또는 클라크 게이블”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던 페드로 아멘다리즈를 주연시켜「타이탄」을 내놓았다. 이듬해 테싸리 감독은 다시 페드로 아멘다리즈와 프랑스의 청춘배우 자클리느 사사르, 이탈리아의 안토넬라 루알디와 줄리아노 젬마를 동원하여 「영웅적인 내 아들」을 만들었는데, 제신들의 분노를 산 테바이의 나쁜 왕이 티탄들에게 혼이 난다는 줄거리이다.「폼페이 최후의 날」과「헤라클레스의 복수」도 발표했던 테싸리 감독은 나중에 총잡이 링고를 주인공으로 삼은 두 편의 스파게티 웨스턴을 만들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 pp.183~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