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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안에서

성벽 안에서

: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

[ 양장 ] 조르조 바사니 선집 -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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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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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6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02g | 120*188*20mm
ISBN13 9788954641104
ISBN10 89546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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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한 리다는 쏘아보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갑자기 그렇게 서둘러요? 그녀는 물었다. 왜 그렇게 변했어요?
그는 머뭇거렸다. 절망의 눈, 잦아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결승점 앞에서 꼬꾸라져버리는 경주마 같아.”
---「리다 만토바니? 중에서

게다가 아직까지 그녀는 페라라에서, 특히 아름다운 봄날, 저녁 먹기 직전 조베카 대로를 걸어오면서 근엄하고 비딱하게 모자를 들어 인사하며 습관적으로 좌우를 경계하던 엘리아 코르코스의, 느닷없고 불가피한 어떤 호기심의 반영도 어떤 긴장된 탐색도 가로막던 그 공손함의 장벽을 뚫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던 유일한 사람 아니던가?
---「저녁 먹기 전의 산책? 중에서

맞군요!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추모 명판을 다시 만들어야 할 텐데, 저기에 헌정된 이름, 저 한구석을 차지한 제오 요즈가 다름아닌 ‘나’거든요, 하면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마치니 거리의 추모 명판? 중에서

홍수로 인해 방대하게 인근 들판에 범람했던 큰 강과 마찬가지로, 세상은 이제 자신의 강바닥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그것이 요점이었다.
---「마치니 거리의 추모 명판? 중에서

그 가혹했던 마지막 삼 년의 초기에 브루노의 부모는 달아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해 가짜 서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가 독일인들에게 끌려갔고, 둘의 이름은 지금 유대인 공동체가 마치니 거리의 성전 앞에 붙여놓은 추모 명판에 새겨져 있다. 이백 명에 달하는 다른 유대인들의 이름과 함께. 그렇다면 그는? 브루노는 반대로 페라라에서 달아났다. 제때 달아났기에 자기 부모와 똑같은 운명을 겪지 않았고, 살로공화국의 파시스트들에게 그해 12월에 총살당하지도 않았다.
---「클렐리아 트로티의 말년? 중에서

외로움과 집중, 자기 자신 말고는 달리 친구가 없다는 점은 은혜로운 일이지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의 성향에 맞서 싸우는 것, 그리고 때로는 거기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은 감방의 네 벽 사이가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지요. 1930년 감옥에서 나올 때, 나는 내 36호실을(우연의 일치지요? 내 동생의 집 번지와 똑같아요) 정말 우울한 마음으로 떠났어요. 마치 나 자신의 일부를 거기에 버려둔 것처럼 말이에요.
---「클렐리아 트로티의 말년? 중에서

누가 페라라에서 1943년 12월 15일 밤을 잊을 수 있을까? 누가 그날의 그 긴 밤을 잊을까? 모두에게 끝없는 고통을 선사한 그 밤을, 덧창문 틈새로 눈에 불을 켜고 캄캄한 어둠에 잠긴 거리를 유심히 살피면서, 정적을 깨는 기관총 소리에, 무장한 이들을 태운 트럭이 황급히 지나는 요란한 소리에, 번번이 심장이 터질 듯 두근대던 그 밤을.
---「1943년 어느 날 밤? 중에서

하지만 검은셔츠단 대원은 저 유리창 너머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피노 바릴라리, 그 사람의 윤곽이 비친 창문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 위의 저 신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맹세코 정말 머리가 빈 사람인지, 어떤 위협이나 협박, 어떤 기관총 사격을 가해도 단 일 밀리미터도 움직이게 하지 못했거든요.
---「1943년 어느 날 밤? 중에서

그는 재판장의 질문에 또박또박 또렷한 발음으로 단 한마디의 말만 증언했다. “자고 있었어요.” 그 말은 공기로 부풀어오른 부레를 바늘 끝으로 콕 찌른 것처럼 법정에 가득한 숨막히는 긴장을 허무하게 해결해버렸고(그의 얼굴을 살피느라 불안하게 몸을 숙인 아내는 물론, 누구 하나 숨도 못 쉴 만큼, 아주 깊은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상당수의 사람들은 시아구라가 찡긋, 피노 바릴라리에게 재빠른 화해의 인사를 건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하나의 눈짓, 거의 감지할 수 없는 공모의 눈짓이었다.
---「1943년 어느 날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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