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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영혼을 빗질하는 소리

: 안데스 음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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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39쪽 | 448g | 141*192*30mm
ISBN13 9788995894217
ISBN10 899589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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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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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30분. 그때까지 맥주와 폴클로레의 흥겨운 시간이 계속되었다. 밤의 라 우니온 거리는 스산하다. 사람의 수는 낮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어둠은 거리의 사람들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 낮에 보이던 그 순수하고 호기심에 찬 눈동자들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변해가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여기서 내 숙소까지 나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끌라우디아에게 묻자 그녀는 대답 대신 따라오라는 몸짓과 함께 유모차를 앞세우고 저만치 앞서 걸어간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끌라우디아의 따뜻한 배려에 사라지고, 그녀의 보폭에 맞춰 내 발걸음도 어느새 사리리처럼 경쾌해졌다. --- pp.26-27

- 구름은 아주 낮게 바로 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 뒤쪽 머리에 하얀 눈을 뒤집어쓴 산이 오히려 구름보다 더 높게 솟아 있다. 선장이 키를 잡는 동안 선장 조수는 삼뽀냐에 관심이 있는 나를 위해 갑판 위로 올라와 특별 연주를 해준다. 호수에 젖고 삼뽀냐 소리에 젖어들자니, 어느덧 띠띠까까에 물과 하늘 외엔 모든 게 사라지고 그 사이로 팔만 조금 더 내밀면 한 웅큼 잡힐 듯한 구름이 낮게 흐른다. --- p.87

- 그리고 부러웠다. 여기도 서양 팝 음악이 흘러나오는 디스꼬떼까가 많이 있지만 볼리비아노들은 안데스 폴클로레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자기들의 기분을 발산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도 훌륭한 자신들의 음악을 간직하고, 또 그것을 아름답게 만끽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곳, 비바 라 비다! 여기가 바로 볼리비아 라빠스다! --- p.114

- 지금도 나는 어둑해진 버스터미널에서 내 스페인어 실력을 배려해 또박또박, 천천히 뻬루건 볼리비아건 에꽈도르건 남미에서는 항상, 어디 가나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던 그의 까만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앙헬은 뻬루 사람이다. 본명은 Angel Puma. 영어식으로 읽자면 엔젤 퓨마가 될 테지만, 뻬루는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 그래서 발음도 앙헬 뿌마다. 나이는 나보단 한 열 살 쯤 어린, 앙헬은 내 친구다. --- p.121

- 어찌 보면 나는 뽀또시에서 께나와 차랑고를 연습하는 시간보다 우마할란따와 같이 독주를 마셔가며 연습하거나 그들과 공연 여행을 하던 시간을 더 즐겼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꾸리 연주자들 속에 숨겨진 내 연주는 그야말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었을 테지만 그들과 함께 연주하는 동안만큼은 나 역시 연습생이 아닌 안데스 뮤지션의 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들과 연주를 즐기는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고 더할 수 없이 흥겨웠으니까. --- p.244

- 그러는 가운데 누군가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다고 리더에게 귀띰을 했나 보다. 그는 ‘한국에서 온 사람 손들어 봐요.’라며 내가 앉은 자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난 손을 들지 않고 대신
“난 오따발로 사람인데.”
했다. 그랬더니 엑또르가 한 술 더 뜬다.
“이 사람 이름이 잉까 조 까바스깡고야!! 사는 곳은 산 후안 알또 San Juan Alto(뉴깐치 냔 멤버들이 모두 모여 사는 동네)고.”
나를 비롯해서 호명하던 리더는 물론 거기 함께 있던 뉴깐치 냔 멤버들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그날 이후 뉴깐치 냔 멤버들은 모두 엑또르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는지 종종 날 잉까 조 까바스깡고라고 부른다. 졸지에 내 의사와 상관없이 까바스깡고 족보에 올라간 셈이다. 하지만 흐뭇하다. 비록 지금은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하지만, 함께 있는 동안 나를 가족으로 생각해줬던 그들이 여전히 좋고 고맙다. 어디서든 행복하길.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을 언제까지고 연주해주길. 까바스깡고 사람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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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대 씨는 “한국에서 안데스 음악의 뿌리를 내리는 것, 안데스의 감성이 살아있는 한국 음악을 하는 것”이 꿈이라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로스 안데스의 3집 앨범을 보면 ‘칠갑산’이나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같은 가요를 안데스 음악으로 소화하려는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가요를 안데스 악기로 연주했다고 해서 한국적인 안데스 음악이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와는 반대 방향이지만 같은 뜻을 품고 있다. 그것의 실체가 아직은 아련하지만, 한국의 정서가 담긴 월드뮤직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일. 물론 그 음악들이 헝클어진 우리네 영혼을 곱게 빗질해주는 음악이 되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다.

조영대 씨의 이 책은 안데스 음악 기행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지만, 안데스 음악을 찾아 떠나는 자의 따뜻한 세상 보기가 그대로 녹아있다. 그 따스한 세상 보기를 통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길 바란다.”
이정헌(울산 월드뮤직 페스티벌 예술 감독, 전 영산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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