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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시인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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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8g | 135*205*20mm
ISBN13 9788937482168
ISBN10 8937482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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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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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미 세도가의 도련님들이 아니고, 이 김 아무개의 자식들도 아니다. 이제부터는 다만 면천(免賤) 노비 김성수의 아들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금 너희 둘은 황해도 곡산의 집으로 간다. 여기 이 천수만(千壽萬)의 생질들로 외가엘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알겠느냐?”
아버지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조금 축축한 느낌이었다. 말도 거기서 끊겼지만 모두가 잠시였다. 아버지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어 원래의 차분함을 되찾았다.
“알겠느냐? 너희들의 아버지는 황해도 곡산 땅의 김성수다. 너희들은 용인(龍仁) 외가에 왔다가 이제 외숙부와 함께 설을 쇠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일후 다시 이 아비나 큰아버지(할아버지)의 이름을 너희 아비, 할아비의 것으로 대어서는 아니 된다.”
헤아려 보면 그때 아버지의 나이는 아직 서른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감정을 다스리기 쉽지 않은 그 나이에 어린 아들들과 두 번 다시 못 볼 이별을 하면서도 그토록 침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얕지 않은 수양 덕분이었을까. 곧 죽어도 벗어던질 수 없는 사대부의 체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엄중한 자신의 말과는 달리 그때 이미 그들 부자간의 머지않은 재회를 내심 믿고 있었던 것일까.
어쨌든 그와 같은 아버지의 말에 실린 무게와 위엄은 어린 그들 형제를 압도하기에는 넉넉했다. 막연한 분위기뿐, 그 돌연한 출발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 없는 그조차도 그런 아버지의 말투에서 어떤 거역 못할 숙명 같은 걸 느꼈다.
--- pp.18~19

행형(行刑)이 한 등급 감해지기는 해도 반역에 대한 체제의 보복은 집요하고도 철저했다. 조정이 그들 일가에 대해 직접적인 형벌권의 행사를 포기했다고 해서 체제 전체가 그들에 대한 악의를 지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랫동안 이런저런 교육을 통해 반복적으로 주입된 체제 이데올로기는, 역시 되풀이 행해진 반역자에 대한 끔찍한 징벌의 본보기와 더불어, 체제에의 순응을 거의 본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고 있었다. 그리하여 조선의 사회체제와 이익을 같이하는 계층은 물론, 실제로는 그 체제의 피해자에 지나지 않는 계층까지도 역적이란 말에는 본능적으로 몸서리를 치게 했고, 그 후예(後裔)마저도 가까이하면 옮게 되는 무슨 치명적인 역질(疫疾)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백성 일반의 인식과 감정이 그러하다면 그 대상인 역적의 자손이 삶의 조건에서 치명적인 불리를 입는 것은 필연적이다. 어쨌거나 무리 지어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의 특성 때문에 무리로부터의 소외는 때로 어떤 형벌보다 가혹할 수 있다.
--- p.50

“알겠습니다. 하지만 시가 그토록 큰 쓰임이라면 그 쓰임을 지어낸 이에게는 큰 얻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인은 어르신께서 이미 말씀하신 것처럼 오직 시 그 자체밖에 얻지 못합니까?”
“시를 얻음이 곧 세상 무엇보다 큰 얻음일 수 있지.”
“그 큰 얻음은 어떤 것입니까?”
“스스로를 자유(自由)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남을 자유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유하게 된다는 것은 무얼 말함입니까?”
“마음과 몸이 그 얽매임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마음이 그 얽매임에서 벗어난다 함은…….”
“만상(萬象)이 품은 바 그 원래의 뜻을 바라봄이다. 세상은 온갖 뜻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은 스스로 꾸미고 지어낸 온갖 거짓과 헛것에 얽매여 그 아름다움도 착함도 참됨도 거룩함도 보지 못한다. 오직 자유해진 마음만이 그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봄〔見〕은 또한 지음〔作〕이기도 하다. 원래 거기 있었으나 아무도 보지 못함은 없음〔無〕과도 같으니, 그 없음은 그런 봄을 얻어서야 비로소 온전한 있음〔存在〕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원래 시(詩)하는 것은 그러한 봄이지만, 본다 하지 않고 짓는다 하는 뜻은 실로 거기에 있다.”
“몸은 시를 얻어 어떻게 자유하게 됩니까?”
“그 그윽한 경지에 이르면 몸은 사로잡혀 있는 형체에서 벗어나고 갇혀 있는 시간에서 벗어나며 묶여 있는 공간에서도 벗어난다…….”
거기에 이르러 늙은이의 말은 더욱 힘없이 처져 내렸다. 그러나 힘없이 처져 내리기는 그의 기대도 마찬가지였다. 공연히 말을 어렵게 꾸미고 뜻을 뒤틀어 간단하고 명백한 것을 오히려 복잡하고 애매하게 만드는 사람들--- pp. 나이 탓인지 문득 그 늙은이에게 그런 의심이 가는 것이었다. 더구나 시(詩)를 통해 몸까지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 말은 선기(禪氣) 쏘인 늙은 허풍쟁이 시인의 노망으로까지 들렸다.
“그럼 결국 시는 도(道)입니까?”
한참 뒤에 그가 그걸 물은 것은 또 다른 기대보다는 늙은이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확인하는 기분에서였다. 그때 늙은이는 이미 더 말할 기운조차 없다는 듯 숨까지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결국은 자네도…… 내 시가 덜된 중놈이나 엉터리 도사의 머릿속에서 빌려 온 헛것으로 보는 게지. 허나 물은 거니 대답을 해 주지. 시는 도가 아니야. 도(道)도 틀림없이 만상의 원뜻을 보기는 하되 그걸 무언가 다른 하나로 바꾸어 보지. 그러나 시는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보네. 또 도는 궁극으로 이 세계를 뛰어넘으려 하지만 시는 남아 있어 이 세계와 하나가 되려 하는 그 무엇이지.”
--- p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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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에서는 드물게 인간의 내면성을 깊이 응시하고 표현하는 작가 이문열의 『시인』은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기품 있는 격조를 구현하고 있다. 작가의 주관과 해석에 공감하든 반대하든 독자들은 시와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 세목의 축적이나 당대성에 대한 상대적 소홀, 구비 전승의 전도와 평설적 요약, 단 한 줄로 핵심을 건드리는 인정 기미의 포착, 고졸한 듯 자재로운 글결과 글체, 현대 경험의 과감한 대입을 특징으로 하는 이 작품은 규격화된 평면적 ‘리얼리즘’을 일변 비판하면서 문학의 여러 국면과 특징들을 새롭게 인지시켜 준다.
『시인』은 한국인이 대체로 ‘포한(抱恨)선고’ 받은 존재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아주 우리 것다운 우리의 소설이요, 문학이다.
유종호 (문학평론가)
김삿갓이라는 저주받은 문학인의 여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와 사회 속에서 던져지는 글쓰기의 유효성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담은 작품 『시인』은 인생살이 속에서 만나는 짙은 안개와 폭풍우를 헤쳐 나가기 위한 나침반 같은 소설이다.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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