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이제 뉴스, 정부정책을 넘어 우리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숫자는 일상적인 언어로 자리 잡았으며, 숫자를 인용하는 것은 관례가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숫자는 신속하고 때로는 치밀하게 우리 일상을 지배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들춰내고, 편안함보다는 두려움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숫자는 혐오의 대상의 되기도 한다. 신뢰감과 불신을 동시에 주는 숫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p.4, 「저자서문」 중에서
기자들과 정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를 수없이 제시하면서 자기주장을 한다. 마치 메뉴판처럼 수천, 수백만, 수십억을 소비했다느니, 삭감됐다느니, 증가했다느니, 감소했다느니 하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게 이것이 큰 숫자인가 하고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과거 소련에서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는 정책을 풍자한 만화가 있다. 소련 사회주의경제의 노동자영웅이 1년 동안 생산한 제품에 대해 찬양하는 만화였다. 만화는 영광스러운 생산품으로 엄청나게 큰 못 하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못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목적에 맞지 않는 크기라면 아무리 커봐야 쓸모가 없다. 계속 반품만 될 것이다. 크기에 대한 질문은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 pp.18-19, 「감자칩은 어떻게 유해물질이 되었을까?」 중에서
1997년 스웨덴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용 아크릴아미드에 오염된 물을 마신 소가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비틀거리면서 걸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연구를 계속한 결과 다양한 가공음식에서 아크릴아미드가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중략) 왜 사람들은 아크릴아미드의 양에 대해 그렇게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아마 건강에 대한 과민반응 그리고 인체에 유해할 것이라는 공포를 자아내는 물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이 유해물질 함유량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해봤더라면 이 정도까지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험용 쥐가 1년 동안 매일 30킬로그램에 달하는 감자스낵을 먹으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는 아크릴아미드를 흡수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p.27, 「감자칩은 어떻게 유해물질이 되었을까?」 중에서
물론 설문조사에서 정의한 범죄행위에는 잔인한 범죄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헤드라인에 나오는 통계치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영국 10대들의 상당수가 범법자라는 분명한 증거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영국 10대들이 소처럼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10대 청소년의 나머지 4명 중 3명은 다른 사람을 밀치거나 잡아채거나 할퀴거나 차지도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수치는 과거보다 6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 말은 친구에게 약간의 상처도 입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연구자들이 내린 정의에 의하면 우리들도 과거 10대 시절에는 상습적인 또는 심각한 범법자였다. --- pp.44-45, 「뉴스는 어떻게 10대를 범죄자로 만들까?」 중에서
평균만 본다면 사물의 다양한 면을 간과하게 된다. 강물 어딘가에는 사람이 빠져 죽을 정도로 평균보다 훨씬 깊은 곳이 있다. 하지만 평균만 생각하면 어떻게 될까? 평균은 이런 사실을 모호하게 한다. 물론 다루기 어려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요약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평균이 지닌 엄청난 가치다. 하지만 바로 이런 평균의 가치가 사람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 p.85, 「왜 내 월급은 항상 평균보다 적은 걸까?」 중에서
평균 소득을 보면 사람들 대부분은 평균보다 낮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평균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고, 바로 이 사람들이 평균을 가운데보다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발 세 개를 가진 사람이 평균을 두 개보다 더 높게 만드는 것과 같다. 소득과 같은 경우 소수의 사람들이 평균에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다. 소수의 사람들은 지네처럼 엄청난 개수의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집단에 포함되면 구성원 대부분의 소득은 평균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낮은 곳에 분포하게 된다. --- p.91, 「왜 내 월급은 항상 평균보다 적은 걸까?」 중에서
표본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따라 보여주는 데이터는 다르다. 조사팀은 표본을 취할 때 나이 든 사람, 젊은 사람, 결혼한 사람, 실업자, 키 큰 사람, 부자, 살찐 사람 들이 더 많이 포함되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흡연자, 운전수, 여자, 부?님 세대, 진보주의자, 종교인, 운동선수, 편집증 환자 등이 지나치게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표본을 취할 때 전체집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전체집단과 차이가 있는가를 항상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 p.162,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어떻게 이용했을까?」 중에서
물론 전자칩부착제도는 좋은 제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뒷받침하는 통계적인 근거는 서로 다른 부류의 전과자를 대상으로,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기간을 비교한 것을 토대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통계비교는 비록 두 제도 간의 재범률이 차이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인 것이라 믿을 바가 못 된다. 법무부, 경찰 그리고 법원에서는 통계 데이터의 근거가 분명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p.215, 「범죄자 몸 속의 전자칩이 재범을 줄일 수 있을까?」 중에서
한 가지 염두해야 할 사항은 모든 통계분석결과를 상관관계의 오류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바로 논증하기를 싫어하고 이것을 기피하기 위한 화려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인과관계와 적절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인과관계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후자는 실험, 표본을 신중하게 조절해 다른 가능한 인과관계를 배제해가면서 편차가 없는지, 표본을 제대로 선택했는지를 확인한다. 따라서 우리는 통계적인 결과를 모두 비난해서는 안 되며, 신중하게 도출된 통계결과인지 아니면 판에 박힌 결과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 p.252, 「왜 여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남녀공학의 여학생보다 성적이 좋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