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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건들의 신화

작은 물건들의 신화

: 휴대폰에서 초음파 사진까지, 이미지와 사물은 어떻게 만나는가

대림이미지총서-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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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49쪽 | 507g | 153*214*30mm
ISBN13 9788988804438
ISBN10 898880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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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사물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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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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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세르주 티스롱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 '엘르', '르탕 모데르느' 등의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문화성 등의 위촉을 받아 이미지가 아동과 청소년 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3년 간에 걸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은책에 『정신분석학자가 보는 탱탱』, 『이미지 안에는 조종사가 타고 있나요?』, 『이미지의 정신분석, 가상현실의 최초의 선들』, 『이미지의 행복』, 『사용법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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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 장(章)에서 로레알사의 지면 광고가 어떻게 ‘미래’의 개념을 표현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이제는 로레알사가 어떻게 영화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약 28초 분량의 이 광고가 진행되는 동안, 소비자는 자신이 단순히 패션모델 클라우디아 시퍼`Claudia Schiffer가 어떤 미용크림의 효능에 대해 선전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듣고 있는 것은 하나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광고가 노리는 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이 여자 모델이 아니라, 이 이야기에 자신을 동일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늘 그렇듯이 이 이야기도 하나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이것은 이 광고가 계속되는 내내 번갈아가면서 들리는 어떤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에 의해 암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실-물론 숨겨진 방식으로이긴 하지만-이미지다.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것이 어떤 만남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하는 이 글을 읽으며 놀랄지도 모른다. 이 광고에서 그렇게 보이는 요소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3초 정도 되는 길이의 짤막한 시퀀스들로 구성된 이 광고는 보는 사람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연속되는 시퀀스들 사이를 관류하는 어떤 숨은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끔 이루어져 있다. 이 사실은 광고를 이루는 시퀀스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1~4초 : 클라우디아 시퍼의 모습이 정면에서 비쳐진다. 소비자에게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여러분, ‘수분크림’만으로 만족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무의식에는 이 표면적인 슬로건 위에 겹쳐지는 또 하나의 말이 감지된다. 마치 클라우디아 시퍼가 피차 알고 있는 어떤 내용을 눈을 찡긋하면서 암시라도 하듯이…… ‘여성 여러분, 이제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이 수분 공급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 자신 안에 있잖아요?’ 사실 그 ‘축축한 곳’을 누가 여성보다 더 잘 알고 있겠는가?

■ 4~8초 : 유혹의 작업에 있어서 여성의 협력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나타난다. 그것은 미용크림이 담긴 병이다.

■ 9초 : 이 시퀀스는 단 1초 간 지속되나, 그 1초 동안 정말이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한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으며, 또 그녀를 향해 여러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이 불빛은 실제로는 어떤 조명기사가 비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퍼는 여배우이며 따라서 이 장면은 그녀의 직업에 대한 하나의 암시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표면적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패션모델은 무대에 서기 전에 로레알의 미용크림을 바른다. 그러나 이 이미지에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약간은 공격적인 이 조명의 불빛은 클라우디아 시퍼가 옆을 지나갈 때 ‘플래시를 터뜨리는’ 남성의 이미지이다. 따라서 여기서 켜지는 것은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남성의 욕망이다.

그리고 여기서 빛나는 것은 전구(電球)가 아니라 그의 시선이다. 여기서 패션모델 자신이 말하고 있는 “난 그걸 느끼고 있어요”라는 텍스트가 이 사실을 확인해준다. 물론 소비자는 이 문장을 방금 전에 모델이 말했던 미용크림의 ‘효능들’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광고 이미지를 동반한 채 제시되는 텍스트의 의미를 이 이미지와의 논리적 연관 속에서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이 경우 이미지는 욕망에 의해 점화된 남성의 시선에 대한 은유이며, 여인은 자신에게 던져진 이 시선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10초 : 이제 등이 보이게 돌아서 있는 클라우디아는 유혹적이고도 공모자적인 자태로 고개를 돌린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을 거라 상상하게 된다. ‘남자분… 저를 따라오세요.’

■11초 : 여배우의 손이 그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표면적인 논리를 따르자면, 이 시퀀스는 여배우가 그녀의 얼굴에 미용크림을 바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 이 쓰다듬는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이 될 수도 있다. 사실 화면상으로만 볼 때에는 이 손이 꼭 모델 자신의 손이어야만 한다는 단서는 없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환상 속에서, 이것은 클라우디아 시퍼의 얼굴을 애무하고 있는 어떤 손일 뿐이다. 아마 조금 전에 나온 남자의 손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접촉 성공!’

■12초 : 여배우는 다시 몸을 돌린다. 이 자세는 시퀀스의 표면적 논리를 따르자면 이 유명한 미용크림을 얼굴에 바른 여배우가 이제는 그것의 매혹적인 힘을 확인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숨은 의미는 전혀 다르다. 최초의 만남이 있은 후,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 온 것이다. 소비자는 그녀가 그녀로 인해 욕망이 점화된 남자에 의해 부드럽게 애무되었다고 상상한다(물론 이 상상이 그의 의식 속에서 명확히 고백되지는 않지만). 그리고 나서 그녀는 몸을 돌려 작별인사를 한다. 아마도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리라……

■13초 : 이제 그녀의 얼굴 위에 놓인 것은 두 개의 손이다. 실제로 이것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클라우디아의 양손이다. 하지만 이 손들은 그녀의 위에 있으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안고 있을 어떤 남자의 손들을 암시한다고도 할 수 있다. 여인의 얼굴에 나타난 기쁨에 찬 표정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 장면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일종의 성관계를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14~15초 : 여배우의 얼굴 위에는 광선들이 집중되고 있다. 이 동영상이 보여주는 표면적인 메시지는 이 미용크림은 ‘피부 속에 잘 스며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객이 무의식 중에 떠올리는 것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장면들의 무의식적 논리 진행에 따라, 어떤 성적인 스며듬, 즉 성적 관통의 의미이다. 여기서 모델은 마치 여성의 성기가 남성의 그것에 대해 열려지듯이 그녀를 향해 집중되는 광선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쾌락의 표정이 덧붙여진다. 반쯤 눈을 감은 클라우디아는 ‘나는 그걸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는 동작을 하면서. 어떤 여자가 눈을 반쯤 감고 ‘나는 그걸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할 때, 그녀가 지금 성적 감동을 받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이 의미는 이 문장의 첫 번째 의미, 즉 이 숨은 의미를 교묘히 은폐하고 있는 의미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는다. 이 두 개의 의미는 동시에 제공되고 있으며, 관객은 이 두 개의 의미를 동시에 감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 개의 의미는 각각에 결부된 욕망들을 서로 교환한다. 그것은 유혹하고자 하는 욕구이며, 미용크림의 사용과 명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즐기고자 하는 욕구인데, 이것은 물론 미용크림의 사용과 명시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문제는 두 번째 의미를 환기시키는 이미지들이 첫 번째 의미를 잊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언제든지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불안감을 방지하기 위해, 이 광고를 만든 사람은 명백하고도 강력한 암시를 통해 미용크림을 광고의 전면에 위치시킨다. 하나의 목소리가 다음과 같이 방백(傍白)한다. “퓌튀르-`e는 당신의 피부가 필요로하는 바로 그곳에 순수한 비타민 E를 공급해드립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광고는 이 미용크림과 남성을 연결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여기서 미용크림은 ‘여성의 피부가 가장 필요로하는 그곳’을 충분히 애무해줄 세심한 남성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떤 물건에서 단 하나의 의미만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휴대폰을 ‘남근적 물건’의 범주에 넣고자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원하지만, 동시에 아무도 소유하지 못하는, 모든 권력에 대한 상징으로서의 남근(男根)적 물건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휴대폰은 과거 자동차의 배턴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춘, 공격적인 몸체에 상어처럼 뾰족한 지느러미를 가진 50년대의 자동차들 말이다. 하긴 휴대폰에도 ‘남근적 물건’이라고 불릴 만한 특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의 크기는 오히려 작은 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의 목소리가 닿는 범위를 엄청나게 늘려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아주 멀리까지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남근이라는 것이 보다 더 높은 높이로 오줌을 눌 수 있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고 본다면, 휴대폰은 어렸을 적 꿈꾸었던 남성의 이와 같은 능력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안도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 디자이너들 자신부터가 이러한 일률적인 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근적인’ 휴대폰은 그것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개의 성(性)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1999년 한 해 동안,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가 방영됐다. “당신 것은 따르릉~ 하고, 내 것은 웅~ 해요.”

이 말은 휴대폰의 진동이 그녀의 내밀하고도 깊은 곳을 자극한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써 종래 휴대폰의 전화벨 소리를 갑자기 유치하고 구닥다리 같은 위치로 격하시키고 있다. 최초의 전화들이 볼품없는 알람시계처럼 벨을 울리면서 그들의 사용자를 부른 반면, 이 새로운 이동전화들은 사용자를 진동시키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광고의 영역을 벗어나 사용에 관한 측면만을 고찰해보면, 휴대폰만큼 본래의 용도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모든 용도로 쓰이고 있는 물건도 드물다.
--- pp. 24 ~ 25
백마 탄 기사, 즉 멋진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자들만이 아니다! 역사상 모든 혁명가들 역시 항상 이 멋진 왕자님들을 기다려왔다. 물론 그들이 기다린 것은 ‘멋진’의 형태라기보다는 ‘왕자님’의 형태이긴 했지만…… 그리고 우리 역시 누군가 나타나서 마치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그랬듯 ‘오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 즉 ‘내가 너를 선택했노라’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린다.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라는 슬로건이 갖는 효력은 바로 이 말이 갖는 이러한 양의성(兩義性) 덕분이다. 이 문장은 자신이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록 비쌀지라도 고급 제품을 사겠다고 결정한 어떤 고객의 의식적인 결정 이유를 나타내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이 문장은 기적적인, 그리고 전능한 제품에 의해 선택된 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 경우, 물건을 선택한 것은 고객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문자 그대로 이 물건에 의해 선택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러나 이 광고가 포함하고 있는 이러한 은근한 청유(請由)는 그것이 무의식적인 상태로 있는 한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만약 광고가 소비자를 검지 손가락으로 겨누어 가리키면서 ‘그가 너를 선택했으니, 그를 따르라!’라고 말한다면, 누구도 그 제품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우리 문화 속에서 전통적인 종교적 준거점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물건들과 또 그것들과 연관된 새로운 이미지들은 이 종교적 준거점들과 동일한 기능을 담당해가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에 의해 구축되는 시각적 외피는 항상 우리를 초월하는 어떤 힘에 대한 은유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효력을 갖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제품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제품에 의해 선택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영역에 있어서, 이미지는 인간 영혼의 일반적인 특성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카리스마적인 지도자는 ‘나는 당신이 필요하오’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당신에게는 내가 필요하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는 권력자는, 항상 확신을 줄 수 있는 토대가 없기 때문에, 서둘러 자신이 어떤 초월적인 힘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라고 덧붙이게 되는 것이다! 절대권력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기 자신이나 자기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어떤 질서에 대한 종(從)들이라고 주장한다.

독재자들은 언제나 그가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혹은 섭리나 조국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새로운 것이 있다면, 바로 광고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자기가 어떤 예외적인 소명을 가진 존재라는 환상을 품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소비자는 그가 소비할 물건이 결국은 인간이 만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꾸로 자신을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이는 원시인들이 자신은 물신(物神)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것과 어떤 의미에서는 같은 현상이다). 만약 미용크림을 사용하는 사람이 이 마법의 제품에 의해 선택받은 자가 되기를 꿈꾼다면, 이는 그 미용크림에 의해 자신이 완전히 변형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교적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에 대한 숭배 역시 결국 일종의 종교가 아니겠는가.
--- pp. 225 ~ 227
물 속에서 춤추듯 유영하고 있는 아기들을 연출한 지난번 에비앙Evian 생수 광고는 방송계에 일어난 일대 사건이었다. 이 광고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편지들이 에비앙사에 쇄도했으며,53 어떤 소비자들은 요즘 너무나도 자주 텔레비전 화면을 더럽히고 있는 폭력과 에로티즘에서 벗어난 즐겁고도 순수한 광고를 드디어 보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헤엄치는 아기들은 정말로 그토록 순수하기만 한 것일까?

우리가 우선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광고가 연출하고 있는 것이 실은 성인들의 사회생활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광고에서 성인들의 사회생활은 알아보기 힘들도록 두 방면으로 교묘하게 위장되어 있다. 우선 어른들이 아기들로 변해 있고, 다음으로 이들이 사는 공간은 자유로운 대기권이 아니라 물 속이다.
실제 인생의 출발은 어머니의 뱃속이라는 수중 세계에서 빠져나와 대기권 속으로 뛰어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는 탄생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광고는 정반대로 물 속으로의 다이빙과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이것은 고독한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수중 ‘목욕’은 ‘사회적 환경’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이다.

여기서 헤엄을 치는 아기들은 성인들이 사회 속에서 그러하듯 서로 마주치고, 쳐다보고, 혹은 서로를 모른 채 지나친다. 때로 그들 각각은 자기만의 ‘수포(水泡)’ 속에 갇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곧 보이지 않는 어떤 힘들이 이 흩어진 존재들을 다시 모이게 만든다. 또 갑자기 이들 중의 하나가 불쑥 솟아올라 다른 사람들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잠시 다른 사람들 위에서 그렇게 그들을 지배하듯 떠 있다가 다시금 그들 가운데로 내려간다. 정말이지 이러한 수영은 우리의 일상 생활을 본뜬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종종 혼자 물장구치며 놀기도 하고, 가끔은 상승하기도 하며, 또 다소간 정당화될 수 있는, 길게 혹은 짧게 지속하는 집단들이 조직되기도 한다.

때로는 물고기들 같기도 하고 때로는 잠자리들 같기도 한, 그리고 꿈 속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는 이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과 너무나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들의 가장 무질서해 보이는 몸짓들조차 결국에는 완벽한 전체적 구성을 이루게 된다. 때로 그들은 난자 주위를 도는 정자들처럼 모이기도 하고, 때로는 특수촬영에 의해 포착된 꽃잎들처럼 서서히 벌어지기도 하며, 또 때로는 보이지 않는 베틀에 걸린 실들처럼 서로 교차하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의 불균형은 전체가 이루는 조화로운 균형 앞에서 사라진다. 그리하여 우리도 꿈꾸기 시작한다. 우리가 매일 행하는 보잘것없는 동작들, 단지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행하는 그 불쌍한 몸짓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전체적 형상 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를`…`… 그러므로 이 물 속의 율동적 움직임들은 단지 병치(竝置)된, 그러나 서로 아무런 관계 없이 고립된 개인적 행복에 대한 이미지일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함께 있음’에 대한 이미지, 다시 말해 행복한 집단에 대한 환상의 실현이기도 한 것이다.
--- pp. 237 ~ 238
■16초 : 이제 피부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바로 1초 전에 그녀는 유익을 가져다주는 물결과도 같은 미용크림을 흡수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그녀 자신이 물결들을 외부로 방출하고 있으며, 이 물결들은 동심원적 형태로 퍼져나간다. 그녀가 발하는 눈부신 빛은 피부에서부터 다시 스며나온 미용크림이 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녀가 고양시킨, 혹은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는 그녀의 내적인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여인의 피부 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e’는 이러한 연금술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e’는 최소한 불어에서는 가장 뛰어난 형태의 여성적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명사나 형용사들을 여성형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이를 동반하고 있는 신화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얼굴은 자신의 매력보다는 차라리 남성의 사랑에 더 큰 확신을 갖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다. 남자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그녀는 이번에는 그녀 주위에 사랑의 빛을 발산한다. 우리는 여배우의 시선이 처음으로 다른 곳을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무한을 향한 시선인 것이다.

■17초 : 다시금 여배우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눈에 어떤 짓궂은 표정이 어려 있다. 이것을 본 관객은 이 여인이-그 유명한 미용크림은 아니라 할지라도-사랑의 덕을 충분히 보았을 것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초 : 이제 그녀 뒤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무언가를 보여준다. 그는 이미지의 우측에 서 있다. 그런데 항상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는 시간의 축에 따르면 이 방향은 미래의 방향이다. 여기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선언한다. “일주일 안에, 당신의 피부는 더욱 매끄러워질 것입니다.” 이 말은 일주일 동안 미용크림을 바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애무를 받는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할 수는 없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은 내밀한 환상에 대한 진실이지, 의학적 효과에 대한 진실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남자의 목소리가 여성에게 그녀가 원하는 메시지를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피부, 참 곱군요!”

■21초 : 클라우디아 시퍼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 나타난 것 중 가장 여유있게 이완되어 있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이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어요. 그것이 더 젊어졌다는 것을.” 여기서 ‘그것’이란 그녀의 피부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자의 사랑에 의해 젊어진 여성 일반을 말하는 것인가?

■23초 : 그녀는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걷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꿈에 불과했던 것일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이 처음의 장면으로 되돌아감으로써 그 중간에 나온 시퀀스 둘레에 하나의 테두리가 그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이 테두리 안에 위치한 시퀀스는 상상의 결과였다는 듯……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현실의 테두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테두리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27초 : 미용크림을 담은 작은 통과, 같은 제품을 담은 조그만 튜브의 이미지가 나타나고, 그 위에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의 목소리가 겹친다.
마지막 장면에 나타나는 이 둥그스름한 크림통과 길쭉한 튜브의 이미지는 꿈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은유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암시하는 것은 물론 성(性)의 차이이다. 풋내기 프로이트 학자는 이것을 발견하고 ‘아하, 이젠 알겠어!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구먼!’ 하고 신이 나서 외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맞기도 하고 동시에 틀리기도 하다. 실제로 이 은유가 효율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은유가 어떤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시퀀스 전체를 관류하는 복합적인 시나리오 덕분이라는 사실을, 즉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주려 노력한 이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장면은 그에 앞선 장면들 속에 숨어 있는 모든 무의식적 의미들의 근거 위에서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로레알L'Or al이란 단어를 이루고 있던 글자들이 ‘로레알, 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라는 슬로건과 함께 시퀀스가 끝날 때까지 조심스런, 그러나 에로틱한 발레를 추기 시작한다. 발기와 수컷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철자 R은 여성의 입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철자 O를 희롱하며 논다. 아마 갱즈부르가 있었더라면 ‘O 속의 R’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으리라! 광고업자들은 이런 광고를 만들면서도 그 같은 의미를 미처 의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누가 알겠는가?-반대로 너무 강하게 의식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이 광고를 통해 관객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의 ‘잠재의식적’ 이미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저 그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해주면 되는 것이다. 관객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말이다.
--- pp. 246 ~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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