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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 가연 컬처클래식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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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 가연 컬처클래식 30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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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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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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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2.94M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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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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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영 이자식, 가까이 있는 건 볼 수 있는 거 아냐?’
두식이 다른 쪽 팔을 들어 올려 두영의 얼굴 바로 앞에서 흔들어 보았다. 두영의 눈동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미동이 없는 두영은 마치 밀랍 인형처럼 보일 정도였다.
작게 숨을 내쉬며 안도한 두식이 햄을 집고 있는 젓가락을 천천히 입 안으로 끌어당겼다. 햄이 무사히 혀에 도착하려는 순간이었다.
“스팸이네.”
툭. 두식은 놀라서 햄을 식탁 위에 떨어트렸다. 두영은 보지 않아도 확실하다는 얼굴이었다.
“냄새가 스팸인데.”
두영이 연달아 말을 하자 두식은 제 발 저린 도둑처럼 목소리를 높여 성을 냈다. 맛있는 반찬들은 죄다 자신이 먹고 두영한테는 라면 하나로 때우려 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눈만 안보이지 다른 데는 완전 멀쩡하네!’
두식이 인상을 찡그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지막 방어를 펼치듯 시비를 거는 투로 두영을 쏘아붙였다.
“눈깔 맛 가더니 코도 맛이 갔어? 니 존재가 스팸이야.”
두식이 도리어 성을 내자 두영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손을 뻗어 더듬거렸다. 아직 김이 나는 뜨거운 냄비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면서 위치를 확인하고, 젓가락으로 라면을 집어 후루룩 들이마셨다.
“내가 인도주의적 인간인 걸 감사해 너. 니 입에 밥이라도 들어가게 해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하니.”
어린 애를 달래듯 친절하게 감사에 대해 설명하자 두영이 콧방귀를 꼈다. 속으로는 이미 험한 욕이라도 짓거리고 있을법한 얼굴이었다.
“라면이 밥이냐?”
두영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입매가 굳어졌다.
“라면 무시하냐? 신라면, 너구리, 해물라면, 나가사키! 얼마나 다채로와. 무딘 개새... 그리고 넌 잘 처먹고 커서 한 십년 라면만 먹어도 끄떡없어. 잔말 말고 처먹어.”
두식이 험하게 말을 내뱉자 두영은 노골적으로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그리고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식은 상관없다는 듯이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방으로 가려던 두영이 다시 의자에 앉더니 두식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너 내 향수 쓰냐?”
두영의 표정이 진지했다. 두식은 미간을 찡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끔이었지만 두식은 두영이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식은 몰래 허튼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시각을 잃고 후각을 얻었다는 거야 뭐야. 개코가 따로 없네.’
한심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두영을 보며 두식이 흥분해서 말했다.
“너, 너, 이 개새야. 형보고 너가 뭐야?”
“그러는 넌. 동생보고 개새가 뭐야.”
두영도 지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아 나 이런 개새를 봤나. 입은 왜 살려뒀을까! 패키지로 싹 닫아버리지.”
빠짝 약이 오른 두식이 말을 뱉어놓고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두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두식은 너무 심한 말을 했다는 생각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두식이 두영의 냉랭한 분위기를 느끼고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눈앞에서 조용히 사라지기 위해 최대한 숨을 죽이고 까치발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무늘보가 된 것처럼 느린 동작으로 식탁 옆을 지나칠 때였다. 두영이 한 번에 두식의 팔을 잡았다. 단단한 손아귀의 힘이 느껴졌다.
“안 놔?”
두식이 경고하듯 말을 날리자 대답처럼 거센 힘이 들어왔다. 갑자기 두식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두영의 등을 지나 바닥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쿵. 일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두식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생각하려다 몰려드는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몸이 죽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쩌릿한 고통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자 눈가에 눈물이 찔끔 고였다.
“아오, 뼈마디 다 부셔지겠네.”
신음소리가 저절로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끙끙거리며 몸을 비틀던 두식이 고개를 들어 두영을 올려다보았다. 두영이 희미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안 보인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도로 정확하게 자신을 공중으로 날려버릴 리가 없으니까.
두영은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간 듯 후련한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아, 너 너 개새 너… 너 쫌 보이지! 살짝 보이는 거 맞지!”
두식이 삿대질을 하며 윽박을 질렀다.
“인도주의적 인간? 웃기고 있네.”
두영이 콧방귀를 끼며 다시 식탁 의자에 앉으려고 자세를 잡았다. 이때다 싶은 두식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의자 다리를 잡고 뒤로 확 잡아당겼다. 힘을 빼고 자리에 앉으려던 두영이 허공을 지나 버둥거리며 바닥으로 불시착했다.
“야아!”
와당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두영이 뒤로 뒹굴며 소리를 질렀다.
“뭐 이 개새야.”
두식이 기세 좋은 얼굴로 일어나 몸을 탁탁 털어냈다.
식탁에는 차려놓은 음식들이 그대로 놓여있다. 의자에 앉자 누군가 막대기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몸이 쑤시고 아팠다.
“이놈의 집구석. 밥 한번 먹기가 왜 이리 힘들어.”
두식이 반찬을 집으며 비쭉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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