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꿈은 연극 연출가, 시인, 작가, 생선가게 주인이었어요. 생선 가운데 특히 갈치를 좋아했답니다. 크리스마스 때는 연극 대본을 직접 써서 동생들이랑 공연도 했답니다. 관객인 엄마 아빠에게 입장권을 팔아 동생들과 맛있는 과자를 사 먹었어요. 『무에타이 할아버지와 태권 손자』로 제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안 돼, 낯선 사람이야!』, 『우리는 걱정 친구야』, 『너랑 절대로 친구 안 해!』, 『나토비가 나타났다』, 『돌봄의 제왕』이 있습니다.
그림 : 홍지연
보은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유년 시절, 떨어져 살던 아버지가 매월 보내 주던 어린이 잡지를 보며 꿈을 키웠고, 꿈을 이루어 어린이 책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큐 그림책 『누구나 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 『소파는 어떻게 만들까요?』와 청소년소설 『이히 리베 디히』 표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나는 놀기 천재인가 보다. 수학문제집을 두 장이나 풀어야 하는데 언제 놀지? 자꾸 노는 생각만 떠오른다. 지금쯤 아이들은 신나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을 텐데. 하기야 나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없다. 밖에 나가도 인라인스케이트 대신 운동화를 신은 채 숨을 헐떡이며 아이들을 쫓아다녀야 한다. 나도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려면 80점 맞아야 한다. 80점! _20쪽
공부 잘하는 음식 같은 건 없나? 그런 음식이 정말로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맛이라도 먹을 것이다. 이를테면 콜라에 새우젓을 섞은 맛일지라도, 우유에 고추장을 풀고 식초나 된장을 넣어도, 또 뭐가 있지? 펄펄 끓인 아이스크림에 삭힌 홍어는? 우웩! 홍어는 진짜 못 먹을 것 같다. 홍어만 빼자. 꼭 먹어야 한다면 코를 쥐고 숨을 참고 먹으면 좀 괜찮겠지. _22~23쪽.
어떡하지? 아름이한테 어떻게 오천 원을 빌려 달라고 하지? 예쁘다는 말 100번 하기? 아름이는 화가 났다가도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금방 풀린다. 진짜로 예쁜 데가 없는데 또 거짓말을 해야 하나? 눈도 작고 코도 펑퍼짐하고 입은 늘 내밀고 있고…… 아, 생각났다. 지난번에 엄마 매니큐어 바른 걸 보니 손톱이 예뻤던 것 같다. 손톱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손톱 말고 어디가 예쁘지? 아, 손톱이 예쁘면 발톱도 예쁜가? 같은 ‘톱’이니까 뭐. _36~37쪽.
어제는 트럭에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가 두 개였는데 오늘은 다섯 개의 바구니에 빵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첫 번째 바구니에는 공부빵. 두 번째에는 도레미빵. 세 번째에는 수학학원빵. 네 번째에는 영어학원빵. 다섯 번째에는 국영수학원빵. “아저씨, 빵이 엄청 많아졌네요.” “너처럼 다른 아이들도 요구 사항이 많아. 학원 다니기 싫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어. 과목별로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지. 넌 학원 안 다니니?” “네, 저는 학원 안 다녀요. 학원 보낼 돈이 없대요.” “집에서 학원 보내 주면 다닐 거니?” “아니요. 학교에서 공부하면 되지 뭐하러 학원에 가서 또 공부해요?” _70~71쪽.
“저보다 아름이가 실망이 클 거예요. 바이엘빵을 먹고 피아노 콩쿠르에 나가서 피아노를 받으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래도 빵은 아름이한테 전해 줄게요. 혹시 알아요? 바이엘빵 먹고 앞으로 정말 피아노를 잘 치게 될지도요.” “넌 성격이 아주 낙천적이구나. 거짓말에 속지만 않으면 나중에 크게 성공하겠어. 공부빵이랑 도레미빵이랑 바이엘빵 이름도 네가 지었지? 아주 재미있어. 이 세상에 빵 이름을 너만큼 잘 짓는 사람은 없을 거야. 이게 다 네 성격이 낙천적이라서 그래.” _104쪽.
어쨌든 나는 공부는 못해도 성격이 좋은 건 확실하다. 작은 빵집 아저씨가 나보고 낙천적이라고 했으니까. _110쪽
나중에 어떤 기자를 만나면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오봉구 씨는 어렸을 때 천재였다면서요?” “아 네. 맞습니다.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 면에서 천재였다고 할 수 있지요.” “두 가지나요? 대단하시네요. 그 두 가지가 뭐죠?” “놀기 천재! 빵 이름 짓기 천재요!” “와, 오봉구 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_115~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