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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말하게 하라

삶이 말하게 하라

: 투르카나 임연심 선교사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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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32g | 145*210*30mm
ISBN13 9788970638157
ISBN10 897063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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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서영은
1943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1968년 『사상계』 신인작품 모집에 「교」가 입선되었고, 이듬해 『월간문학』 신인작품 모집에 「나와 ‘나’」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국문학』과 『문학사상』에서 편집자로 오랜 기간 일했고,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과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소설집 『사막을 건너는 법』, 『먼 그대』, 『황금 깃털』, 『사다리가 놓인 창』, 『시간의 얼굴』, 『 꽃들은 어디로 갔나』, 산문집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등이 있다. 「먼 그대」로 제7회 이상문학상과, 「사다리가 놓인 창」으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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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심- 아프리카에 다녀오면 며칠씩 그 참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금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곤 했어요. 한번은 르완다에서 난민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데, ‘네가 전하라’ 하시는 음성이 들려왔어요.
서영은- 하나님 음성은 난데없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성경을 읽다가 유독히 마음에 깊이 박히는 말씀이 있잖아요. 바로 그 말씀을 통해 계시가 역사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런 말씀이 있는데, 선교사님께는 그게 어떤 말씀이에요?
임연심- 그 이야기에 저도 공감해요. 신학교 다닐 때 「요나서」를 읽는데, 죽고 살기를 반복하며 간구하는 요나의 연약한 마음을 제게 비추어보면서 많이 부끄러웠어요. 4장 10절에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배양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망할 이 박 넝쿨을 네가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치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육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아끼는 것이 어찌 합당치 아니하냐’ 하는 말씀이었는데, 제가 부끄러웠던 것은 아프리카에 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런 참상을 보시면서 왜 잠잠히 계시는가, 하고 공평한 사랑과 정의로움을 그분에게만 바랐던 점이 돌연, ‘너는? 너는 왜 가만히 있느냐’ 하는 뜻으로 제게 돌아왔어요
---「베를린 순복음신학교 학생이 되다」중에서

투르카나(Turkana). 케냐 북부에 위치한 준 사막지대, 나이로비에서 700킬로미터, 자동차로 가면 스물세 시간 정도 걸리는 곳, 정부에서도 출입을 통제하는 곳, 부족 경계를 넘기 위해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하는 곳, 항시 푸코 족과의 다툼으로 지역 전체가 전장이나 다름없는 데다 입을 옷이 없어 남녀가 거의 벗은 상태로 지내며 독사, 전갈, 독거미의 지뢰밭에 한 모금의 물이나 한 주먹의 양식도 귀한 열사의 극지. 그럼에도 ‘지원한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을 굳이 선택한 것은, 언제나 그녀의 행동을 이끄는 단호한 지침인, ‘육이 원하는 반대 방향’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임연심은 기어이 투르카나까지 가야만 그 순전한 성품으로 해서 누구도 만나지 못한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60쪽, 「육이 원하는 반대 방향」중에서
이 길을 지나다닌 사람들은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선교를 위해서만도 적지 않은 사역자들이 위험을 무릅쓰며 오갔고, 그중에는 강도를 만나 희생된 사람들도 있다. ‘네가 가서 전하라’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그들의 뒤를 이어 그곳에서, 그곳 사람들과 같이 살기 위해 그녀도 ‘간다’. 이제 그녀의 헌신적 순종으로, 악이 저지른 무고한 피로 붉게 물든 세상의 길은 약속의 길, 사랑의 길로 바뀌게 될 것이다.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 돌봄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의 끝에서 퀭한 눈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선연하게 보였다. 이제 그녀에게 ‘본다’는 것은 마음 안에 지워지지 않는 길을 낸다는 뜻이다.
---「혼자 가는 길」중에서

임연심- 내가 있을 곳은 여전히 투르카나라는 거지요. 제가 받은 소명은 하나님과 저의 관계이지, 여의도 선교국이 파송하라 말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어요. 언니는 제가 퇴직금이랑 보험금을 모두 가지고 다시 투르카나로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너의 나중 일을 생각해서라도 그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리더군요. 투르카나에서 그날 밤 제가 만난 하나님은, ‘오늘이라도 네 목숨을 내가 거두어간다면 네 손에 있는 것이 억만금인들 무슨 소용이냐’라고, 존재의 본질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신 분이셨어요. 그 깨달음을 다시 마음속에 품으니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더군요. 목숨까지도 대수로울 것이 없는데 무엇이 두렵겠어요. 교회에서 권세와 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저의 뒷전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행하든, 그것은 하나님과 그들과의 문제지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중에서

나이로비에 있는 임 선교사의 아파트 셋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텅 비어 있었다. 책상 위에 장례식비라고 쓰인 봉투 하나와 선물로 받은 반 실링짜리 구슬반지 하나가 그곳에 남아 있는 유품의 전부였다.
그 구슬 반지는, 이 세상에 무거운 육신을 벗어놓고 빛처럼 환하고 가볍게 거듭난 한 영혼이 홀연히 날아가면서 떨어뜨린 무지개빛 깃털 같았다.
---「남은 자들을 위한 레퀴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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