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바로의 여행』의 첫 단락을 읽으면서 마침내 나는 고등학교 독일어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요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여기에 실린 번역은 내 형 앨런이 제공한 것이다).
영웅으로 사랑받았던 쥘 베른 유의 이 별난 영국인은 각대륙의 중심점에 '나는 오늘 여기 대륙의 중심에 있었다'라는 글과 날짜를 적은 기념비를 세우려는 단 한 가지 목적으로 세계를 여행했다. 그가 아시아의 심장에 기념비를 세우려고 착수했을 때, 아프리카와 북남미에는 이미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아시아의 중심은 예니세이 강 상류의 분지 지역, 우리앙하이라는 중국 지역에 있었다.
부유한 스포츠맨이자 터프했던(바보들이 그렇듯이) 그는 모든 곤란에 맞서 싸우며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나는 1929년 여름 그 기념비를 보았다. 그것은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그리고 고비사막 사이에 있는 유목민들의 공화국인 투바(우리앙하이의 현재 이름)의 살담에 서 있다. 투바는 유럽인들에게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아시아 국가이다.
누군가 투바에 갔었던 것이다. 19세기에 벌써 우리의 영적인 동료가 있었던 것이다!
국회도서관에서 찾은 세번째 귀중한 책은 러시아어로 씌어진 작고 얇은 일종의 여행 안내서였다. 도표와 숫자들을 보아하니 이것저것의 생산량 증가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사회주의를 토대로 발전하자'라는 식의 글인 것 같았다. 여러 건물들이 그려진 키질 지도도 하나 있었다.
나는 즉시 새 정부 건물, 지구당 본부, 우체국 그리고 호텔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극장도 있었다. 공항에서 도시 중심까지 바로 연결된 전차 운행 노선도 있었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돌아가서 리처드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도를 복사했다. 그 책에는 대략적이지만 나라 전체 지도도 실려 있었는데, 여러 동물들의 윤곽이 그려져 있었다. 키질을 중심으로 240킬로미터 내의 북동부에는 여우와 순록, 남부에는 낙타, 그리고 서부에는 야크가 그려져 있었다.
--- pp.30-32
"난 수학이 좋아. 하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지리란다. 지리를 가르치게 되면, 나는 단파 라디오를 교실에 가져가서 BBC나 라디오-네덜란드를 틀 거야. 전에 내 형과 했던 것처럼 지리 놀이를 하고 싶거든. 형과 나는 세계의 모든 국가를 찾아냈어. 알지? 라히텐슈타인(Liechtenstein)을 대면 그 마지막 글자로 시작되는 나라를 말하는 거 말야. 일테면 네팔(Nepal) 같은 거."
"나이지리아(Nigeria), 니제르(Niger), 니카라과(Nicaragua)도 있어요."
엄마를 빼닮은 칼이 요크셔 억양으로 말했다.
"국가가 끝나면, 우리는 주(州)로 바꾸었어. '아마조나스'라는 주가 있는 나라가 세 군데 있는데 어딘지 아니?
"글쎄요. 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아닐까요?"
"제법인데? 하지만 세번째 나라는 베네수엘라야. 아마존 강을 더 많이 차지하는 건 페루지만 말야."
"그래서 자네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안다고 생각하나?"
리처드가 불쑥 예의 그 친근하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끼여들었다. 목표물에게 다가올 긴박한 운명을 예고하는 목소리였다.
"음, 그럼요."
뒤따를 것이 확실한 당황함에 대처할 준비를 하면서 나는 샐러드를 한입 베어물었다.
"좋아, 그럼 탄누 투바에 무슨 일이 있었지?"
리처드가 말했다.
"탄누 뭐라고요?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요."
"어릴 때 우표를 모았었지. 아주 멋진 삼각형과 다이아몬드 모양의 우표들이 있었는데, 탄누 투바라는 곳에서 발행된 것이었어."
나는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내 형 앨런도 우표를 모았는데 '세계의 섬' 놀이를 할 때 수십 번 나를 속였었다. 형은 '아이투타키' 같은 이국적인 이름을 잽싸게 말하곤 했는데, 내가 그런 게 어딨냐고 하면 우표책을 가져와서는 그곳에서 발행된 우표들을 보여주곤 했다. 그러면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못 했고, 놀이 때마다 나를 이긴 형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다 마침내 형이 덜미를 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형이 일 주일 전에 마우리타니아에 있는 강이라고 주장했던 '아크나키'가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환초(環礁)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의자에 똑바로 앉으며 말했다.
"선생님, 그런 나라는 없어요."
"아니, 확실히 있어. 1930년대에는 지도에 외몽골 근처의 자줏빛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어. 그후에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말야."
그때 만일 내가 조금만 신중하게 생각했더라면, 결국에는 사실로 드러나게 될 믿지 못할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리처드의 특기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내 목에 감겨 있던 올가미를 더욱더 옥죄고 말았다.
"외몽골 근처엔 중국과 소련뿐이에요. 지도에서 보여드리죠."
마지막으로 샐러드를 한입 베어물고서, 우리 모두는 식탁에서 일어나 리처드가 좋아하는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이 있는 거실로 갔다. 마지막 권에 지도가 있었다. 우리는 아시아 지도가 있는 쪽을 펼쳤다.
"보세요. 소련, 몽골, 중국밖에 없잖아요. 탄누 투바는 어디 다른 곳에 있는 지명일 거예요."
그때 칼이 말했다.
"여기 보세요! 투빈스카야 소련 사회주의 자치공화국. 남쪽으로는 탄누올라 산맥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요."
칼의 말이 맞았다. 과연 몽골의 북서쪽 협곡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한때 탄누 투바라고 불리었음직한 지역이었다. 다시 우표 수집가에게 당하다니!
"그런데 말야." 리처드가 말했다. "수도의 철자가 키질(K-Y-Z-Y-L)이야."
"이상하네요. 모음이 하나도 없잖아요."
"우리 그곳에 가봐요."
귀네스가 말했다.
"그래! K-Y-Z-Y-L이 철자인 곳은 정말 재미있을 거야."
리처드는 큰 소리로 말했다.
--- pp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