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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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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2g | 153*224*20mm
ISBN13 9788981442286
ISBN10 898144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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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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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한은미
일본 바이코(梅光) 중학교와 성심여고,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 『태양의 유산』(1·2), 『여성을 위한 그리스 신화』, 『일본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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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은 그것을 몇 번이고 꼭꼭 되새김질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말 못할 괴로운 비밀로 인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삶의 지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히려 그 비밀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어도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위선자―자신은 항상 올바른 사람이라 생각하며 남들에게 심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위선적인 도덕군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베푸는 선행이나 사랑이 상대방에게는 매우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는 달갑지 않은 친절일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사랑이나 선의 감정에 눈멀어 자기만족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사람을 일컬어 ‘선마’라고 한다. 사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도 이런 ‘선마’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경험이 과거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었다.

이렇게 악의 없는 ‘빵점’을 받아온 나를 어머니는 슬픔 어린 표정으로 위로하셨다. “너는 대기만성(大器晩成)할 거야!”라는 말씀과 함께. 그러나 초등학생인 내가 그 말뜻을 제대로 파악할 리 없었다. 뜻도 모르는 채 동네 아이들한테 자랑삼아 그 말을 했더니 아이들이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들도 그 말뜻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여기저기 그 말을 떠들고 다녔는데, “나는 만기대성한대!”라고 말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또 한번 비통한 얼굴을 하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내가 ‘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채널’이 하나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백여 개의 채널을 돌리면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노인 탈에는 신의 모습이 숨어 있다. 나도 늙었기 때문일까, 이 노인 탈이 정겹게 느껴진다. 학창 시절, 수업 중에 이 노인 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배운 것은 이 탈의 이미지는 단순한 노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의 모습을 어딘가에 숨기고 있거나 신에 근접한 사람을 가리킨다는 것이었다. 내가 얻은 노인 탈도 소박한 가운데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고, 그런 마음과 함께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예를 들면, 당신 친구의 인생에서 당신은 그 사람의 중요한 조연이다. 그의 인생에서 당신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조연일 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이렇게 당연한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당신은 당신의 배우자의 인생에서 종종 자신이 조연이라는 신분임을 잊어버린 채 마치 주연인 양 행세하려 들지는 않았던가.

‘아름다운 노년(老年)’ 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지하철역 같은 곳에 노부부의 사진을 붙여놓고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문구를 써넣은 포스터 같은 것도 있다. 그런 포스터를 보면 나는 한없는 부러움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고 반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한다. 아름다운 노년이라, 그것은 혹시 언어의 속임수 같은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인간의 생명을 육체적인 면만으로 생각해왔던 의사들은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말기 암 환자에 대해 의사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때 많은 의사들이 “의학은 과학이다.”라는 신념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의학은 과학뿐 아니라 인간학도 알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과연 생리적인 육체의 종말이 모든 것의 종말인지 어떤지를 자문자답해 보아야 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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