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협박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때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형태의 조종을 말한다. 어떤 종류의 위협이든 표현 방식은 다양하지만 그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너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중략)
감정적 협박자들은 상대가 자신의 사랑이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대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이를 주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남을 배려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때 협박자들은 당신에게 이기적이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그러면 도대체 왜 능력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 쉽게 감정적 협박에 굴복하는 걸까? 그 이유는 협박자들이 드리우는 짙은 ‘안개’ 때문이다. 여기서 ‘안개FOG ’란 협박자들이 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불러일으키는 두려움Fear, 의무감Obligation, 죄책감Guilt의 감정으로, 대개의 사람들은 그 안개에 갇혀 이것이 협박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
- 본문 <프롤로그_상대를 움직이는 교묘한 조종> 중에서
스테파니와 밥이 내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들은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상태였고 결혼생활은 파경 직전이었다. (중략)
18개월 전에 해서는 안 될 잘못을 저질렀고, 그 일로 우리 가정은 거의 파탄이 날 지경입니다. 제가 출장에서 만난 어떤 여자에게 잠시 한눈을 팔았거든요. 전적으로 제 잘못이에요. (중략) 하지만 스테파니는 그 생각에 파묻혀서 절대로 마음을 돌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그 얘길 꺼내요. 장인, 장모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셔야 한다든가, 아니면 영화를 고를 때, 혹은 자기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무엇을 사줘야 한다고 명령조로 말합니다. (중략) 자기가 원하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가 꼭 그걸 해줘야만 돼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죠. “당신은 내게 빚진 게 있어요. 당신이 앞으로 천 년을 산다 해도 내게 진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거예요.” (중략)
미셸과 마찬가지로 스테파니 역시 화를 낼 권리가 있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스테파니의 태도는 가혹하고 지배적이다. 그녀는 신뢰를 저버린 밥의 행위를 시시때때로 들먹이면서 비열하고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끊임없이 그를 깎아내렸다. 그녀의 위협은 너무나 명백하고 지속적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겠어.”
이 말을 통해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이제 주도권은 내게 있어.”
- 본문 <제1장 협박자들은 왜 솔직하게 요구하지 않는가?_감정적 협박을 진단하라> 중에서
자해형 협박자들이 휘두르는 최종단계의 협박은 바로 자신의 목숨을 건 협박이다. 이것이 먹힌다는 것을 아는 자해형 협박자들은 상습적으로 이 협박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는 똑같이 반복되는 이 협박을 건성으로 대하다가, 어느 날 정말 119구급대의 응급조치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젊고 매력적인 화가 이브는 마흔에 접어든 유명 화가 엘리엇과 동거를 했다. 처음에는 관계가 무척 좋았지만 이브가 그의 집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엘리엇의 숨 막히는 의존성이 드러났다. 그의 성격이 다소 변화무쌍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 특유의 기질’이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우울증과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중독 증세에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 (중략)
“뭐가 되었든 제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면 그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제가 그 얘기를 꺼내거나 행동에 옮길 기색만 보이면 그는 수면제를 한꺼번에 털어 넣겠다고 협박했어요. 처음엔 기가 막혀서 그냥 웃었죠. 하지만 더 이상은 농담으로 들리지도 않고 끔찍할 따름이에요.”
- 본문 <제2장 감정적 협박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_목숨을 건 협박> 중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해보자. 그래서 상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결정할 때, 우리는 책임감, 의무감, 충성심, 그리고 이타심, 자기희생 등의 많은 요소에게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요서에 대한 가치관을 지니고 성인이 된다. 이 가치관은 매우 뿌리 깊게 박혀서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생각이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부모나 종교, 사회적 신념, 언론, 그리고 가까운 사람의 영향으로 형성된 것들이다.
대개의 경우 책임감과 의무감은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설정되어 삶의 윤리적?도덕적 기초를 형성한다.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곧잘 타인의 선의와 자신의 의무감 사이에서 균형을 잃곤 한다.
협박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지, 그리고 상대가 얼마나 많은 신세를 졌는지 강조하면서 서슴지 않고 의무감을 시험대에 올린다. 심지어 얼마만 한 부채의식을 느껴야 하는지 강조하기 위해 종교와 사회적 전통을 이용하기도 한다.
준 만큼 받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상대를 압박하는 그들은 좋은 싫든 자신들의 요구대로 하는 것이 상대의 의무라고 말한다. 협박자가 그동안 너그러웠다면 이는 당하는 사람을 더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강요된 의무감과 책임감이 자리 잡을 때, 기꺼이 해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은 급속히 무너진다.
- 본문 <제3장 ‘안개’를 이용해 상대의 판단력을 흐리다_과도하게 빚진 듯한 의무감> 중에서
사람들은 상대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곤 하는데 그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단,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된다.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거절당하는 순간에는 언짢고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관계라면 힘든 것은 곧 지니가고 어떻게든 해결을 보거나 협상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협박자에게는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그들은 거절을 당하고 나면 협상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압박과 위협을 끌어들인다. 협박자들은 좌절감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 그들에게는 좌절감이 왜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남을 괴롭히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른다. 때로 좌절하더라도 그것을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협박자의 정신세계에서 좌절은 뜻을 이루지 못하거나 사대에게 실망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그들은 좌절감과 맞닥뜨리면 마음을 가다듬거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협박자에게 좌절은 상실과 박탈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엄청난 결과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로 받아들인다. (중략) 이러한 믿음은 오랜 기간 이어져온 불안, 초조에서 연유한 경우가 많으며 이는 어린 시절 겪은 어떤 사건들과의 중요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본문 <제5장 왜 협박자들은 그토록 이기려고 하는가?_좌절감을 견디지 못하다> 중에서
협박은 두 사람의 이중주다. 협박자와 더불어 피협박자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협박을 당하는 사람은 그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싶을 것이고, 어쩌면 협박자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협박의 관계를 깨기 위해서는 피협박자가 자기도 모르게 감정적 협박에 동참하고 그들의 협박을 허용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중략)
평소에는 너무나 똑똑하고 침착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딱 잘라 거절하는 감정적 협박에 그렇게 취약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내면에 감성 신경의 다발로 이루어진 예민한 스위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수위치는 가슴에 응어리로 남은 원망, 죄책감, 불안감과 취약점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본적인 기질 그리고 감수성이 만들어놓은 약점들이며,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개인의 성장사 즉, 타인과의 관계, 내면의 자아상, 그리고 과거 기억의 흔적들이 단층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가 현재 벌어지는 어떤 사건이 우리 내면 깊숙이 묻어둔 감정과 기억들을 일깨우면, 가슴에 쌓인 감정의 마개가 열리면서 사고와 이성을 뒤덮는 경우가 있다.
- 본문 <제6장 당신은 왜 협박을 허용하는가?_가슴속에 약점이 자리한 사람들> 중에서
감정적 협박은 우리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다. 바로 우리의 정체성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진실하게 표현함으로써 중심과 균형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감정적 협박에 굴복할 때마다 우리는 위 항목을 하나씩 지워나가게 되고, 자신의 온전성을 하나씩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고는 정처 없이 흘러간다.
상대의 협박을 참아내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평가에 인색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 줏대가 없지?” 혹은 “내가 이토록 약하단 말인가?” 하지만 별 것 아닌 사소한 일을 누군가에게 양보했다고 자신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사람이 좀 굽힐 줄도 알아야 하고 타협할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압력에 대한 굴복이 그다지 대수로운 일이 아닐 때도 많다.
하지만 당신에게 좋을 게 없는데도 양보하는 버릇이 생기면 당신의 자아상은 타격을 입는다.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한계선이라는 것이 있으며, 그 선을 넘어서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원칙과 신념을 저버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이 자책감의 더욱 안타까운 결과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나면, 협박자의 눈에 비친 대로 자신은 멍청이라고 믿기 시작하며, 그러고 나면 이미 자존심을 잃은 터라 감정적 협박에 더욱 취약해진다.
- 본문 <제7장 협박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_자존심에 미치는 영향> 중에서
지금부터 나는 우리의 작전계획을 알려주겠다. 우선은 협박이 시작될 때 당신이 취해야 할 첫 번째 행동으로, 이를 간단히 한 문장으로 줄이면 ‘SOS를 요청하라’로 표현할 수 있다.
‘SOS’란, 즉 멈추고Stop, 관찰하고Observe, 작전을 짜라Strategize는 것이다.
<1단계:멈춰라>
피협박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멈추는 것이다. (중략) 감정적 협박이 힘든 이유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중압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긴박한 경우, 우리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묻지 않는다. 다만 이미 상대는 요구했고, 언젠가는 답을 줘야 한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보면, 협박자의 마음이 급할 뿐이지 실제로는 급할 게 없는 경우가 많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당신에게 섭섭하거나, 삐쳐서 입을 내밀거나, 또 다른 형태의 압박을 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협박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이런 당신의 반응은 협박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당신이 바로 항복하지 않는 것 자체가 변화를 의미할 테니 말이다. 협박자는 시간을 달라는 당신의 태도를 저항이나 부정적인 대답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따라서 즉시 압력을 가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인데, 힘의 균형에 변화가 온 것이다.
- 본문 <제8장 ‘SOS’로 당신을 변화시켜라_‘SOS’를 요청하라> 중에서
두 분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어떤 행동을 하시든 제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제가 결정할 일이고, 제 인생이니까요. 천주교를 믿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제가 두 분께 미안해할 일은 아니지만, 두 분은 제 결심을 받아주실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으실 수도 있겠죠. 사랑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어떻게 하실 것인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조시는 마치 배우처럼 이 말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부모님의 어려운 질문과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미리 생각해보았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반응이 어떤 걸까요, 조시?”
“아버지는 아마 이러실 거예요.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더 이상 네 사업ㅇ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중략)
조시가 실제로 자신의 결심을 부모에게 이야기할 때 그는 여전히 떨리고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절대로 방어적인 자세로 돌변하지 않고 끝까지 각본에 따라 잘해냈다.
- 본문 <제10장 당신의 결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라_방어적인 대화를 중지하라> 중에서
나는 정부에서 세금을 매기듯 누군가가 우리에게 의무감을 할당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누구에게 얼마나 은혜를 입었는지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면 삶이 훨씬 명료하지 않을까? (중략)
우리는 의무감이라는 개념을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지는 않는다. 부모, 학교, 종교, 사회를 통해 그리고 크게는 문화를 통해 의무감을 배운다. 그런데 갈수록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까닭은 새로운 규칙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혼란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만일 다른 사람들의 요구가 당신 자신의 요구보다 당연히 더 우위에 있다고 믿는다면, 그리고 늘 당신이 맨 마지막 순위에 있다면, 이제는 그런 믿음을 다시 검토해야 할 때다. (중략) 마치 불변의 법칙처럼 보이는 이 의무감들이 마치 돌에 새겨진 것처럼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며, 이것들은 우리 마음의 신념체계 안에서만 존재한다.
- 본문 <제11장 ‘안개’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라_의무감에서 벗어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