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달을 쫓는 스파이

달을 쫓는 스파이

: 방현희 장편소설

[ 양장 ]
리뷰 총점8.0 리뷰 1건
정가
11,000
판매가
9,9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70g | 140*213*30mm
ISBN13 9788937482175
ISBN10 893748217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쉽지만 그는 젖가슴을 놓고 리모컨을 누르며 바지를 주워 들었다. 뉴스 화면이 열리자마자 여자 앵커의 높은 목소리가 귓바퀴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만주 지역 광개토왕릉의 벽화로 추정되는 작품이 도굴당한 뒤,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고구려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확인한 중국 당국은 벽화 네 점과 같은 고분에서 도굴된 것으로 보이는 와당 세 점을 반환하라는 요청을 해 왔습니다.”
현중은 바지를 꿰다 말고 뉴스에 눈을 들이댔다. 앵커 옆 작은 창에 희미하게 찍힌 사진이 이내 화면 하나 가득 커다랗게 잡혔다. 그의 가슴은 순간 크게 한 번 뛰고 멈추는 듯싶었다. 뒤늦게 조르게를 처형하는 총소리가 울리고 방 안 가득 화약 냄새가 번졌다. 그는 화약 냄새를 피해 별안간 멀고먼 중국의 벌판을 벌거벗은 채 달렸다. (…) 그는 벌거벗은 몸을 가릴 바지를 꿰지 못한 채 엉거주춤 화면에 못 박히고 말았다.
“당국은 도굴품이 박물관에 소장된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화면에는 벽화 조각 네 점이 연이어 비쳤다. 차일을 친 높은 가마와 그 앞뒤로 늘어선 길디긴 행렬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신분 높은 자의 행차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연구원들 모두 얼마나 환호했던지! 그가 떨리는 눈을 들어 다시 화면을 바라보니 이제는 벽화가 있던 방의 천장을 덮고 있던 커다란 기와를 차례로 보여 주고 있었다. 흙먼지 두꺼운 어두컴컴한 무덤 속에서 처음 그것들을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일본식 처형은 언제나 순간적으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 조르게는 스무 발의 총탄을 목에 맞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자갈에 쏟아진 피는 도로 튕겨서 점점이 날아올랐다. 튀어 오르는 선혈 사이로 목이 덜렁거리는 사체가 툭 넘어진다. 핏방울은 이내 자갈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한참 동안 핏방울은 천지 사이에서 제멋대로 날아다닌다. 그는 제 얼굴에 그 핏방울이 끼얹히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제 목이 뎅겅 잘려 나간 듯이 통증이 느껴졌다. 두 손으로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 pp.10~12

첩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다시 돌아온다. 자신의 목적을 입으로 발설하지 않는 과묵성,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신중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위한 애국심. (…) 작업을 마치기 전에 그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장물이 버젓이 박물관에’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떠 있었고, 그 아래 누군가의 블로그가 올라와 있었다.
--- pp.26~27

“고구려박물관 유물 말입니다. 위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거였구나. 심장이 멎을 듯했다. 손도 얼굴도 몸도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입을 여니 목구멍에서 가느다란 피리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 자세히 보니 모조품이더라고.”
“그게 사실입니까? 어딜 봐서 그렇단 말입니까? 하도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보고 싶기도 해서 며칠 전에 보고 왔는데 그거, 진품입니다. 우리가 발굴했던 바로 그거라고요. 보관 상태도 아주 훌륭하고, 손상된 부분조차 하나 없더라고요."
승기가 독하게 쏘아보았다. 승기는 이미 내막을 짐작하고 있고 그렇다는 것을 확실히 전하려 했다. 현중은 그게 말이지, 나도 처음에는 진품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깎인면을 보니, 어쩌고 하면서 어물쩍 변명을 하려 했지만 승기는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선배님, 그거 진품 확실합니다. 재감정해야 할 겁니다.”
승기 뒤통수에 대고 그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돌판을 깎은 연장이 의심스러웠어. 와당도 최근에 만들어진 게 역력했고. 위작 판정을 내린 근거로 만들어 둔 거짓말을 다 듣지도 않고 승기는 나가 버렸다.
--- pp.275~276

사랑은 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트륨과 칼륨이 미세한 차이로 서로에게 감응해서 세포막을 넘나드는 것처럼 끊임없이 서로에게 감응한다. 그러니 하찮은 한순간도 하찮지 않다. 온몸의 세포가 낯선 세포에 대응해서 일시에 나트륨을 방출하는 일은 언제고 생길 수 있다. 하찮아 보이는 세포 속의 변화를 서로는 감지한다. 상대의 작은 변화는 작은 세포에게 감당할 수 없이 커다란 변화일 수 있다. 아슬아슬하게 이룬 균형은 순식간에 깨어질 수 있다. 홍주가 그에게서 맡은 것은 그의 커다란 변화일 것이다. 그도 홍주의, 순식간에 식은 살에서 그것을 느꼈다. (…) 가마다는 가을에 풍랑이 이는 바다를 건너가다 잡히고 말았다. 차라리 잘 잡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제야말로 영원히 이별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신라에 남은 여자를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음 때문에 잊는 것이니 가마다의 죄가 될 수는 없었겠지. 가마다는 유배지에서 찬 별을 보며 죽어 갔을 것이다. 죽은 그의 손에 지푸라기 한 줌쯤 쥐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한심하도록 뜨거운 여자들을 그리워하면서도 무서워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을 배반하지 않는 여자들이 있다. 사랑이 스스로 떠날 수 없음을 아는 여자다. 그녀들이 배반하는 것이라곤 이미 그녀를 배반한 남자일 뿐. 그녀가 끝내는 것이라곤 이미 끝난 사랑일 뿐.
--- pp.298~30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현중은 중국 만주 지역에서 광개토대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분을 발굴하러 갔다가 후배 승기가 데려온 홍주를 만난다. 그는 승기가 홍주를 좋아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그녀에게 이끌린다. 홍주 또한 친오빠를 닮은 그에게 단박에 빠져들어 그들은 무덤 안에서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고분 발굴이 중국 정부의 방해로 중단되자, 현중은 충동적으로 고분에서 발굴한 와당 몇 점을 숨겨 가지고 나오는데, 와당 전문가인 그로서는 이 유물을 통해 고분의 정체를 밝히고자 한 것이지만, 연구가 진척되기는커녕 훔쳐 온 와당은 마음의 짐만 될 뿐이다. 그때 처남 경재가 와당을 처분해 장인의 선거 자금을 댈 것을 권하자, 그는 흔쾌히 이에 응하고 박물관 연구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한편 중국에서 돌아온 후 사라졌던 홍주가 9년 만에, 별거 중인 현중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고 그는 또다시 그녀에게 흠뻑 빠져든다. 5년 전 아내 선영은 그와 홍주의 일을 알게 되자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고 그는 한국에 혼자 남아 있는 처지다. 둘이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는 가운데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일본에 팔려 갔던 와당이 어찌된 일인지 국내 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중국은 그 와당이 도굴품이라고 지적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만약 역추적을 하면 현중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
현중의 마음은 산란하기만 한데, 박물관 특별전을 앞두고 승기와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홍주는 그에게 점점 더 집착하고, 현중은 그녀에게 위안을 얻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담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이용만 하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낀다. 게다가 훔친 와당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현중의 목줄을 점점 조여 온다. 자신의 상처를 위로하려 끊임없이 거짓말을 해 대는 홍주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그녀와 함께 오는 삶의 허방이 두려운 현중. 모든 혼란을 홍주의 탓으로 돌린 그는, 그녀에게 결별을 고하고 경재를 통해 자신의 비리를 어림짐작하고 있는 승기에게 화해를 청하는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작가 방현희가 소설 쓰는 사이사이 춤을 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녀의 춤을 본 적은 없다. 낭창낭창한 몸매에 유난히 투명한 피부를 지닌 그녀의 춤사위가 과연 어떨지 궁금했다. 그런데 첫 번째 장편소설로 만났던 그녀는 내 부박한 상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녀의 춤은 정교하고 치밀하면서도 뜨겁고 열정적인 몸의 ‘말’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획을 경쾌하게 뛰어넘던 전작의 스텝은 노련하고 대담한 보폭으로 변했다. 현실 세계와 능란한 이야기꾼의 언어로 가공된 사건을 종횡무진 오가며, 자신만의 선율과 박자를 구축한다.
그녀는 섣불리 질문하거나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의 물결에 사뿐히 몸을 싣는다. 과거와 현재, 역사와 상상, 사랑과 사랑이 아닌 다른 모든 것들의 경계를 파고들어 염탐한다. 아름다운 과거에 대비되어 더욱 추악하고 비루한 현실의 복마전이 그녀의 손끝에서 낱낱이 폭로된다. 방현희에게 역사는 사랑이다. 사랑은 역사다. 그러하기에 그녀의 스파이는 교활하면서도 달콤하고, 탐욕스러우면서도 쓸쓸하다.
『달을 쫓는 스파이』는 참 이상한 소설이다. 빠르게 읽자면 단숨에 마치겠지만, 곱씹으며 읽자면 며칠이라도 부족하다. 만만치 않다.

김별아 (소설가)

회원리뷰 (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9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