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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의 잣나무

뜰 앞의 잣나무

: 중국 10대 선사 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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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577g | 149*210*30mm
ISBN13 9788993391015
ISBN10 89933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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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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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윤명숙
경기도에서 태어나 상명여자대학에서 사진예술을 전공하고, 세 번의 개인전과 아홉 번의 그룹전을 했다. 월간 불광과 월간 판전에서 일하면서 20년 가까이 불교 사진을 찍는 한편 바다 풍경 촬영에 몰두해왔다. 저서로는 『INTRODUCING SEOUL』과 『THE SE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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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禪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대학생이 되어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선을 접했던 것이다. 선은 전혀 새로운 역동적인 세계의 전개였고, 현재의 자리에서 번갯불처럼 영혼을 변화시켜버리는 고압전류 같은 느낌이었다.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입니까.”
“뜰 앞에 잣나무니라.”
질문의 자리에 답이 놓여 있고, 답의 자리에 질문이 놓여 있으니 난생 처음으로 대하는 언어도단이었던 것이다. 선입관이나 생각을 사정없이 절단해버리고 마는 도발적인 언어였으므로 시적으로도 더없이 신선했다. 청년시절부터 나는 선사들의 어록을 읽기 시작했다. 일본의 어느 철학자가 ‘일본이 물에 잠기더라도 『임제록』 한 권만 건지면 된다.’고 했던 언사가 과장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길은 눈앞에 있다고 했다. 초로의 나이를 넘어 선 어느 날 나는 선사들의 주석처를 걷고 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봄에도 나는 중국 10대 선사가 주석했던 선찰을 찾아 맑은 차를 올리고 향을 사르며 순례했던 것이다. 조계산 남화선사에서 친견한 혜능대사의 등신불은 지금도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온화한 대사의 얼굴에는 실핏줄이 보이는 듯했고, 입술은 살아 움직여 곧 사자후를 토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 --- 작가 서문에서)

나는 또 심호흡을 해본다. 천 년 전 눈 내리는 날 혜가는 자신의 팔 하나를 잘라 달마대사에게 내보였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인간의 의지로 가능한 일일까. 혜가는 달마로부터 무엇을 확신하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려 했던 것일까. 구도의지란 그토록 간절한 것이고, 진리란 그처럼 처절하게 얻어지는 것일까. ---p.32

‘도에 이르는 길은 많지만 요약하면 두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첫째는 원리로 들어가는 방법이고, 둘째는 실천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원리로 들어가는 방법은 경전을 통하여 진리를 체험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는 본래의 마음이 있는데, 이것이 망상에 가리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망상을 쉬고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벽을 향해 마음을 집중시키면 자신과 타인, 범인과 성인이 모두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p.49

달마 동굴을 오르면서 몇 번이나 숭산의 산바람에 땀을 들였을까. 마침내 나는 달마 동굴 앞에서 합장을 한다. 동굴 입구의 작은 패방에 음각된 묵현처默玄處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침묵이 그윽한 곳’이라는 뜻이다. 이곳이 바로 내가 대학시절부터 그리워했던 달마가 머문 9년 면벽 동굴이요, 혜가가 팔을 자른 단비斷臂 현장이다. 초로의 나이마저 넘어선 지금 가만히 헤아려보니 35년 만에 나는 다시 달마와 혜가를 만나고 있다. 동굴 안의 크기는 두어 평쯤 될까 싶다. 그러나 ‘눈 속의 눈’으로 본다면 좁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달마와 혜가는 이 작은 동굴에서 광대무변한 우주와 같은 마음을 주고받았으니 말이다.
달마의 좌상 오른편 석벽에는 혜가의 잘린 팔이 통통하게 부조되어 있다. 팔에는 본래면목 本來面目이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리고 콧잔등이 찡해진다.
‘그대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쉬운 말로 하자면 달마 동굴에 들어온 ‘그대는 누구인가’이다. 달마를 찾아온 내가 나를 묻지 않을 수 없는 뜨거운 순간이다. ---p.52

지극한 도란 ‘위없는 깨침’을 뜻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그 말이 너무 무거워 겁이 나기도 한다. 뭐라고 풀면 나 같은 근기의 사람들에게도 친근해질까. 나는 동굴 안 석향로 앞에서 합장한 뒤 도를 행복이란 단어로 바꾸어본다. 그제야 『신심명』의 심오한 뜻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극한 행복은 취하고 버리는 마음만 없애면 되는데,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문장도 도를 행복으로 바꾸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행복이 눈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 번째 문장의 내용도 우리가 흔히 겪는 일이다. 시비에 휘말리어 탈출구를 찾지 못하면 누구라도 마음의 병에 걸리고 마니 말이다.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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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살고 온몸으로 죽어라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요 내일은 돌아올 오늘입니다. 오늘을 바로 살면 영원히 내 삶이요, 오늘을 헛되이 보내면 결국 영원을 잃게 됩니다. 원오선사는 ‘온몸으로 살고 온몸으로 죽어라.’라고 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를 온통 한 생각에 온몸을 던졌던 조사들의 삶이 정찬주 작가에 의해서 『뜰 앞의 잣나무』로 다시 살아나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마침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수승한 대안으로써 간화선 열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조사들이 남긴 화두 참선법이 나를 깨어 있게 하는 공부요, 내가 행복해지는 공부라는 것을 이해하기 바라며 읽는 이 마음마다 연꽃 향기가 가슴 가득 피어나기 바랍니다.
혜국(전국 선원수좌회 상임대표)
간화선은 일상생활 중에 누구나 수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떠난 간화선은 허망하여 토끼 뿔이나 거북의 털 같다고 하여, 지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사 문중에서는 행주좌와와 어묵동정을 늘 여의지 말고 한결같이 공부 짓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화선이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실질적인 선으로 보편화되지 못하고, 참선은 전문 수행자만이 닦는 것이요, 상근기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 잘못 인식되어 왔습니다. 간화선 대중화를 권선하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언제, 어디서나 생활 중에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요, 급급히 변천하는 현 시대의 바쁜 생활 중에도 가장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는 간화선법으로 발돋움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정광(봉암사 태고선원 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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