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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한세상

멋진 한세상

공선옥 | 창비 | 2002년 08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8 리뷰 10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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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465g | 153*224*20mm
ISBN13 9788936436674
ISBN10 8936436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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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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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 꽃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천지사방 길이 넓고 환하고 탄탄하지마는 그때만 해도 좁고 먼지 풀풀 날리고 차를 타면 엉덩이가 들썩거릴 만큼 울퉁불퉁한 길이 많이 있었던갑더라. 열일곱살서부터 시작해서 스물넷에 한번, 스물아홉에 또 한번, 이렇게 세 번 어떤 한사람을 바라고 그 사람 집을 찾아나선 적이 있는데 그중에 두 번을 좁고 먼지 풀풀 날리고 울퉁불퉁한 길을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버스를 타고 갔으니까. 이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마치 아주 늙어버린 먼 옛날 사람같이 생각된다마는 너하고 나한고 몇년 차냐? 우리가 띠동갑이니 너하고 나하고 딱 십이년 차구나. 니가 스물여섯. 너는 니 자신이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많이 젊은 나이다. 그러니, 젊다는 것만으로도 너는 지금 축복받고 있으니 부디 너무 슬퍼하지는 말아라. 하기야 아주 젋은 나이에 슬픔도 많은 법이기는 하지마는. 십년이 넘게 차이나는 이 누나도 젊다. 하지만 아주 많이 젊지는 않다. 그냥 젊은 나이다. 그래도 난 너보다는 그렇게 많은 슬픔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슬픔이 금방 무화되어버리는 걸 느낀다. 슬픔이란 오래 가지고 있으면 사람을 지치게 하더라.
---pp. 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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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작품에는 늘 겹이 여러개 있다. 남편과 헤어져 아이들을 데리고 팍팍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거룩한 모성과 거기서 탈출하고 싶은 외로운 여성, 잊고 지내던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고향 마을의 정겨움과 그 속에 들끓던 이루지 못할 욕망들. 사소한 일상과 씨름하는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시대와 역사. 우리가 그냥 스쳐지나가는 현실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외로움과 가난함이 나의 힘이라고 무심한 듯 능청스럽게 말하는 공선옥에게서 나는 일제시대 하층여성의 대변자로서 한 시대 인간 문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었던 작가 강경애를 느낀다.
--- 이상경(문학평론가, 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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