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싫증이 났다거나 하는 그런 기분이 든 적은 없니?' 하고 내가 말했다.
'내 말은 내가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느냐..말이야...'
----pp.177-178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야 하겠죠. 아마 농장이 아니라 삼촌을 제목으로 취했어야 되었을 겁니다. 그게 가장 흥미로운 것이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무엇이 가장 재미 있는가를 알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말하는 사람이 적어도 흥미를 갖고 있는데다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
---pp.246-247
많은 사람들.. 특히 이 곳 병원에 있는 정신분석 전문의가 이번 9월부터 학교에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하겠느냐고 자꾸만 묻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이처럼 어리석은 질문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나야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긴 하지만 그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다....
--- p.282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담 말야...몇 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하루종일 그 일만 하면 돼...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 p.250-251
내가 문을 닫고 거실쪽으로 걸어갔을 때 선생은 내게 뭐라고 소리질렀지만 나는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틀림없이 '행운을 빈다!'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제발 그런 말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제발 맹세코 그런 말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생각해 보라. 정말 끔찍한 말이 아니고 무엇인가?
--- p. 27
나는 조용히 D.B.의 방으로 들어가서 책상 위의 전등을 켰다. 피비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불을 켜고 난 다음 나는 피비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애는 얼굴을 베개에 약간 파묻은 채 자고 있었다. 우습게도 입을 벌리고 자고 있었다. 어른이 입을 헤벌리고 자면 그야말로 꼴불견이지만 어린애는 그렇지 않다. 어린애는 베개에 침을 마구 흘리고 자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법이다.
--- p.231
'나는 '만나면'을 붙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구나. 어쨌든 말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어린 아이들이 다같이 어떤 게임을 하는 장면이 눈에 선하단다. 몇 천 명의 애들이 있을 뿐 주위엔 아무도 없어. 나 이외에는 어른이 하나도 없단 말이야. 나는 위험한 벼랑 끝에 서 있는 거지. 내가 하는 일이란, 누가 잘못해서 벼랑으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생기면, 그애를 붙잡아주는 거지. 말하자면 애드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보지도 않고 뛰잖니? 그런 때에 나는 어디선가 재빨리 달려나와서 그애를 잡아주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는 거라구. 호밀밭에서 붙잡아주는 역할,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지.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바보같은 짓이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건 그것밖에 없는 걸. 바보같은 짓이란 건 알고 있다고'
--- p.248-249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 본단말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 가에서 떨어질것 같으면 얼른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거지. 바보같은 짓인줄은 알고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