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인격적인 하나님’, 이는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주관적인 진선미의 하나님, 이는 사람들이 더 좋아합니다. 우리를 관통해 요동치는 어느 무정형의 생명력, 우리가 끌어다 쓸 수 있는 방대한 힘으로서의 하나님, 이는 사람들이 최고로 좋아합니다. 그러나 진짜 하나님, 살아 계신 하나님, 반대쪽에서 줄을 끌어당기시고, 무한한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하나님, 추적자, 왕, 남편으로서의 하나님, 이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하나님을 찾은 인간!’ 운운하며) 그저 종교를 가지고 장난쳐 왔던 사람들이 갑자기 뒤로 움찔 물러서는 순간이 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정말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 그런 것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더 나쁜 경우로, 만약 그분 편에서 친히 우리를 찾아왔다면?(183쪽)
기적은 (지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일들이긴 하지만) 무슨 예외적인 사건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는 사건도 아닙니다. 그 기적들은 바로, 이 우주적 이야기에서 플롯이 반전되는 장章입니다. 죽음과 부활은 다름 아니라 바로 이 우주적 이야기의 주제 자체이며, 따라서 만일 우리에게 안목이 있었다면, 이야기의 각 페이지에서 그 기적에 대한 암시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주제는 이야기의 매 반전 때마다 변장된 모습으로 우리를 만났을 것이며, 식물 같은 그런 (말하자면) 사소한 등장인물들의 대화 중에서도 속삭여졌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껏 기적을 믿지 않았다면, 그 주된 이유가 어쩌면 이 우주적 이야기의 중심 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원자, 시간과 공간, 경제와 정체 등이 그 주요 플롯이라고―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은 아닌지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그런 생각이 과연 옳을까요?(192쪽)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그 준비단계로서의 유대교 사상에 자연종교의 요소들이 놀라울 정도로 결여된 것은 그 자체가 명백히 자연의 원본Nature's Original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여러분은 처음부터 바로 자연종교의 배후를, 자연의 배후를 경험합니다. 참 하나님이 현존하는 곳에는 그 하나님의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그림자의 원본 자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227쪽)
그리스도의 기적은 그 어느 것이나 동떨어진 것이거나 변칙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십시오. 그것 모두에는 우리가 양심을 통해, 또 자연으로부터 이미 알고 있는 하나님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 즉 그 기적들의 진정성 여부는 그 스타일에 의해 입증됩니다.(266쪽)
포도주는 야훼 하나님이 주시는 복 중의 하나입니다.…… 매년 자연의 일부로서, 하나님은 포도주를 만드십니다. 그분은 물과 토양과 햇빛을 주스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식물 유기체를 창조하시며, 그렇게 만들어진 주스는 적절한 조건이 맞춰지면 포도주가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분은 이렇게 늘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계신 것입니다. 모든 음료가 다 그렇듯 포도주 역시 결국 물이 변해서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한 번은, 어느 해 한 번은, 성육신하신 분으로서 그 과정을 단축시켜 보이셨습니다. 순식간에 포도주를 만드셨습니다. 물을 담고 있는 그릇으로 식물 섬유조직 대신 어떤 토기 항아리들을 사용하셔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사용하셔서 그분이 하신 일은 그분이 늘 하고 계신 그 일입니다. 기적이란 말하자면 지름길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적이 만들어 내는 그 일 자체는 평범한 것입니다. 기적이 일어날 때, 자연 속으로 들어온 것은 전혀 반反자연적인 영이 아니라는 것,……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시려고 태고로부터 포도주를 베풀고 계신 바로 그 이스라엘의 하나님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됩니다.(268-269쪽)
‘역전Reversal 기적들’은 모두 새 창조에 속하는 것입니다. 죽은 이들이 다시 살아난 것은 이런 역전의 기적입니다. 이는 ‘옛 자연’은 도무지 알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는 늘 앞으로만 진행되었던 영화 장면이 뒤로 진행되는 것 같은 일입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한두 가지 기적들은 이를테면 이른 꽃들입니다. 봄맞이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겨울에 활짝 피어나지만 그 역할은 다가오는 봄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완성, 혹은 영광의 기적들’, 즉 그리스도의 변모Transfiguration, 부활, 승천의 기적은 훨씬 더 분명하게 새 창조에 속하는 기적들입니다. 이것들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의 진짜 봄, 아니 여름입니다. 우리 앞서 가시는 대장 그리스도께서는 이미 5월이나 6월에 가 계십니다. 땅에서 그분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이들은 아직 ‘옛 자연’의 매서운 서리와 동풍을 겪고 있지만 말입니다. 왜냐하면 “봄은 이런 식으로 천천히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281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