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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009이동
하라 료 저 / 권일영 | 비채 | 2008년 10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3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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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488g | 137*197*30mm
ISBN13 9788992036696
ISBN10 8992036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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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술은 혼자 마십니다.”
“어머, 정말요? 외로운 술이로군요.” 여자는 물을 탄 술잔을 들고 내 맞은편 자리로 돌아왔다.
“습관이 된 지 7년이나 되니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일 상대가 없는 건 아니겠죠?”
“7년 전까지는 있었죠. 제게 탐정 업무를 가르쳐준 남자인데 쉰 살이 넘도록 술이라곤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던 사람이었죠.”
와타나베 겐고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뜬 날, 오래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들이 아내와 자식-즉 그의 손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운동권 학생이었던 외아들이 체포되어 경찰을 그만둔 이후 첫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아내와 어머니의 영전에서 십 몇 년 만에 화해했다. 하지만 아들은 이튿날 열린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 식구 모두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 이틀 사이에 핏줄을 모두 잃었다. 아들 가족의 장례식이 끝난 날 밤, 그는 처음으로 술을 입에 댔고, 거의 3년간 나는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3년 뒤에 와타나베 겐고는 어엿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다.
“신뢰해야 할 사람이 전형적인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죠. 그렇게 되기까지 술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7년 전 어느 날 밤, 그 사람과 나는 무슨 계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술을 끊기로 함께 맹세했죠. 그야말로 시시한 맹세였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그날 밤 이후 그는 적어도 내 앞에서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고, 나도 사람들 앞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뿐이에요.”
“저는 손님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장사를 20년이나 하며 살아왔죠. 비참한 이야기라면 달리 얼마든지 알고 있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누가 더 불행한지 챔피언을 뽑자는 게 아니에요. 곁에서 보면 의미 없는 습관에도 뭔가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 그래요? 하지만 저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죠.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고 해서 당신에게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여자는 잔에 든 술을 반쯤 들이켜더니 표정을 찡그렸다.
“내가 뭔가를 걱정한다면 오히려 나 자신이 남들 앞에서 알코올 중독이 되는 일이겠죠. 그러니 혼자 마시겠습니다.”
“그런 건 내가 알 바 아니죠.” 여자가 대꾸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멋진 표현이지만 어차피 그런 겁니다. 누가 알코올 중독이 되는 건 막을 수 없죠. 누군가가 알코올 중독이 되도록 거들어 주기는 아주 간단한데.”
“모처럼 마시는데 술맛 떨어지네.” 여자는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사람을 안주로 마시는 술은 원래 그런 법이죠.” 내가 말했다.
여자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도 이상한 사람이군요. 고분고분 함께 마셔주면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는데.”
“술을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물론 과소평가하는 것도 잘못이긴 하지만. 술을 마시면 이야기하겠다는 사람은 기다리면 언젠가 말문을 열기 마련입니다.”
여자는 나를 쏘아보더니 잔을 들어 남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한 잔 더 만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텔레비전 아래 있는 진열장에서 빨간 합성수지로 된 재떨이를 발견하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 방은 분명히 여자가 사는 공간이었다. 어디에도 남자가 동거한다는 흔적이 없었다. 여자는 가이후라고 하는 남자가 여름부터 여기 살고 있다고 했다. 과연 3개월이나 생활하는 공간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에 남자가 살고 있다는 것은 가이후 마사미란 여자의 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나는 얼른 좌우를 둘러보았다. 잠깐 졸음이 와서 망상에 휩싸여 있던 쪽은 나였다.
아까보다 더 진한 잔을 들고 돌아온 여자가 담배 연기를 맡으며 말했다.
“당신도 그 담배를 피우나요?”
나는 탁자 위에 놓인 짙은 남색 담뱃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필터 없는 담배를 익숙하게 피웠죠.”
“그 사람이 마치 큰 발견이라도 한 듯이 그 담배를 사서 이리 뛰어 들어왔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여자는 갑자기 술기운이 도는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 무렵엔 만사 잘 풀리는 것 같았는데…….”
“이 담배가 왜요?” 내가 물었다.
여자는 내 질문을 무시했다. “제가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약속은 못 하죠.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의 안전을 좌우할 기회가 있고, 게다가 사에키 씨를 찾는 일에 지장이 없는 한 당신 요청에 따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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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보내진 원고가 놀라운 걸작이었다면? 편집자라면 일생에 한 번은 꿈꿀 듯 한 그런 기적으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복잡한 플롯, 매력적인 등장인물, 철저하게 계산된 대화. 정통 하드보일드의 매력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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