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혹은 한국의 20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지, 이 책의 전반부에서 수없이 무작위적으로 펼쳐진 듯한 책들을 엮어 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한기호를 보면서 같은 일을 10년 이상 계속했던 기획자가 펼치는 화려한 초식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정말 기술이고, 그의 기술은 매우 화려하다. 어느 정도는 책에 대해서 익숙하고, 꽤 많은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책을 배치하는 한기호의 기가 막힌 기술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가 프로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을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떠한 스타일이냐고 물어보면, 화려한 스타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책의 결론과는 상관없이, 한기호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얘기들을 위해서 화려한 초식을 펼쳐 보이는 책의 전반부는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기호는 자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저자이고, 그 화려함의 성찬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글쓰기의 한 길을 보여주는 셈이다. …… 분명히 밝혀 둔다. 한기호 책의 장점은 한국에서 출판계의 마케팅부터 소소한 상황까지 가장 잘 알고 있는 ‘타짜’가 알려주는 필승의 디테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외국의 어느 유명한 저자가 자신의 사회에 맞게, 그리고 그 나라의 출판 현실에 맞게 쓰는 “책 쓰는 법”, “유명해지는 법”과는 분명히 디테일의 층위에서 궤를 달리하는 내용이다. 한기호의 컨셉력의 테제는,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한 디테일이다.(우석훈/『88만원 세대』의 저자) --- 「추천의 글_위기의 20대, 겁내지 마라」 중에서
이미 세상은 바뀌었다.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상위 1%에 들어가고자 하는 꿈부터 버려야 한다. 앞으로는 99개의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단 한 가지의 장점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다. 자신이 걷는 길이 10차선 도로일 필요도 없다. 오솔길일지라도 자신이 진정 걷고 싶은 길이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길이면 된다. 그런 길을 걷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맞이한 기회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평상시에 컨셉력을 키운 사람들이다.
지금 세상의 패러다임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평범한 영국의 휴대폰 외판원인 폴 포츠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서 오페라 가수로 화려하게 데뷔하거나 촌티 나는 40대 노처녀 아줌마 수잔 보일이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서 놀라운 노래 실력을 보여 세계인의 열광을 받은 것처럼 누구나 세계인을 상대로 숨겨진 끼와 실력을 발휘해 하루아침에 메이저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런 잠재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이 지니고 있는 차이를 연출할 컨셉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외모나 학력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결정적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컨셉력을 발휘해서 자신만의 색깔과 차이를 보여주던 것뿐이다. --- 「제1장_88만원 세대, 길은 없는가?」 중에서
월마트와 정보 기술의 유사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극히 소수에게만 유리한 체제이다. 네트워크 사회의 도래가 인간에게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네트워크 사회의 가능성에만 주목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는 신천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기도 하다. 월마트나 정보 기술은 공히 일부 소수에게만 유리한 체제라는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컨셉력만이 개인에게 생존의 솔루션이 된다. 오늘날 신문은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신문기자는 ‘전화 잘 하는 기술’ 하나로 잘 버틸 수 있었다. 취재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해서 독자에게 잘 전달해 주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독자가 알파 블로거나 슈퍼노드 같은 강력한 취재원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다. 정보를 중개하는 기자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컨셉력을 키워 가치 있는 정보를 창조하는 것뿐이다. 기자들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언어 능력과 방법론을 잘 터득하고 있다. 그런 능력으로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빠르게 도태되어 갈 것이다. --- 「제6장_나쁜 사회의 희망, 컨셉력」 중에서
그러나 “영혼을 팔아서라도 직장을 갖고 싶다”는 아우성이 넘치고, 명문 대학을 졸업한 사람의 3분의 2가 고시원에 틀어박혀 국가고시나 ?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세상이다 보니 이 땅의 엄마들은 더 바빠졌다. 자녀가 대학생이 된 뒤에는 함께 성적 관리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 활동, 인턴, 자격증 같은 취업 5종 세트를 갖추는 것도 도와야 한다. 자식을 ‘위장취업’시켜 줄 능력이 없는 엄마들은 취업 전선에 함께 뛰어들고 결국 성공적인 결혼까지 책임지려 한다. 그야말로 이 땅의 엄마들은 “평생 애프터서비스의 총관리자”를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대한민국 엄마들은 자식을 장례 치를 때까지 절대로 자식보다 먼저 죽어서는 안 된다고 농담을 던진다. 그리고 이런 농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 「제8장_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20대들」 중에서
대학이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석박사 학위를 따도 취직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석박사 학위만 따면 취직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기껏 고생해서 박사학위를 따고도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이 대학 저 대학을 누비며 시간 강사로 사는 ‘풍찬노숙자’가 6만 명 이상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바꿔 주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학교도 자주 바꿔야 한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엄청난 문제이지만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대학의 실적주의도 심각한 문제다. 논문의 질은 생각하지 않고 양만 문제 삼는다. 죽어라고 책을 써 내는 것보다 급조된 20쪽의 논문이 더 평가받는 세상이니 제대로 된 장기간의 연구는 꿈꾸기가 쉽지 않다. 일부 교수는 대강 급조하기에 급급하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지만 보직 교수나 원로 교수가 자신의 논문을 시간 강사나 대학원생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필과 표절은 다반사다. 논문 쓰기에도 바쁜 대학교수들이나 임시직 강사들은 달라진 세상에 필요한 기초 교양을 새롭게 쌓을 시간과 여력이 없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도 쉽지 않다. 사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대중이 읽을 수 있는 글은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학술 논문 심사에서는 엄격하게 과거에 통용되던 기준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 새로운 유형의 사고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 「제9장_더 이상 대학을 믿을 수 없다」 중에서
컨셉이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눈만 뜨면 새로운 상품의 등장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품에 대한 모든 비교가 일상적으로 가능해졌기에 그 어느 때보다 컨셉이 중요해졌다. 인터넷을 누비는 개인은 언제나 새로운 감성을 중시한다. 모든 분야의 상품 또한 새로운 것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간의 머리만 움직이면 그만이었으나 지금은 몸과 마음, 외부 환경(트렌드)까지 움직여만 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구, 기술, 시장 환경, 경쟁자, 기술, 인프라, 새로운 가치 등을 결합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새로운 감성의 상품을 내놓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아니, 목숨조차 부지하기가 어렵다.
컨셉력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편집을 잘하는 힘이다. 야마나시 히로카즈(매킨지 앤 컴페니 디렉터)는 편집이란 “일정한 방침 하에서 정보와 다양한 소재를 모으고 정보와 정보, 물건과 물건의 관계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짜 맞춤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소재를 조합해서 각각의 소재의 가치를 끌어내면서, 그 조합을 통해 더욱 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재는 가끔 정보이고, 물건이고, 사람이고 기회”인 것이다. --- 「제15장_세상을 바꾸는 힘, 컨셉력」 중에서
나는 늘 책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는 버릇이 있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40대 중년 여성의 3박 4일 외도기”, 양귀자의 『모순』은 “25세 여성 안진진의 남자 고르기”, 김정현의 『아버지』는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50대 가장의 쓸쓸한 초상”처럼 말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도 그렇게 요약된 내용을 갖고 시대적인 분위기에 맞아떨어질까를 정말로 열심히 예상해 보곤 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결국은 나를 키웠다는 것을 나는 창비를 떠나서야 알았다. 어느 날 나의 이런 경험을 한 언론인에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그는 내가 경험한 것이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엘리베이터 스피치는 할리우드의 영화감독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30~60초의 짧은 시간에 인상적인 설명을 함으로써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 「제21장_모든 컨셉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훈련을 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