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는 홋카이도 중앙부에 있는 도마자와 면에서 전쟁이 끝난 지 오래지 않은 1950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옛날 이발소다. 주인인 야스히코는 쉰세 살의 평범한 이발사,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은 후로 사반세기에 걸쳐 부부 둘이 이발소를 꾸려오고 있다.
무코다 야스히코가 가업을 잇게 된 것은 아버지가 허리 디스크를 앓아 일할 수 없게 된 탓이었다. 삿포로에서 대학생활을 마친 야스히코는 역시 삿포로에서 광고 회사에 취직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집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귀향을 결심했다.
---「무코다 이발소」중에서
야스히코는 교코의 지적에 무릎을 쳤다. 듣고 보니 그렇다. 이런 촌 동네에 묻히기에는 아까운 미색이다. 여자 나이 마흔둘, 미묘한 나이지만 50대인 야스히코 눈에는 한창 무르익은 때다.
“당신, 사나에에 대해서 무슨 소리 들은 거 있어?”
“아니, 못 들었는데. 남 일인데 괜히 파고들지 않는 게 좋아요.”
입을 오므리고, 슬며시 턱을 내민다.
“하기야, 그렇군.”
좁은 동네이기에 더욱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야스히코도 동네 사람들의 인간관계에 대해 가슴에 묻고 있는 것이 몇 가지나 있다.
그날 밤, 사나에가 꿈에 나타났다. 아내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사나에가 꿈속에서 빚보증을 서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하면서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 기분이 달짝지근해지고, 나쁜 꿈은 아니었는데.
---「조그만 술집」중에서
“괜찮겠습니까? 우리 어머니 전혀 연기를 모르는 사람인데요.”
걱정스러워 감독에게 물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화면에 크게 어필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고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장소에서 주저앉는 장면만 연습해봤는데, 어머니는 긴장한 탓인지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지 못했다. 좀처럼 촬영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야스히코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머니 옆에 들러붙어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몇 번이나 조언을 했다.
“어머니,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껏해야 5초 정도 되는 장면이에요. 잘 안 되면 컷을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배역이면 배우를 썼을 겁니다.”
---「붉은 눈」중에서
무코다 야스히코는 저녁 7시 NHK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접했다. 지난 며칠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기단의 주범에 대해 전국에 지명수배령이 내렸고, 이름과 함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어이! 여기 좀 와 봐! 히로오카 씨네 아들이잖아!”
저녁을 먹고 있던 야스히코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큰 소리를 질렀다. 놀란 어머니가 틀니를 식탁에 떨어뜨려, 어푸어푸거렸다.
“여보! 어서 와보라니까! 텔레비전, 텔레비전!”
---「도망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