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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잦은 시절

이별 잦은 시절

: 로제 그르니에 소설집

[ 양장 ]
리뷰 총점9.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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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340g | 125*194*20mm
ISBN13 9788972754114
ISBN10 897275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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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차 정거장으로 되돌아 나오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정말이지 매우 오랜만이었다. 그는 정말로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그것이 도미니크에 대한 그의 엄청난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사랑의 삶이긴 하지만 어떤 여자를 위해서 울어본 기억은 없었다. ---「이별 잦은 시절」 중에서

어머니가 며칠 동안 시골에 가 있게 된다. 아니우슈카와 단둘이 시내의 아파트에 남아 있게 되면 그는 본격적으로 유혹 작전에 돌입할 수 있는 넉넉한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정말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초당」 중에서

그녀는 병원으로 찾아갔다가 거기서 소르비에의 아내나 일본 여자와 마주치게 될까봐 겁이 난다고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래서 혼자 가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좀 같이 가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처럼 주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자 그 순간 내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그 무엇이 그녀의 매력을 더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오스카의 딸」 중에서

날이 갈수록 크리스토프에 대한 마르타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마음속에서 아주 이상한 계산이 거역할 수 없게 진행되었다. 두 사촌이 저넣게 사이가 좋으니 그중 한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면 다른 한 사람과도 자연히 가까워질 것이다, 라는 계산이 그것이었다. ---「난처한 일」 중에서

그의 사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은 결국 인간조건을 반사하여 보여주는 흐린 거울이다.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가는 저 딱하고 보잘 것 없는 허수아비들. 아주 사소한 것 하나, 삶의 분기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린 하나의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큰 재난 속으로 빠져든다. 『이별 잦은 시절』에 실린 10편의 소설들은 모두가 그런 정답고 가엾고 참혹한 이야기들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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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잦은 시절』에는 총 1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로제 그르니에는 특유의 깊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분기점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린 선택 때문에 재난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표제작인 「이별 잦은 시절」은 독일 점령 치하의 암울했던 프랑스를 배경으로 소식이 끊긴 연인을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고단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파리의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청년은 소식이 끊어진 연인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교통사정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그 불안한 여정에서 청년은 한 여자를 만나 가까워지지만 소식이 끊긴 연인을 생각하며, 어쩌면 평생의 반려일지도 모를 그녀를 그만 떠나보내고 만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미 마음이 떠나간 연인의 홀대뿐, 결국 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열정의 기억만을 지닌 채 환멸과 실의에 차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초당」은 비행기 사고 현장을 찾게 된 한 지질학자의 이야기이다. 불에 탄 비행기 잔해 속에서 첫사랑의 흔적을 발견한 그는 사랑했던 음악과 가족으로부터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던 그는 러시아 출신의 한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매료된다. 잡히지 않던 사랑에 조바심만 치던 어느 날,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와 함께 가족휴가를 보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들뜬 마음으로 뒤늦게 휴가지에 합류한 그는 결국 그동안 열정에 눈이 멀어 보지 못했던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오스카의 딸」은 오랫동안 한 여자를 곁에서 지켜만 봐야 했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피레네 산기슭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인 남자는 영화사 사장인 오스카의 딸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고, 그 인연으로 오스카의 영화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이후 남자는 대론 오스카와 그의 딸 사이의 중재자로, 때론 친구로서 자신의 마음은 표현하지 못한 채 그들의 곁을 지키게 된다. 말 한 마디만 했어도 어쩌면 달라졌을 그들의 관계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만다.
「비밀」의 주인공 제르멩 드바스트는 부모의 차별도, 동료들의 멸시도, 친척의 이유 없는 폭언도 그저 묵묵히 견디기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다. 그저 죽는 날까지 비밀을 품고 있다가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을 유서로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세상과 우매한 사람들을 조롱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르니에는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 죽는 날까지 외로웠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밖에도 천부적인 재능으로 군부대 연예단의 스타가 된 한 남자와 훗날 그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동료들의 이야기를 그린 「몽마르트르 북쪽에」, 최고의 젖소치기의 영예를 잃지 않으려는 한 남자의 희대의 사기극을 다룬 「암소같이 고약한 사랑」, 좋아하는 남자의 곁에 있으려 그의 사촌과 결혼을 하지만, 남자가 죽는 바람에 마음에도 없는 결혼생활로 내팽개쳐진 한 여자의 기막힌 이야기 「난처한 일」, 우연히 이웃집을 도우면서 그 속에서 대칭의 재미를 발견한 「대칭」,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해 퇴물 취급을 받던 왕년의 대기자가 장 콕토의 사망으로 재기를 꿈꿔보지만 결국 술 때문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는 「어느 날 피아프와 콕토가……」, 자신의 으깨진 얼굴을 꿰매는 의사가 글래머 간호사에게 작업을 거는 데도 그저 무력하게 누워 있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한 시간 동안의 바느질」 등의 작품에서 우리는 간결하고 압축된 문장 사이의 격렬하고 아이러니한 그 무엇, 바로 로제 그르니에만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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