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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 떼리블
장 콕토 | 창비 | 2016년 07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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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56g | 153*224*20mm
ISBN13 9788936464486
ISBN10 8936464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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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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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심재중
서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늙은 흑인과 훈장』『영원회귀의 신화』『현대인의 정체성』『문학 텍스트의 정신분석』(공역)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가천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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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학년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하는 그 힘이 아직은 유년의 불가해한 충동들을 이기지 못한다. 동물적이면서도 식물적인 충동들, 우리의 뇌리에는 그것들이 몇몇 고통에 대한 기억 이상으로 남아 있지 않고 또 어른들이 다가가면 아이들은 입을 다물어버리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드러남의 현장을 목격하기가 어려운 충동들.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시침 떼며 딴청을 부린다. 그 뛰어난 배우들은 대뜸 짐승처럼 털을 곤두세우거나 화초처럼 공손하고 상냥한 태도를 꾸밀 줄 알아서, 자기네들의 은밀한 종교의식을 절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 --- p.11

“그는 다르즐로를 찾고 있었다. 그는 다르즐로를 좋아했다.
사랑이 뭔지 알기도 전의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애정은 아이를 더한층 번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치료 수단이 전혀 없는, 모호하고도 강력한 병이었고, 성별도 목적도 없는 순결한 욕망이었다.” --- p.14

“뽈은 자고 있었다. 엘리자베뜨는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격한 열정에 사로잡혀서,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어루만졌다. 잠자는 환자를 내가 성가시게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살펴보고 있는 거지. 환자의 눈꺼풀 밑에 엷은 보라색 반점들이 보이고, 부풀어오른 윗입술이 아랫입술 위로 삐져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자기 귀를 환자의 천진난만한 팔에 갖다 댄다. 어찌나 요란한 소리가 들리던지! 엘리자베뜨가 자기 왼쪽 귀를 막는다. 자신한테서 나는 소리가 뽈의 소리에 더해진다. 그녀는 불안해진다. 요란한 소리가 더 커지는 것 같다. 이 소리가 더 커지면 죽을 거야.” --- p.36

“한번 더 강조하지만, 그 무대의 어떤 배우도, 심지어 관객 역할을 하는 배우조차도, 배역을 연기하고 있다는 의식은 전혀 없었다. 그들의 연극이 보여주는 영원한 젊음은 바로 그런 원초적 무의식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본인들은 그런 줄도 모른 채, 그들의 연극 무대(달리 말하면 그들의 방)는 신화의 가장자리에 정박하여 흔들거렸다.” --- p.69

“한결같이 난폭한 밤들, 한결같이 답답하고 무거운 아침들, 두 남매가 표류물이 되고 백주의 두더지 신세가 되는 한결같이 긴 오후들이 지나갔다. 어쩌다가 엘리자베뜨와 제라르가 함께 외출하는 때가 있었다. 뽈은 자기만의 즐거움을 찾으러 갔다. 그러나 그들이 보고 듣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엄격한 규칙의 종복들인 그들은 자기들이 보고 들은 것들을 방으로 가져와서 그곳에서 꿀로 변화시켰다.” --- p.80

“그녀는 살아 있었고, 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그녀를 불안하게 하지 않았고, 그녀는 친구들이 혹시라도 마약에 손을 댈까봐 불안에 떤 적도 전혀 없었다. 그들은 질투라는 천연 마약의 효과 아래 움직였고, 그들로서는 마약을 하는 것이 흰색 위에 흰색을 칠하고 검은색 위에 검은색을 칠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p.92

“그러나 미까엘 같은 사람의 집에서 계산 착오는 곧 생명의 출현이었고, 기계장치가 인간화되면서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이었다. 생기라곤 거의 없는 그 집에서 그 사점(死點)은 생명이 기어코 망명해 있는 장소였다. 무자비한 양식--- p.樣式)에 내몰려, 시멘트와 철골 덩어리에 내몰려, 생명은 아무것이나 몸에 걸치고 달아나는 전락한 공주들의 외양을 하고 그 휑뎅그렁한 구석 자리에 숨어 있었다.” --- p.111~12

“어떤 악의? 무엇을 위한 악의? 어떤 동기에서 비롯된 악의? 그렇게 자문해보았지만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자 엘리자베뜨는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그 불쌍한 친구들을 사랑했다. 그녀가 그들을 자신의 희생자로 만든 것도 호의와 사랑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보살폈고, 도와주었고, 장차 그들에게도 증명될 골치 아픈 상황으로부터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들을 빠져나오게 해주었다. 그 힘든 일을 해내느라 그녀는 상당한 심적 고통을 댓가로 치렀다. 그래야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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