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가상 인터뷰]
* 『루이스와 톨킨』, 『루이스와 잭』, 『기독교적 숙고』(근간)에서 발췌·정리.
‘회복’과 ‘탈출’을 제공하는 공간 여행 이야기
Q: 우주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소설 「우주 3부작」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친구 톨킨과 공상과학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공간과 시간 이야기들이 ‘회복’과 ‘탈출’을 제공한다는 그의 말에 동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써 보자” 하고 제안했죠. 한 사람은 시간 여행, 다른 사람은 공간 여행 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했는데, 내가 공간 여행에 걸렸답니다. 그래서 집필하기 시작한 책이 「우주 3부작」의 첫 권 『침묵의 행성 밖에서』입니다. 톨킨이 쓰기 시작한 책 제목은 ‘잃어버린 길’입니다만, 4장까지 쓰고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중단하고 새로 쓴 작품이 불후의 ‘시간 여행’ 이야기인『반지의 제왕』입니다.
Q: 톨킨은 『침묵의 행성 밖에서』에 대해 “언어 창조와 문헌학적으로 볼 때 이 작품은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평한 것으로 아는데요, 언어학자인 그가 칭찬할 정도라면 정말 뛰어난 작품 같습니다.
A: 사실 언어 창조에 관해서는 톨킨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원고를 쓸 때마다 옥스퍼드의 독서클럽 ‘잉클링즈’에서 읽어 주었고, 회원들의 정직한 비평을 들으며 다듬어 나갔습니다. 톨킨도 자신의 원고를 모임에서 읽어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영향을 주고받은 거죠. 제 책의 주인공인 언어학자 ‘랜섬’의 캐릭터에서 부분적으로 톨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Q:『침묵의 행성 밖에서』에 보면 말라칸드리아(화성)에 지적 능력이 있는 종족들이 등장하는데, 외계 종족 이야기는 독자들이 비기독교적이라고 보지 않을까요?
A: 먼저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쓴 건 아닙니다. 저는 외계 생물들을 대체로 악한 존재나 인류의 적으로 묘사하는 공상과학 소설을 좋지 않게 여겼습니다. 제 책에 나오는 외계 종족은 선하고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이것이 오히려 중세의 우주관에 더 맞는다고 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어떤 영역에서도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우주가 이처럼 광대하니만큼 셀 수 없이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생겼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가지 의견 모두가 기독교를 반대하는 논증으로 쓰입니다. 우리는 지적 존재를 발견할 때 생길 수 있는 신학적 추론이나 난제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기 전에, 지적 종족의 가설에 대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먼저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Q: 자신의 작품 중 『페렐란드라』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A:『페렐란드라』의 줄거리는 성경의 창세기나 『실낙원』과 아주 비슷합니다. 이 책의 테마 한 가지는 인간의 의지와 본성, 이 모든 측면이 하나님께 기꺼이 순종한 상태에서만 진정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찬란하게 아름다운 세계와, 밀턴의 이브보다 더욱 미묘한 유혹을 받지만 타락하지 않는 여성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극도로 반역적이며 비참해진 피조물도 등장하죠. 너무 신학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독자가 기독교 교리를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인물 묘사와 기교와 사상 집약 면에서 심혈을 기울인 책입니다.
Q: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각 권이 완결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연관되듯, 「우주 3부작」도 마찬가지입니까?
A: 그렇습니다. 『침묵의 행성 밖에서』의 사건들은 그 자체로 완결되지만, 「우주 3부작」 전체 이야기로 보면 서문에 불과합니다. 제2권 『페렐란드라』에서 주인공 랜섬은 자신을 납치했던 물리학자 웨스턴을 다시 만나 싸우는데, 그는 한층 더 사악하고 강력해져서 낙원과도 같은 페렐란드라(금성)를 타락시키려 합니다. 제3권『그 가공할 힘』에 보면 인간성을 말살시켜 지배하려는 강력한 국가 공동실험 연구소의 배후에 웨스턴의 동업자였던 드바인이 있습니다. 랜섬과 믿음의 사람들의 작은 공동체는 이 무서운 힘에 맞서 싸웁니다. 결국 선이 승리하겠지만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