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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제2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양장
여태천
민음사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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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1

余泰天

197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여 시집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스윙』, 『국외자들』이 있으며, 제27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 『경계의 언어와 시적 실험』, 『미적 근대와 언어의 형식』, 『김수영의 시와 언어』, 『현대시론』(공저), 『춘파 박재청 문학전집』(편저), 『김달진 시선』(편저), 『오상순 시선』(편저) 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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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11쪽 | 248g | 124*210*20mm
ISBN13
9788937407680

출판사 리뷰

■ 소년 야구부원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

여기 커피를 끓이다 말고 국자로 우아하게 스윙을 하는 남자가 있다. 홈런의 기억도, 관중석의 환호성도, 땅을 박차던 스파이크도 이제는 희미하다. 하지만 부드러운 스윙, 이 힘차면서도 유연한 동작을 남자의 몸은 잊은 적이 없다. 한 번 야구부원은 영원한 야구부원이다. 스윙은 오늘도 여전히 남자의 존재를 규정한다.

커피 물이 끓는 동안에 홈런은 나온다.
그는 왼발을 크게 내디디며 배트를 휘둘렀다.
좌익수 키를 훌쩍 넘어가는 마음.
제기랄, 뭐하자는 거야.
마음을 읽힌 자들이 이 말을 즐겨 쓴다고
이유 없이 생각한다.

(……)

방금 전 먹었던 너그러운 마음을
다시 붙들어 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7초.
애가 타고 꿈은 그렇게 식는다.

오후 2시 26분 54초,
커피 물이 다시 끓지 않는 시간.
식탁 위로 찻잔을 찾으러 오는 시간.
커피는 아주 조금 식었고
향이 깊어지는
바로 그때
도무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국자를 들고 우아하게 스윙을 한다.
-「스윙」에서

한때 소년이었던 남자는 생각한다. 언제부터 삶이 “이미 끝난 게임”(「전력 질주」)이 되었을까. 어째서 마운드에 서지 않아도, 배트를 들지 않아도 심장은 계속 뛰는 것일까. 일상과 습관, 그 이상의 것을 찾으려 남자의 마음이 부유한다.

승패와 관계없는 몇 개의 게임이
남아 있었다.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처럼
불펜에서 노닥거리거나
구경 나온 다른 그녀를 위해
우리는 희생번트를 댔다.

(……)

스파이크, 스타킹, 발목……
스탠드의 관중들과 함께
우리는 천천히 사라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맥주 캔이 날아왔다.
더그아웃에서 우리는 진짜 프로였다.
-「더블헤더」에서

게임은 끝났다. 삶은 이렇게 무의미한 연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시는 “비관주의”를 넘어 낙천적이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문학평론가 문혜원) “승패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자!” 따위의 인생론 때문이 아니다. 작품 해설에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권혁웅은 “비밀을 알아낸 자의 표정”(「원 포인트 릴리프」)에 주목한다. 오로지 한 타자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쓸쓸함 너머의 어떤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알게 된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 그는 “조명 탑의 불빛 속으로 사라진 볼./ 뻔히 눈 뜨고도 모르는 사실들.”을 꿰뚫어 보는 자가 된다. 야구를 보며 “플라이 볼의 실재는/ 볼에 있는 걸까, 플라이에 있는 걸까./ 비어 있는 궁리(窮理)에 있는 걸까.” 고민하며 경기장 밖의 하늘을 인식하는 것이다.(「플라이아웃」)
시인 최승호의 말대로 여태천은 언제나 “여백”을 생각하며 “무기교의 기교”로 담담한 시상을 이어간다. “애통해하지도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다.”(시인?문학평론가 서동욱) 하지만 삶을 놓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소금물을 아주 조금씩 마셔 가며/ 간절하게 그는 매 이닝을 던”진다.(「마이 볼」) 시인은 이 놀라운 시집을 통해 비밀을 공유한다. “역전 홈런”이 아니라 “파울플라이”라도 괜찮다고.(「암스테르담」) 무의미한 경기에 최대한 무의미해지는 것에서 비롯되는 우아한 멜랑콜리, 즐겁고 유머러스해질 수 있는 삶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로진백을 만지며 홀로 마운드를 고르고 있는 저 사람”은 슬프지 않다. 슬퍼지지 않고도 “조명 탑의 마지막 등이 꺼질 때까지/ 인조 잔디 위를” 전력 질주할 수 있다. 그러니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과/ 건조하게 손을 잡고/ 마지막 팬이 되어 응원을 하자.”(「꿈의 구장」)

추천평

담백한 문체와 차분한 어조로 빚어내는 여태천의 시법(詩法)은 ‘여백의 조각술’로 불릴 만하다. 말의 최소화로 여백을 창조하는 시, 의미의 증식이 아니라 의미를 붕괴함으로써 인생의 공허를 드러내는 시. 그의 시는 문학의 촉수가 지금 여기, 우리 일상의 한복판에 드리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가벼운 기교를 넘어선 무기교의 기교를 선보인 그의 시는 우리가 회피하고 싶은 인생의 공허, 은폐하고 싶은 일상의 무의미를 폭로한다.
최승호(시인)
의미가 제거된 채 장식으로 남은 말들의 공허함이 시의 주제인 ‘의미 없음’과 어우러지며 진공 상태를 만들어 낸다. 삶의 의미 없음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낸 상징들인 이 언어들이 짜임새 있게 엮이어 독특한 아우라를 형성하고 있다.
문혜원(문학평론가, 아주대 국문과 교수)
이미 끝나 버린 게임이 마지못한 보충 수업처럼 진행되고 있는 8회 말의 관중석을 생각한다. 오늘도 몰락하고 있는 팀의 팬들은 차라리 한잔하러 이미 근처 술집으로 떠났다. 그런데 한 사내가 텅 빈 관중석에 앉아 저무는 햇살 속에서 외야의 잔디와 함께 느릿느릿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진화의 어떤 단계의 황혼을 걷는 생물처럼 거듭 공을 피해 스윙하는 자를 바라본다. 이 사내는 그 자신의 운명을 거울처럼 연기(演技)하고 있는 이 8회 말의 타자를 애통해하지도 않고 증오하지도 않는다. 그저 텅 빈 운동장의 바람이 그렇듯 시간은 흘러가고, 인간들은 흩어진다. 여태천의 시는 관중석에 남아 맹한 눈길을 인간의 운명에 던지고 있는 이 사내처럼 그렇게, 동요와 격정에서 오는 피로와 집착 없이, 우리 삶의 비극적 국면을 담담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 담담한 시선은 왜 이리 위안을 주는 것일까?
서동욱(시인, 문학평론가)
여태천은 초월이 아니라 현상을 말한다. 여태천 시의 표면은 이면의 외양이 아니다. 표면 아래에는 이면이 아니라 또 다른 표면이 있어서, 이 두 표면이 접속하면서 어떤 슬픔이, 무의미해서 더욱 쓸쓸하고 무의미해서 더욱 아픈, 그런 슬픔이 떠올라 온다. 국자를 들고 하는 스윙이 바로 그런 것. 그들은 모두 떠오르면서, 동시에 사라진다. 그게 플라이 볼이다. 당신을 잡아챌수록 당신은 그 잡아챔 속에서 바스라진다. 그 사라짐을 감내해야 진짜 프로다. 당신과 내가, 저 부동하던 세계가, 모든 석화된 것들이, 이제 사라짐으로써 가득 차기 시작한다. 이 기미(機微)로 가득 찬 시편들은 실로 아름답다.
권혁웅(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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