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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서커스

시인과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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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664g | 146*217*30mm
ISBN13 9788992036504
ISBN10 89920365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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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강렬한 눈빛으로 젬을 쏘아보았다. 젬도 그를 바라보았다. 젬은 마치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때처럼 눈이 부셨다. 블레이크의 날카로운 눈빛은 젬이 쓰고 있는 가면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젬이 겪은 모든 낯선 경험들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동안 젬은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블레이크는 그의 내면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것 같았다. 런던의 새롭고 낯선 것들에 대한 그의 두려움, 메이지와 부모에 대한 걱정, 로지 와이트만의 모습을 보았을 때의 충격, 매기에 대한 놀라운 감정들, 형과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그의 깊은 슬픔, 혹은 떠나버린, 혹은 그 자신을 포함하여 떠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슬픔까지도 모두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스미스필드에서 맡았던 삶과 죽음의 향기,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옷차림들, 세인트 자일스에서 본 부랑자들, 매기의 웃음소리, 매기의 코에서 묻어나 온 피, 그 모든 것이 젬에게는 충격이었다.
--- pp.246~247

“당신은 매일 밤 극장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떠나고 횃불이 꺼지고 극장 문이 잠기고 나면 공연의 기억 외에 무엇이 남습니까?”
“아주 멋진 기억이지요.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기억이 춥고 외로운 수많은 밤들을 버티게 해줄 테니까요.”
“그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당신과 내가 다른 겁니다. 내 노래와 그림들은 추억이 되지 않아요. 그것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언제든 볼 수 있지요.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요? 그런 게 어디 있지요? 전 본 적이 없는데요.”
“그렇다면 당신의 머리는 밖으로 나오려는 생명의 아우성으로 시끄럽겠군요. 그 아우성 때문에 잠들기가 쉽지 않으시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신 얘기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은 머릿속의 생각들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반면, 저는 말이나 곡예사나 무용수들을 보이지 않는 기억으로 만든다는 거군요.”
“바로 그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엔 당신과 내가 둘 다 필요하겠군요.”
--- pp.125~126

“인쇄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주로 어떤 책을 인쇄하시죠? 프랑스 혁명에 관한 글도 쓰십니까? 빨간 모자를 쓰신 적이 있다지요? 토마스 페인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 자의 작품을 소지하고 계신가요? 직접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글을 쓸 때 군주제에 대해 회의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십니까? 이 결의문에 서명을 하실 겁니까?”
그 모든 질문에 대해 블레이크는 수평선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듣고 있는 것 같았지만 대답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 질문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침묵이 존 로버츠를 더욱더 화나게 만들었다.
“대답을 할 겁니까? 아니면 침묵으로 자신의 죄를 은폐하실 겁니까?”
그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직접 당신의 죄를 밝혀내야 되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그는 들고 있던 횃불로 그의 집 정원을 가리켰다. 그의 극적인 동작은 횃불에서 떨어진 작은 불씨가 마른 나뭇잎에 떨어졌다가 짙은 안개 때문에 저절로 사그라지는 바람에 효과가 반감되었다.
--- pp.353~35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는 아름다운 시를 남긴 영국 낭만주의 시의 선구자 윌리엄 블레이크. 서커스단의 화려한 공연이 최고의 화제가 되는 작은 마을에서 프랑스 혁명을 지지하는 빨간 모자를 쓰고 정원에서 알몸으로 ≪실낙원≫을 읽는 그는 신비로운 괴짜이다. 그의 정원에 이웃집 소년소녀가 찾아오고, 블레이크는 아이들에게 시와 그림을 보여준다. 천국과 지옥이 결국 똑같이 아름다운 곳이며 지상은 그 두 세계가 충돌하는 곳이라는 그의 생각처럼, 소년소녀는 기쁨과 아픔을 겪으며 성장해간다. 순수의 세계에서 경험의 세계로 극적인 통과의례를 치르는 이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불현듯 잊었던 세계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은 결국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런 책이다. -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

슈발리에는 생생하고 사실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데 천부적이다. - 타임스

독특한 인물과 가족에 대한 섬세한 묘사,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현된 조지 국왕 시대의 런던. - 선데이 타임스

적재적소에 사용된 블레이크의 시는 비열한 세상에서 환하게 불타오른다. - 워터스톤즈 쿼터리 리뷰

슈발리에의 소설은 바람처럼 상쾌하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쓴 야심작. - 데일리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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