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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 차이의 구축

여자, 남자 차이의 구축

[ 양장 ] 과학과 사회-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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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1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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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307g | 135*195*20mm
ISBN13 9788992525657
ISBN10 89925256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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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외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인류학자,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피에르 앙리 구용 생물학자, 파리-쉬드 대학 진화 및 계통 생태학연구소 소속스
테파니 바르뷔 렌트 제1대학 조교수,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분과 인성론·진화론·생태론 연구소 소속
알랭 브라코니에 정신과 전문의, 파리 13구 정신건강협회ASM 필립-포멜 연구소 소속
실비아 코펠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CAECE 대학 생물학부 분자생물학연구소 생물학 연구원
마르크 펠루 발생학자, 파리 코섕 병원 국립보건의학연구소 E0021 분과 교수
가이드 르 마네-이드리시 렌느 제2대학 심리·인지·커뮤니케이션학 조교수
파트리샤 메르카데르 뤼미에르-리옹 제2대학 심리연구소 비대칭관계연구그룹G·RA, JE 2048 조교수
질 피종 인구통계학자, 파리 국립인구통계학연구소 연구부장 겸 국립자연사 박물관 교수
베르나르 살라당 당글뤼르 퀘벡 라발 대학 인류학과 교수
알랭 테스타르 프랑스 국립 과학 연구원CNRS 파리 사회인류학연구소 연구부장
카트린 비달 신경생물학자, 파스퇴르연구소 연구부장
역자 : 배영란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권에서 순차통역 및 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래를 심는 사람』,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 『오페라의 유령』, 『욕망이라는 이름의 권력』, 『내 감정 사용법』, 『인간이란 무엇인가』 들이 있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장 진화론에 대한 인류학적 고찰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사물을 명명하고 분류했던 ‘생각하는 인류’의 태동기 때부터 둘 사이의 차이점은 명백했다.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이 보편적인 분류 내용을 보면 남성성에 해당하는 쪽의 가치가 여성성에 해당하는 쪽의 가치보다 우월함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이와 같은 이원 체계에 서열 관계가 생겼고 남성적인 관념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 차원이 아닌 이차적 차원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서로 다른 두 개의 성으로 나뉜다는 불변의 진리를 떠올리는 게 일차적 차원이라면 하나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 즉 ‘여자들은 자신의 분신(딸)뿐만 아니라 자신과는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아들도 생산하는데 여자들만 가진 이 근거 없고 엄청난 특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이차적 차원의 문제다. 오직 여자만이 생식력을 가지고 있으며 애초에 다른 관찰을 통해 성관계 없이는 임신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자연히 남자들은 존재 자체를 관장하는 그리고 때로는 아이의 성별에 대한 결정까지 주관하는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아이를 낳는 능력 때문에 여자는 집단의 생존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재산으로 여겨졌다. 생식능력이 있는 여자가 없으면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생식력 때문에 교환의 대상이 되는 여자들은 본연의 운명과 그 역사에 있어서 더 이상 주체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사회적 질서에 의해 고상한 것으로 상정된 역할을 여자에게서 박탈하는 것은 성역할의 분배가 여전히 가치 지표의 역할을 하는 서구 사회를 포함하여 우리 시대에도 계속해서 폄하된 가치판단 체계를 입증해준다.

2장 성과 생물학
생물학은 우리에게 세상에는 단 두 개의 성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모든 건 우리가 무엇을 ‘성’이라고 부르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다른 선입관이 하나 있다. 이 역시 자연에서 얼마든지 그 반박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데 생식의 기본이 유성생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성생식은 특별한 경우에 속할 뿐이다. 이 문제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에서 비롯된 진화론적 설명과 최근에 나온 유전학의 굉장한 발견 결과의 중심에 놓인다.
두 개의 성별을 가진 종에서, 만일 암컷이 처녀생식을 한다면 수컷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왜 모든 종에서 일어나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유성생식이 처녀생식과는 반대로 빠른 진화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처녀생식을 하는 경우는 환경이 변화할 때 환경에 대한 적응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른 속도의 진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로써 무성생식을 하는 종이 멸종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암컷은 수컷 없이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해당 종은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여자들의 호의로 인류의 생존이 보증되는 것이라면 여자들이 기꺼이 동의한 희생은 존중의 대상이어야지 결코 강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3장 남자 뇌? 여자 뇌?
뇌에도 성별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히 답을 할 수가 없다. 뇌는 다른 기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뇌는 우리의 생각이 자리하는 곳이다. 사람들은 종종 여자는 대개 ‘천성적으로’ 수다스럽고 지도를 볼 줄 모르는 반면 남자는 수학에 더 재능이 있고 경쟁심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각각의 성별에 따른 고유한 구조가 뇌 속에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우리 인류의 근간과도 관계되어 있다. 무엇이 우리를 남자로 혹은 여자로 만들었는가? 남녀의 행동에서 자연이 차지하는 부분과 문화가 차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성별의 차이는 과학과 이데올로기가 교묘히 얽혀 있는 기초적인 수준의 논란이다. 이 주제에 대한 담론은 결코 새롭지 않다.
1970년대에 미국의 신경학자들은 양뇌 이론을 발표했다. 좌뇌는 언어 및 분석 추리력에 발달되어 있고, 우뇌는 공간의 표현과 감정에 관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설에서 출발한 이 이론은 빠르게 진전되어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심리적 차이의 원인을 뇌반구 간의 차이로 간주한다.
현재 이 이론은 구식으로 치부된다. 활동하고 있는 뇌를 시각화한 MRI 같은 새로운 기술을 통한 뇌 영상 사진에서 드러난 것에 비해 너무나도 단순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신기술을 통해 우리는 양뇌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으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좌뇌와 우뇌 모두 결코 제 기능을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아이는 전반적으로 미완의 상태인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천억 개에 달하는 ?마어마한 수의 뉴런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뉴런이 서로 연결되는 신경관의 수는 아직 그리 많지 않은 상태다. ‘시냅스’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연결들은 태어날 때 단지 10퍼센트만 이어져 있을 뿐이며 나머지 90퍼센트는 살아가는 동안에 점차 만들어진다. 따라서 뇌에 관한 한 문화와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4장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무엇을 하며 노는가
우리는 특히 놀이 상대의 선택이나 가지고 노는 장난감 및 놀이의 활동 등에서 아이들이 몇 살부터 그리고 어떻게 성별에 따른 행동을 나타내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들의 사회적 주변인이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남자 혹은 여자라는 성역할의 구축에 있어 아이들이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상대와 나를 구별하는 성향의 발달은 남아 및 여아에게 있어 서로 다른 사회화 과정을 만들어주며 이는 각자의 사회성 구축 및 성역할의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동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성별에 따른 행동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따라서 취학 전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긍정적인 사회적 행동들을 보여준다.
조기에 성별의 차이를 깨닫는 것은 성 정체성의 구축에 관한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를 한 주제 중 하나다. 이러한 연구의 결과 사회적 주변인, 특히 부모 및 부모 이외의 성인이 여아 및 남아에게 대하는 태도나 표현, 기대 등이 매우 다르다는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부모는 심히 차별적 행동을 보이는 사람으로 나타나며 연구 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히 아이가 만 2세 무렵이 되면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비록 성인이 아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는 있으나 이와 같은 성인의 차별화된 행동은 일찍이 여아 및 남아 간에 나타나는 행동의 차이에서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한 살도 되기 전에 아이들은 벌써 자신과 같은 성의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나 이들의 얼굴에 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한다. 이는 곧 이 아이들이 그들을 구별할 수 있음을 뜻한다. 24개월부터는 일반적인 성역할과 맞지 않는 희화화된 사진을 더욱 오래 쳐다본다.
이처럼 아이는 특히 눈에 보이는 성별 범주를 포함하여 자신의 환경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고 구성할 줄 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는 아이의 성 정체성 구축을 아이 스스로가 자신의 성장에 있어 주체가 되려 한다는 상호작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5장 성 결정 유전학
단세포 미생물의 무성생식과 반대되는 유성생식은 하나의 성별로의 각 개체발생, 즉 배아의 초기 단계(6~7주)에 이뤄지는 발생 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자가 될 것이냐, 여자가 될 것이냐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는 것을 ‘성 결정’이라고 부른다. 이는 두 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 단계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배아체, 즉 ‘생식 융기’를 정소나 난소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이 시기는 ‘생식선의 결정’이라고 불린다. 두 번째 단계는 생식선의 관할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성별 분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시기이다. 즉 남성 혹은 여성의 1차 성징이 수립되는 것이다. 사실 여자의 성 결정 유전학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성 결정 단계와 성 분화 단계의 구분은 여전히 매우 자의적이다. 이 두 가지 단계 모두 배아의 발생 과정에서 서로 맞물리며 연달아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직 남자의 성 결정만이 부분적으로 밝혀진 상태고 암흑의 상태로 남아 있는 많은 영역들이 여전히 밝혀져야 하는 상황이다.
성적 모호함으로 인한 질병들이 모두 다 규명된 것도 아니고 따라서 여러 가지 유전자들의 성격이 규명되어야 하는 상황이긴 하나, 그래도 배아 형성 기간 동안 남자 혹은 수컷의 성을 결정해주는 ‘일련의 단계적 반응’들은 점점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많은 것들이 진척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의 성 결정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여성의 성 결정과 관련해서는 거의 규명된 것이 없다. 배아에서 일어나는 이들 일련의 반응들이 명확히 규명될 때, 성의 모호함이 정확히 진단될 수 있을 것이다.

6장 성의 구축, 청소년기의 성
생물계 전체에서 그리고 특히 인간의 경우, 시대와 문화가 무엇이건 간에 아동기를 졸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생식능력의 획득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오늘날 ‘청소년기’라고 불리는 이 과도기에는 ‘성性’이라는 요소가 개입된다. 하지만 이 시기와 관련한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성은 그 자신에게 흔적이 남아 있는 유년기의 경험뿐 아니라 신체적?심리적?심리 사회적 양상에 의해 나타나는 과정들과도 연루된다. 따라서 특히 청소년 자신의 시선이나 타인의 시선에 있어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가 가장 두드러져 보일 지라도 성은 비단 신체적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고 쳀러한 변화의 과정은 서서히 나타나고 경험되는 것이지 갑작스럽게 진행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겪는 생리, 사정, 자위, 키스, 그리고 첫 경험 등이 ‘급작스런’ 변화처럼 느껴질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청소년기에 관한 주제는 대개 평생 동안 기억 속에 간직하게 된다. 감수성이 얼마나 풍부한 시기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7장 사회적인 ‘제3의 성’
오늘날의 이누이트족들 사이에는 태아의 성별이 가변적이며 태어나는 순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조상의 영혼명이 태아를 통해 환생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태아의 성별은 조상의 성별과 일치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사람들은 항상 그 아이가 누군가의 환생이 아닌지 알고 싶어 한다. 예지몽을 통해 아이의 부모는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환생하고 싶어 하는 망자의 바람에 대해 알게 된다. 아이가 태어난 후 신생아의 반복된 울음은 잊혀진 망자의 바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이름이 부여된 아이들에게 망자의 이름을 덧붙여준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며, 이들 가운데 각각은 이 이름에 하나의 다른 정체성을 부여했다.
무속인의 가장假裝은 시베리아 무속인과 관련하여 엄청나게 기술되었고 이를 주제로 마리 앙투아네트 카즈플리카(1914)는 ‘영험한 성의 변화’에 대해 언급한다. 그 서문을 썼던 로베르 마레트는 ‘제3의 성’이라는 표현을 쓰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이누이트족의 아이들 가운데 몇몇은 무속인이 됨으로써 신체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가장을 했으며, 이어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된 시조의 간택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성별과 젠더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데에 익숙한 이누이트족 여장 혹은 남장의 젊은이들은 무속인이 되면서 샤머니즘 고유의 특징인 경계의 중첩화라는 위대한 능력을 발달시켰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8장 성전환증을 통한 젠더, 심리 분석, 천성의 고찰
사회생물학 쪽에서의 일부 반복적인 조류를 예외로 마가렛 미드 이후 사람들은 더 이상 생물학적 성이 성 정체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현대적인 용어 체계가 자리를 잡았다. 미국인 심리학자 존 머니는 1955년에 처음으로 ‘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주체가 스스로를 남자 혹은 여자로 느끼며 그에 따라 처신하는 심리학적 행동을 가리켰다. 생식적인 모호함과 그로 인한 영향의 연구에서 비롯된 이 개념은 주체의 정체성 구축에서 젠더가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특성을 강조한다.
1970년대부터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이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관점에서 전개되었으며 오늘날 인문과학에서 젠더의 개념에 부여하는 의미는 직장에서의 성 구분이나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가 자연적으로 이뤄진 게 아님을 입증하려는 페미니즘 인류학자 및 사회학자들 덕을 많이 보게 되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젠더는 성의 구분에 대한 심리사회학적 측면으로 정의될 뿐만 아니라 지배 관계를 위한 사회적 차별화 체계로도 정의된다.
심리 분석적 견해에서 우리는 이와 동시에 실제 성별의 차이와 더불어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정신세계가 구축되던 초창기에 우리는 자신의 성별에 대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서 있는 자세가 되어야 아이는 성별의 차이를 지각하고, 이를 있고 없고의 차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부모의 무의식적인 환상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마련된 자리와 더불어 주변의 감정적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지는 불완전한 인지 작용에 따라 성별의 차이를 이해한다고 보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우리에겐 일부 선택의 여지가 있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러한 선택은 유년기의 매우 이른 시기에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세상이 우리의 선택에 따르도록 만드는 데에 필요한 힘은 갖고 있지 않다.
심리 분석의 관점에서 남자의 몸에 여자의 영혼을 갖는다는 생각이나 그 스스로 자신의 젠더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우선 이러한 현실의 시련에서 생겨난 불안감에 연계된 방어적 심리 구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트랜스섹슈얼, 트랜스젠더, 호모섹슈얼은 심리학자나 심리분석학자가 정신 발생에 관한 연구를 하도록 부추긴다.

9장 여자와 사냥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가사 및 업무 분담이 20세기 들어와 대거 수정되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심지어 최근까지도 별로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냥이다. 사실 모든 사회에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계 도처에서 사냥을 하는 건 주로 남자들이다. 유사 이래로 계속 그래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사냥을 하는 여자들은 드문 경우에 속하며 거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사냥을 하는 여자들이 드물다는 것은 거의 보편성을 띠는 일반적인 사실이며 여기에는 심지어 농사나 사육이 없는 사회까지도 해당된다. 이누이트족(에스키모)?피그미족?호주 원훁민 등 사냥이 무척이나 중요해서 남녀 모두 여기에 참여해야 했을 거라고 추정되는 이 모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0장 남자 또는 여자로 태어나는 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 태어난다. 그리고 인류의 이와 같은 생물학적 항구성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런데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특히 중국과 한국은 1980년대부터 신생아 가운데 남아의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에서 아들에 대한 두드러진 선호도가 자리 잡은 지는 오래이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현상이 남아 출생의 비율 상승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오늘날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상황이 더 악화되어 앞으로 세계 다른 지역이나 여타 국가로 확장될 위험이 초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국에 이것이 남녀 간의 관계를 전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현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인가? 확실하지는 않다. 최근 들어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졌던 동아시아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정상적인 남아 성비를 유지했다. 성비 불균형 현상은 (러시아, 이란, 터키 등) 코카서스 인근 지방에도 중앙아시아에도 더 많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국가에서는 비록 출산율이 낮아지긴 했으나, 객관적 수치로 봤을 땐 여전히 높은 상태이고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면 이들 국가에도 역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11장 성별 관계의 또 다른 모델을 구축하다
지배적인 원시 모델의 기본 전제는 성별의 관계가 순전히 유기체적 요구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운명을 주관하는 자연적 차이라고 보는 것이다. 모델을 바꾸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객관적인 이유가 있으면 그 모델을 가정할 수 있다.
새로운 성별 관계 모델은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남녀가 동등하게 가져야 할 권리가 여자에게는 침해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여자들에게 피임의 제도화라는 보상이 주어진 것처럼 이 새로운 모델에서 남자들에게 이와 유사한 무언가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로써도 충분치 못할 것이다. 보상이라면 무슨 보상이겠는가? 남자답게 보여야 한다는 의무감에서의 해방이라든가, 지배 및 강압으로 대변되는 성별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자아실현을 이루거나 스스로가 기대했던 방향으로 내면의 성찰을 해본다든가, 그 자신도 속박에서 벗어나 여성에 대하여 자유롭게 합의된 즐거움을 확신하는 게 아니겠는가? 사전에 합의된 두 성인 남녀 사이에서는 그 무엇도 불가능한 게 없어야 한다. 이러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새로운 방식으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즐거움일 것이다. 유가적 관계나 요란한 지배 관계의 불투명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성을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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