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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필름클럽

기적의 필름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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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513g | 148*210*30mm
ISBN13 9788981339258
ISBN10 89813392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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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말론 브란도는 역사상 최고의 영화배우였을까? 「워터프론트」는 뉴욕 부둣가의 비리를 척결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의미는 미국 영화에서 메소드라는 새로운 연기 기법의 도입을 앞당긴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 p.45

그러나 무엇보다도 스티븐 킹은 큐브릭이 공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공포가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전혀 갈피도 못 잡고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킹은 「샤이닝」의 사전 시사회에 갔다가 잔뜩 화가 나서 돌아왔다. 그의 말로는, 영화가 마치 엔진 없는 캐딜락 같다는 것이었다. “차에 탔는데 가죽 냄새만 진동하면 뭐하겠어요. 차를 운전할 수가 없는데.” 그리고 킹은 큐브릭이 사람들에게 “상처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하긴 하지만, 어쨌든 난 「샤이닝」을 사랑한다. --- p.89

그렇지만 내가 틀렸다면 어쩌지? 제시가 언젠가 지하실 방에서 뛰쳐나와 ‘세상과 정면으로 맞서는’ 일이 생기지 않으면 어쩌지? 그냥 게으름에 지나지 않는 것을 똑똑한 척 우쭐대는 멍청이들이 머리 써서 짜낸 잘못된 이론을 따라가다 제시의 전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게 하면 어떻게 하지? --- p.113

수년간 회자되었던 이야기가 있다. 프리드킨 감독이 (실제로 신부였던) 비전문 배우를 신부 역으로 기용해서 장면을 찍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연기가 나오지 않자 신부에게 물었다. “날 믿겠소?” 이에 신부는 “물론이죠” 하고 대답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프리드킨은 한 걸음 물러서서 신부의 얼굴을 찰싹 때렸다. 프리드킨은 마침내 자신이 원했던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다미엔 신부가 층계 맨 아래 칸에서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신부가 여전히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장면 말이다. --- p.160

확실히 우리 관계가 변하고 있었다.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결전을 맞이하리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내가 패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통상적으로 모든 아버지들이 그러하듯이. 우리의 다음 영화는 이러한 이유로 선택되었다. --- p.170

“그건 그렇고, 지금 내가 보여주려는 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연기한 이 사내는 매일 밤 술과 여자에 빠져 인생을 헛되이 날려버리지. 그러다 해가 뜨는 해변에서 한 떼의 파티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인생을 마감해. (…) 이 장면을 잘 보고 기억해두렴. 파티광인 이 사내의 인생은 이미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거지. 그 자신도 이를 알고 있고, 해변가의 그 여자도 역시 알고 있어. 하지만 제시, 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하고 있어. 모든 게 네 앞에 놓여 있어. 그걸 날려버린다면, 그건 네 탓이야.” 난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1960)을 틀고 마지막 장면으로 돌렸다. --- pp.195-196

이 영화의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랠프 파인스의 눈에서 나온다. 파인스가 눈으로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라. 그가 롭 모로에게 말할 때, 파인스의 두 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라. 정말 깜짝 놀랄 연기가 나온다. --- p.231

사람들에게 영화를 골라주는 일은 위험한 모험이다. 어느 면에서 보면 그건 편지를 쓰는 것만큼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점이 당신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심지어 때로는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본다고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다. (…) 그래서 여기에 남들에게 추천하여 한 번도 욕을 먹은 적이 없는 몇 편의 영화 목록이 있다. 「살인 연극」(1977)은 그중 하나다. --- p.237

그런 다음, 제시는 떠나버렸다. 나는 생각해봤다. 제시 나이가 벌써 열아홉 살이야. 이젠 떠날 때도 됐지. 적어도 제시는 마이클 커티즈가 「카사블랑카」를 찍을 때, 슬픈 결말이 제대로 빛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한 개의 결말을 더 찍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됐지. 제시가 세상일을 배워가는 데 그것이 큰 도움이 될 거야. 이제 내가 아들을 아무런 준비 없이 세상에 내보냈다고 하지는 않겠지. --- p.241

그날 밤 늦게 제시가 내 컴퓨터에 CD를 밀어 넣자 쉿 하고 돌아가는 기계음이 들렸다.

“아직 완성된 게 아녜요.” 제시가 말했다. 이건 제시가 친구와 별장에서 지내며 작곡한 노래였다. 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들이치던 한밤중 그곳에서, 떠나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클로에를 향해 쓰라린 가슴으로 작곡했던 노래였다. 노래는 바이올린이 한 소절을 반복해서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베이스와 드럼의 강렬한 리듬이 울리더니, 제시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종종 평범한 자녀들을 수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들의 얼룩투성이 그림을 피카소의 그림인 양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하지만 클로에와의 그 모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있은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의 노래 「엔젤스」를 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진실하지 못한 젊은 연인에게 보내는 이 노래엔 놀라운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현재 내 옆 소파에 앉아 있는 이 애가 서정적인 노래를 뿜어낼 때, 자신감에 찬 이 목소리는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를 가장 압도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 노래 속에 큰 변화가 있었다. 노래는 한순간 격렬한 비난조였지만, 다음 순간 애원조로 변해갔다. 가사는 상처를 헤집듯이 거칠고 외설적이었다. 마치 이 곡의 작사자는 심해어처럼 자신의 내부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듯싶었다. 그러면서도 그 노래들은 처음으로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 흑인 빈민가에서 성장했다느니, 대기업의 탐욕이라느니, 또는 뒤뜰에 숨어 찌른 주삿바늘과 콘돔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이라느니 하는 등의 쓰잘 데 없는 허튼소리는 사라져버렸다. 「엔젤스」는 진정 물건이었다. 껍질의 막을 깨고 삶의 울부짖음을 기록한 노래였다.

노래를 들으며, 나는 제시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재능을 지녔다는 걸 깨달았다. 불편함이 아니라 놀라운 안도감이 내 마음을 쓸고 지나갔다. 타고난 재능이었고, 그 재능을 드러내준 힘은 클로에로 인한 혹심한 고통이었다. 그녀가 그의 글에서 어린애의 솜털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CD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계속 켜대는 날 선 톱날처럼 상처를 헤치며 쿡쿡 찌르는 구슬픈 바이올린 소리가 숨을 죽이자, 제시가 말했다.

“이 노래 어떠세요?”

나는 천천히, 깊은 생각에서 우러나는 듯, 그가 충분히 음미하도록, 입을 열었다.

“넌 불꽃같은 재능을 갖고 있구나.”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지 내가 물었을 때와 똑같이 제시는 벌떡 일어났다.

“나쁘진 않은 거죠, 그렇죠?”

제시가 흥분하며 말했다. 아, 이게 클로에게서 벗어나는 길이구나, 내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 pp.267-269

그 후 몇 개월이 지나서, 제시는 「엔젤스」의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클로에가 ‘소녀’ 역할을 맡았다(이 역을 맡기로 했던 배우가 코카인 파티에 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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