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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흙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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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334g | 185*235*20mm
ISBN13 9788993912067
ISBN10 899391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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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이상교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했다.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가 추천되었고, 1974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입선되었으며, 1977년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답니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으며, 세종아동문학상과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동시집 『살아난다 살아난다』 『먼지야, 자니?』, 그림책 『도깨비와 범벅 장수』 『나는 떠돌이 개야』 등이 있다.
그림 : 김원희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 『숲 속 나라』 『고대로와 깜깨비』 『가야의 여전사』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는 거야……. 시골에는 친구도 없고 심심하잖아.”
“두 밤 자고 엄마가 데리러 갈게. 삼촌은 너 많이 보고 싶어 하던데, 재현이는 아닌가 봐?”
엄마는 내가 간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조를 것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꼬라비 삼촌이 나를 혼자 보내라고 한 듯했다.
“내가 보고 싶으면 삼촌이 여기로 오면 되잖아.”
투덜거리다 문득 전에 꾸었던 꿈 생각이 났다. 덜 마른 흙벽에 물고기 무늬가 또렷하던 꿈.--- pp.34-35 중에서

시골 길을 달리는 동안 버스에서처럼 산, 들판, 논이 번갈아 나타났다. 어떤 키가 큰 미루나무에는 까치집이 세 개나 얹혀 있었다.
“삼촌, 무슨 집이 이렇게 멀어?”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산굽이를 세 개 돌았을 때 다시 물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꼬라비 삼촌이 대답한 후에도 차는 얼마 동안 잠자코 달리기만 했다.
“재현아, 봐. 저기 흙벽집 보이지?”
초록 잎이 가득한 나무들 사이로 집 한 채가 비스듬히 고개를 내밀었다.---p.58 중에서

“재현아, 너 그거 모르지? 잘 때면 이 집에서 이상한 소리 들리는 거.”
변소 앞 수돗물을 틀어 세수하려는데, 종도 아저씨가 물었다.
“이상한 소리요?”
종도 아저씨는 뭐가 재미있는지 말하면서 줄곧 빙글빙글 웃었다.
“그래, 너희 삼촌이 암말 않던? 아, 무서운 얘기를 하면 네가 오지 않을까 봐 말 안 했구나.”---p.65 중에서

나는 뒤집어썼던 이불을 내리고 질끈 감고 있던 눈을 살그머니 떴다.
어두운데도 둘레의 것들이 똑똑하게 눈에 들어왔다. 달이 무척 밝았다. 툇마루 기둥의 틀어진 주름살 같은 자국.
‘저게 대들보라는 걸 거야.’
마루 천장을 가로지르는 굵다란 나무 기둥. 대들보를 가운데 두고 서까래가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져 있었다. 그 사이는 붉은 흙이 메우고 있었다. 대들보와 서까래는 마치 커다란 새의 가슴뼈 같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추위에 눈을 떴다.
“삼촌!”
내 목소리에 놀란 방자가 안마당을 쏜살같이 가로질렀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야지.---pp.77-78 중에서

“처음엔 몰랐는데, 이곳에 와서 살다 보니 저절로인 것이 참 많아요.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돋아나 저절로 열매를 맺고, 지고, 또 봄이면 다시 저절로 돋아나고.”
“그렇지요? 네발 달린 동물도 깃털 달린 새도 하다못해 흙 속을 기어 다니는 벌레들까지도요.”
삼촌이 덧붙여 말했다.
“삼촌, 물고기들도.”
윗개울에 가는 걸 미루게 될까 봐, 나도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p.101 중에서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겠지만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흙벽집 지붕, 툇마루, 댓돌, 대들보, 서까래, 담벽, 외양간. 이겨 바른 붉은 흙, 흙을 이기는 데 쓴 개울물, 개울에서 주워 온 크고 작은 돌, 기둥으로 쓰인 나무가 다 함께 코를 골았다.
---p.111-112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재현이와 한방에서 지내던 꼬라비 삼촌이 먼 시골의 오래된 흙벽집으로 이사를 갔다. 섭섭하던 마음도 잠시, 꼬라비 삼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메일을 보내오자 재현이는 일일이 답장 쓸 일이 막막하다.
금방이라도 도깨비가 튀어나올 듯 풀이 무성한 마당이며, 불에 그슬린 으스스한 부엌, 괘종시계에 둥지를 튼 굴뚝새와 풀옷을 입은 통나무. 삼촌은 신이 나 오래된 흙벽집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어느 하나 재현이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다. 그런데 여름 방학 때 시골집에 놀러 오라고? 친구도 컴퓨터도 없는데. 아니다. 단 하나 재현이의 마음을 끄는 것이 있다. 지금은 말고, 언젠가 꼬라비 삼촌 집에 갈 일이 있으면 꼭 개울가에 나가 물고기 사냥을 나갈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된 어느 날, 재현이는 좋아하는 권오미와 함께 수영장에 다니게 되어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반장 조석민도 수영장에 다닌다고 한다. 더구나 조석민 옆에 있으면 권오미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권오미는 재현이가 생일 선물로 준 보석 상자까지 조석민 여동생에게 주었다. 쳇. 다 꼴 보기 싫어! 나 꼬라비 삼촌 시골집에 갈 거야!
우여곡절 끝에 삼촌이 사는 오래된 흙벽집에 도착하지만 역시나 재미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집은 으스스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들리는 온갖 벌레며 새 소리에, 어디서든 갑자기 들고양이들이 출몰한다. 더구나 뱀도 있고, 밤에는 생쥐도 다닌단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부엌 앞 댓돌, 안방 구들장, 처마 및, 흙벽집 어디에서나 들린다고? 대낮에도 들린다고? 도깨비? 귀신?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밤에도 정신이 또렷해 잠이 안 온다. 갑자기 뭐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지? 에잇, 나 다시 집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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