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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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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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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7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215394
ISBN10 897221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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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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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창원
1929년 평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외과를 수료하였고, 현재 자유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할아버지가 아주 어렸을 적에》,《할아버지가 보내는 편지》가 있고, 번역서로는《식물일기》,《곤충일기》,《신기한 곤충 도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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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여우 헬렌의 불행은 아마도 교통사고 때문이리라. 얼핏 보기에 몸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게다가 냄새도 맡지 못하고 식욕도 전혀 없었다. 헬렌 켈러 이상의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우리 집에 왔던 것이다.
며칠째 헬렌의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서 나와 아내는 노심초사했다. 헬렌은 앞을 보지 못해 넘어지거나 머리를 부딪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가까이에 있는 것을 물어뜯었고, 결국은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진정시키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써 봤지만 손만 두어 번 물리고 효과는 없었다. 발작 증세는 계속됐고 자기 혀를 깨물었는지 입 안은 피투성이였다. 이젠 더 기다릴 수 없었다. 나는 수의사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처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밖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이것 봐요. 헬렌의 얼굴이 다시 편안해졌어요.”
--- p.61 중에서

그런데 갑자기 터널의 한가운데로 태양이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타오르는 커다란 불덩어리 같았다. 나는 “으악!” 하고 소리 지르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5분쯤 추분의 석양에 넋을 잃었다. 동서로 뻗은 길에는 1년에 두 번, 길 바로 위로 해가 뜨고 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을 그때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구획이 정확하기 때문에 태양이 춘분과 추분에 길 위로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어 해마다 추분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그 자리를 찾아가 삼각대를 세웠다. 그리고 4년 동안 추분을 전후한 며칠 동안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의 석양을 찍으러 그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 아무도 다니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나의 계산착오이자 상상력의 빈곤이었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내 곁에는 언제나 몇몇이 있었다.
다람쥐, 들쥐, 그리고 하늘다람쥐……. 그 길은 많은 동물들의 통로이자 드라마의 무대였던 것이다. 자연이란 무대는 관객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내보낼 배우와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었다.
--- p.136 중에서

눈이 쌓이면 대지는 수다스러워진다. 지나가는 자의 흔적을 모두 담아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럴 때 방풍림을 걷다 보면 너무나 많은 흔적에 놀라게 된다. 예를 들면 여름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쓰러진 나무가 뜻밖에도 숲 속의 고속도로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청설모의 발자국, 그것도 여러 마리가 지나간 것이 분명하다. 붉은여우와 너구리도 있다. 윗길만이 아니다. 뾰족뒤쥐, 붉은쥐, 땃쥐도 고속도로의 아랫길, 그늘진 국도를 지나가고 있다.
--- p.17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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