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어서 일어나게나.” 머리 위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했다. 컴컴한 방 안에는 사람들이 짐을 싸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어머니, 아버지는?’ “정신이 드는가? 가위에 눌렸나 보네?” 옆을 바라보니 한 사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서 그만.” “아니네. 그나마 다행이네. 그나저나 무슨 일을 당한 건가?” 나를 걱정하는 그 사내의 따뜻한 말에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부치던 땅을 모두 잃은 일과 장사를 하려고 길을 떠났다가 산적을 만난 일을 이야기했는데, 나는 장사 밑천을 빼앗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에 그 사내는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내가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리던 그 사내는 나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자네, 나와 함께 가지 않겠나?”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나는 장돌뱅이일세. 자네가 장사를 하러 나섰다고 하니 혹시 나를 도우면서 장사를 배워 볼 생각이 있는지 묻는 것일세.”
시골에서 남의 땅에 농사를 짓던 열아홉 청년 최수완. 어느 날 갑자기 땅을 떼이는 바람에 장사길에 나섰지만 강도를 만나 가진 밑천마저 빼앗기고 산길에 쓰러지고 만다. 마침 길을 지나던 보부상 김시전의 도움으로 수완은 목숨을 건지고 김시전을 따라 장터를 다니며 장사를 배우게 된다. 수완은 강경장에서 김시전을 대신해 담배를 큰 이문을 남기고 모두 파는 수완을 발휘한다. 이어 김시전과 안성 읍내장, 양주 누원점을 다니며 유기 장수 장돌이와 방물장수 이슬기도 사귀고, 상인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익히며 점점 상인으로 성장한다. 누원점에서 장돌이와 이슬기와 헤어진 날 김시전은 수완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한다. 김시전은 한양의 시전 상인이 되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이었고, 수완이의 딱한 사정 때문에 잠시 수완이를 도와주었다는 것. 결국 수완은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수완은 평양장에서 텃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수완이를 보려고 평양으로 온 장돌이를 비롯한 또래 젊은 상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후 수완이는 유기 장수 장돌이, 신발 장수 신발이, 인삼 장수 삼돌이, 장신구를 파는 금태, 붓과 먹, 벼루를 파는 필묵이와 함께 수원장과 이천장을 함께 다니며 장사도 함께 하고, 사발통문을 돌려 인삼 도둑도 잡는 등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며 마침내 보부상단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수완은 김시전에 대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고 이를 확인하러 한양으로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