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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홀릭

윈터홀릭

: 백야보다 매혹적인 스칸디나비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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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6쪽 | 546g | 143*195*30mm
ISBN13 9788952755162
ISBN10 895275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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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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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을 꿈꾸다
김기옥 (flytoafrica@yes24.com)
2009-07-08

손을 대면,
차갑지 않을까.


책을 열면 새하얀 눈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차갑고 건조한 겨울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책 『윈터홀릭』을 만나다.

여름 시즌에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여행책 중에서도 이 책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아마 지금이 뜨거운 여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위에 약하기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에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만난 겨울 여행이 어느 책보다도 반갑고 궁금했다. 게다가 북유럽이라니. '겨울 = 매혹적인 계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곳이 아니던가. 겨울 여행을 꿈꾸는 이들의 로망.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러시아까지. 이름만으로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여섯 나라에서 저자는 누구보다도 쓸쓸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진정한 겨울을 여행한다. 세상 가장 북쪽에 있는 수도에서 낯선 이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를 기다리고, 노르웨이 피오르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눈부신 겨울. 그의 여행을 함께 하고 있노라면 숨막히는 공기 속에서 하루하루 일상을 견뎌내는 내 자신에게 절로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다.

그의 여행은, 그리고 그의 글은 북유럽을 닮았다. 건조한 듯, 무심한 듯 하지만 편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매력이 있다. 여행자만이 가질 수 있는 외로움과 여유, 깨끗이 지워내지 못한 그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직접 전해진다. 너무나 좋았다고, 행복했다고 강조하지 않기에 그가 덤덤히 전해주는 북유럽 이야기에 더욱 마음이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어느 겨울, 무작정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꼭 겨울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었는데. 오랜 시간 꿈꿔왔던 파리를 향해 덜컥 집을 나섰던 그 겨울. 그 해 파리에는 몇 십 년 만의 폭설이라며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었다. 파리는 아름다웠지만, 수많은 전세계 여행자 중에서 눈 내린 파리를 즐긴 이가 몇이나 되겠나 생각해 보면 행복한 추억이었지만. 그 추억의 한 켠에는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무서운 추위의 기억이 남아있다. 아무리 두텁게 옷을 입어도, 몸 속으로 스며들던 차가운 기운. 꽁꽁 온몸을 무장하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던 칼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그 추위.

유럽의 추위란 이런 것 인가. 아직도 그때 함께 여행했던 일행들은 오늘처럼 햇볕 쨍쨍한 무더운 날이면 파리의 생생한 추위를 떠올리며 더위를 이겨내고는 한다. 언젠가 유럽으로 다시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산책하기 좋은 가을에 떠나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이 책, 『윈터홀릭』이 자꾸만 그 결심을 무색하게 만든다.
다시 겨울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혹시나 나타날지도 모를 오로라를 보려고 수시로 베란다를 들락거렸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머나먼 땅, 세상 끝의 수도에서 누군가와 함께 별빛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로라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리라. 다시없을 이 시간들이 마냥 행복하게 기억될 것을 나는 희미하게 느끼고 있었다. --- '10년을 기다린 만남 _레이캬비크 중에서

진짜 산타클로스와 다른 점이라면 전 세계 어린이들의 편지에 답장을 해주기 위해 각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요정을 비서로 두고 있다는 점이랄까. 봄부터 가을까지 로바니에미의 자작나무 숲에서 긴 휴가를 즐기고 겨울이면 순록이 끄는 썰매에 선물을 가득 싣고 마을로 돌아오는 산타클로스. 어쩌면 동심의 상상력은 어른들의 믿음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이렇게 근사한 산타 마을을 만들어낸 것일 테니. --- '순백의 설원에 파묻히다 _로바니에미' 중에서

핀란드의 디자인은 대단한 창의성을 내세우진 않지만 자연스럽고 담백한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의 디자인이 최대한 꾸미는 것에 치중한다면 핀란드의 디자인은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까지 다듬어서 가장 심플한 모양으로 만들어낸 느낌이랄까. 조용하고 차분한 핀란드 사람들의 성향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 --- '고요함 속의 열정 _헬싱키' 중에서

수시로 눈이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곳이라 이 도시에서의 제설작업은 하나의 일상처럼 보였다. 수차례 제설차가 지나갔지만, 군데군데 쌓인 눈에 발목까지 푹푹 파묻히기 일쑤였다. 미끄러질세라 발아래를 살피며 조심조심 발을 내딛었다.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도 뒤를 돌아보니 겨우 기백 미터 걸어온 것에 불과했다. 춥기는 또 어찌나 추운지. 토끼털이 달린 방한복에 장갑과 마스크를 꼈지만 슬며시 틈새를 파고드는 한기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이 펑펑 내리는 북위 70도의 도시를 걷는 기분이란. 몇 시간 전 비행기 안에서 했던 기우들이 무색하게도 나는 이미 트롬쇠에 빠져들고 있었다. 내가 꿈꾸어 오던 겨울 여행의 매력, 그 자체였다.
--- '설렘의 데자뷰 _트롬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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