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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단처럼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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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9쪽 | 268g | 137*197*20mm
ISBN13 9788934976004
ISBN10 893497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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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열쇠가 있었다.
손바닥만 한 열쇠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머리 부분에는 하트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열쇠는 1898년에 쇠를 벼려 만든 것이었다. 작은 상자도 같은 해에 만들어졌다. 열쇠는 상자에 달린 자물쇠와 딱 맞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고 수많은 이의 손길을 거치면서 열쇠의 표면은 반들반들해졌다. 열쇠를 처음으로 만진 사람은 물론, 그것을 만든 금속 세공사였다. 완성된 열쇠는 상자의 첫 주인에게 건네졌다. 그에게는 일곱 명의 아이가 있었다. 그들 모두 차례로 열쇠를 쥐었다. 열쇠는 지문 감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왔다.
--- p.19

죽어, 나의 박해자. 당신은 나를 달래어 영원한 잠에 빠뜨리려 했어. 날 다시 유리관에 가두려 했고. 당신은 나를 보기 좋을 뿐인 장식품으로 만들려고 했어. 하지만 난 살아 있는 사람이야.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욕구가 있는. 그래서 날 통제하기 힘들었지? 독립적인 나라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주지 않아서 불만이었지?
--- p.77

왕자는 루미키의 코르셋을 꽉 조였다.
조금만 더 조이면 당신은 순종적인 아내가 될 수 있어.
조금만 더. 그러면 당신은 정숙과 자제를 배우게 되겠지. 이제 당신은 숲속에 살고 있지 않잖아. 한 나라의 왕비이지. 걸을 때도 천천히, 우아하게 걸어야 해. 내가 말을 할 땐 입을 닫고 귀를 기울여야 하고. 소리를 질러서도 웃어서도 안 되지. 그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니까. 당신에겐 아름다운 드레스와 귀한 보석과 금으로 뒤덮인 침실이 있는데, 대체 왜 행복하지 않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째서 만족을 못하는 거야?
--- p.112

이것이 루미키의 우주였다. 그 어둠과 빛 속에 격정과 공포, 절망과 환희가 가득했다. 하늘의 품속에서 그녀는 완전해졌다. 더 루미키다워졌다. 비로소 자유를 찾은 것이다. 루미키는 손바닥으로 눈 덮인 땅을 꾹 눌렀다. 새로 떨어진 무수한 눈송이들 틈에 섞여들고 싶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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