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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늘도 소금땅에 물 뿌리러 간다

엄마는 오늘도 소금땅에 물 뿌리러 간다

홍성사 믿음의 글들-33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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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04g | 140*203*20mm
ISBN13 9788936503369
ISBN10 8936503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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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유진
아름다운 것과 참된 것을 늘 열망하며 살아간다. 꽃을 좋아하고, 음악과 친구를 좋아하고, 숲과 바다를 좋아하고, 혼자 걷는 시간을 좋아한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반평생 동안 책을 만들며 살아왔다. 웃음과 눈물과 노래는 하늘에서 내려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감사하고 감탄할 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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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아이와 다툰 뒤에는 무작정 달리러 나가는 버릇이 들었다. (중략) 어떤 날, 달리는 도중 차가운 비를 온몸에 맞고 집에 오니 아들이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한다. 엄마를 울리기까지 괴롭혀 놓고, 막상 엄마가 집을 나가니 버림받을까 봐 겁이 났던 걸까. 힘센 팔로 엄마 목을 끌어안으며 “날 미워하지 마세요” 하며 부르짖는다. 힘이 너무 세서 목이 졸려 온다. 숨이 턱 막힌다. 팔이 철봉같이 완강해서 풀 수가 없다.
“이거 놔…. 숨을 못 쉬겠어.”
낑낑거리며 풀려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화가 아직 안 풀렸지만, ‘화 안 났다’ ‘용서한다’ 말하지 않으면 울고 있는 아들에게 목 졸려 죽을 지경에 처한다. 멀리서 보면 코미디 같은 풍경이다.
---「사춘기」중에서

엄마, 엄마. 아이들이 보통 돌 전에 배워 불러 주는 정다운 말.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말. 그러나 자폐 아들은 ‘엄마’란 명사를 문장의 주어로는 사용하지만 호칭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내 아이 입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말. 다정한 그 말, 엄마.
---「결핍에 대하여」중에서

저녁 밥상에서 이런 대화가 오간다.
“섭아, 오늘 하루 종일 뭘하고 지냈니?”
“글씨도 썼기 때문에.”
“글씨를 썼어?”
“어른이 될 때까지. 나중에 생각하는.”
“???”
“꿈꾸었던.”
“….”
“결혼식 초청장이기 때문에.”
“아, 그랬구나.”
외계어도 아니고 외국어도 아니다. 엄연히 우리나라 말이다. 다만, 내 아들만의 문법일 뿐이다. 만 19해 동안 이런 말을 들으니 이젠 통밥으로 조금이나마 통역이 가능하게 되었다. 저 녀석이 한 말의 뜻은 대충 이렇다. “결혼식 초청장을 쓰면서 지냈어요. 어른이 되면 꿈꾸던 결혼식을 할 거거든요.”
이 정도면 아주 용한 통역이라 본다…. 그런데 아들아, 10년 뒤 결혼식 청첩장을 벌써 써놓다니, 너무 성질 급한 거 아니니? ---「거울 앞에서」중에서

내가 우는데 네가 울지 않는다. 나는 웃는데 너는 웃지 않는다. 이것처럼 사람을 외롭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천륜으로 맺어진 사이라는 엄마와 아들이 감정을 공유하지 못함은 극도로 고독한 일이다. ---「공감 없음은 너의 아픔」중에서

어느 날, 아들 녀석은 수업 시간에 맞추어 들어가지 않아 선생님들을 당황하게 했다. 전자시계처럼 정확한 아이가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니 놀랄 수밖에. 이리저리 아이를 찾아 나선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멀지 않은 개천가 체육시설에서 바퀴를 빙빙 돌리며 운동하고 있는 녀석을 발견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얘기를 들은 엄마들은 다들 나를 부러워했다.
“세상에, 수업을 땡땡이치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부러워라.”
자기만의 패턴이 확고한 자폐 성향의 아이가 어느 날 전혀 엉뚱한 짓을 하다니, 엄마로서 이렇게 기쁜 일이 또 있으랴. ---「기쁨과 슬픔은 징검돌」중에서

울다 지쳐 눈은 붓고 머리는 산발한 사람 곁에 살그머니 앉아 말을 걸어 본다. 수줍고 어눌한 한 사람이 손을 내민다. 가만히 눈을 들여다본다. 손을 꼭 잡으며 어깨를 끌어안으며 속삭인다. 당신도 아프군요. 혼자 울지 말고 같이 울어요.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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