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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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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153*210*30mm
ISBN13 9788972753964
ISBN10 89727539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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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어머니가 시골 밭에서 일하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외딴방』에 그려진 모습입니다. 어떤 자연의 파괴에도 굴하지 않고, 어머니는 농작물을 지켜오셨습니다. 포기할 줄 모르는 그 어머니만은 ‘자연’에게 무서운 존재라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작고 수수하고 인내를 요구하는 하루하루의 삶만이 마지막에 남겨진 결실이 된다고 신경숙 씨 어머니 모습이 내게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이것만은 어떤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땅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겨난 큰 힘이라고요. 나라나 국경, 정치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밭의 작물은 인간의 손길로 풍요롭게 여물어,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줍니다. 우리의 말(언어)도 마찬가지로 땅에서 멀어질 수 없습니다. 바다로부터 산으로부터도.
우리는 유감스럽게 밭일이 아닌 말을 짓는 일을 택했습니다. 얼마나 헛된 일인가 하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땅 냄새를 잊지 않고(‘바다파’인 사람이라면 바다 냄새가 되겠군요) 당신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인내의 힘을 자신의 말로 작품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 발 한 발 산을 오르듯이.
- <산과 땅을 생각하며> 중에서

세 번째 편지를 쓰려고 하니 지난번 두 번째 편지를 처음 읽었던 순간이 다시 생각납니다. 편지를 읽은 후의 여운에 한참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멍하니 앉아 있었지요. 나중에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하염없이 또 앉아 있었지요. 츠시마 유코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느라구요. 두 번째 편지를 읽다보니 뭐라고 정확히 명명할 수는 없지만 츠시마 님의 소설쓰기(글쓰기)의 운명을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츠시마 님.
서로 무슨 얘기를 쓰자고 미리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지난번 편지에서 우리는 결국 서로 같은 얘기를 쓰고 있었지요. 막연히 츠시마 님과 함께 글쓰기를 하면 행복할 것 같다, 라는 추측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요. 두 번째 편지를 읽은 느낌을 단순히 행복이라고만 표현할 수는 없겠지요. 얼굴을 감싸고 있다가 손바닥으로 눈이며 뺨이며를 꾹꾹 눌러대야 하는 슬픔도 교차했으니까요.
- <침묵의 언어들> 중에서

자연스럽게 지난 일년간의 우리들의 서신교환은 츠시마 선생과 나 사이의 편지 교환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편지교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라는 울타리에 갇히지 않는 츠시마 선생의 역사관과 소수에 대한 연민과 사랑, 어떤 것도 미화시키지 않고 객관화 시켜 바라보고자 하는 문학인으로서의 자세 앞에서 나는 그를 어렴풋이 알고 지낸 십년간의 친밀감을 너머 존경심을 지니게 되었다. 너무나 솔직하게 가족 이야기를 써주셨을 때 신새벽에 그의 편지를 몇 번이고 되읽으며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 일본의 어머니로 대표될 츠시마 선생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역시 한국 어머니들의 삶 중 어느 부분은 대표성을 지닐 내 어머니의 인생을 견주어 보기도 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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