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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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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24g | 153*224*20mm
ISBN13 9788996160441
ISBN10 89961604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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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부록 저자 : 탁광일
전 국민대학 산림자원학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산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여러 단체와 숲 보호 활동을 하면서 숲의 중요성을 알리는 글을 다수 발표했다. 저서로 『숲이 희망이다』(공저), 『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숲과 연어가 내 아이를 키웠다』 등이 있다.
부록 저자 : 정은영
한국 재생종이 운동의 역사를 이끌고 있는 생태환경문화월간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글보듬지기로 있으면서 재생종이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종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재생종이 사용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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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의 숲, 얼마나 사라졌는가?
종이는 나무줄기를 이루는 셀룰로오스 섬유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인류가 나무줄기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불과 150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에는 짚, 면화, 아마, 대마, 대나무, 꾸지나무 껍질, 파피루스 등 다양한 식물을 이용해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왔지만, 종이 수요가 늘어나고 펄프와 종이 제조 기계가 발명되면서 인류와 뭇 생명의 서식 공간이자 생존에 필요한 각종 물질을 생산해 내는 지구의 원시림은 제지산업의 원료 공급처로 운명이 바뀌게 되었다.
산업혁명을 거쳐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제지산업은 다국적기업이 경영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고, 유럽과 북미의 선진국들은 자국의 원시림뿐 아니라 북반부의 아한대림, 남반부의 열대우림을 벌목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값싼 노동력, 값싼 원자재, 그리고 산림 규제가 느슨한 곳이 필요한 것이다. 그 결과로 울창한 원시림을 보유한 국가들에서 새로운 펄프ㆍ종이 공장들이 세워지고 원시림을 싹쓸이하는 모두베기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얼마나 많은 원시림이 훼손되고 사라진 것일까? World Resources Institute가 1997년에 발표한 지도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현재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원목의 42퍼센트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가 된다. 원목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백히 알아보자.

2. 사방이 종이 천지, 덧없이 버려지는 종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이에 둘러싸여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휴지를 쓴다. 차나 커피를 마시려면 티백이나 필터가 필요하다. 시리얼도 포장지에 담겨 있다. 낮에는 공부나 일을 하면서 엽서, 전단지, 지하철 표, 일기장, 서류, 공책, 복사용지, 스티커를 쓴다. 가게에서 음료를 종이컵에 담아 밖으로 나온다. 저녁에는 극장에 가서 표를 사고 종이 봉지에 담긴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본다. 물건을 사면 상표, 가격표, 영수증이 생긴다. 집 안을 둘러보라. 키친타월, 각종 고지서와 광고지, 한쪽에 쌓여 있는 신문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의 인생도 종이로 시작해 종이로 끝난다. 산부인과 차트에서 마지막으로 사망증명서와 검시관의 보고서까지 매순간 종이는 우리와 함께 있다. 현대 문명은 마치 거대한 종이 전시장과도 같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여러 제품 가운데 만들어진 순간부터 매립이나 소각으로 최종 처분될 때까지 가장 많이 버려지는 폐기물은 종이다. 두루마리 휴지는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무가지는 지하철역에 버려지고, 전자메일이나 웹사이트를 출력한 인쇄물은 한 번 읽혀진 후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사무실에서 프린트하고 복사한 종이의 45퍼센트는 프린터와 복사기에서 나온 바로 그날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고, 광고지나 전단, 소식지 등 유인물을 집으로 가져오면 제대로 읽지도 않고 버린다. 잡지에 사용된 종이의 75퍼센트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채 창고나 가판대에 쌓여 있다가 폐기된다. 쓰레기통에는 소비자의 시선을 끌 목적으로 디자인된 포장지가 그득하다.
재활용 쓰레기통과 분리수거함이 출현하자 종이 쓰레기를 분리해 버리면서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런데 정작 ‘종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분리수거함에는 현관 앞이나 우편함에 쌓였던 개봉도 하지 않은 우편물, 보지도 않은 광고지와 홍보물, 제대로 읽지 않은 신문 등이 매주 한 아름씩 ‘재활용’을 위해 버려지고 있다. 이렇게 모인 종이들은 모두 어떻게 처리될까? 이 종이들은 어느 곳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었을까? 종이들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비용이 얼마나 들었을까? 잠깐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버려지는 종이 쓰레기는 전 세계에서 매년 수억 톤이 숲에서 매립지로 물밀 듯이 밀려든다. 종이 1톤을 묻으려면 매립지 3제곱미터가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일 년 동안 버려지는 종이를 다 매립하려면 대략 10억 제곱미터의 토지가 필요하고, 이 정도 규모는 런던 면적의 절반보다 많다. 그런데도 전 세계의 폐지 재활용 비율은 50퍼센트 정도에 머문다. 폐지를 수거한 뒤 다시 분류해 재활용 공장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갖춘 곳은 독일의 일부 도시를 포함해 몇 군데에 불과하다.

3. 얼마나 많은 종이를 소비하고, 얼마나 많은 나무가 사라지는가?
일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종이는 3억3,500만 톤에 달한다. 지난 40년간 4배나 극적으로 증가했으며, 하루 소비량은 100만 톤에 육박한다. 복사지 100만 톤을 한 줄로 이으면 적도를 1,500번이나 두를 수 있고, 같은 양의 두루마리 휴지를 한 줄로 이으면 달까지 200번이나 왕복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단 하루 동안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려면 몇 그루의 나무가 필요할까? 1,200만 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제지산업이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깨끗이 청소하듯 벌목하는 세계의 숲 면적은 매년 3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훼손되는 산림 면적이 ‘웨일스(Wales)와 맞먹는 규모’라고 비유적으로 보통 사용하는 문구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웨일스(면적 20,779제곱킬로미터) 전역이 숲이라고 할지라도 제지산업은 1월부터 시작해 8월 중반이 되면 모든 나무를 베어 버릴 것이다.
종이 소비는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 사이에 격차가 크다. 2005년에 조사된 각국의 1인당 연평균 종이 소비량을 비교하면, 미국은 1인당 297킬로그램을 소비하고, 핀란드는 그보다 더 많은 1인당 324킬로그램 이상 소비한다. 고작 30그램에 지나지 않는 소말리아보다 1만 배가 넘는 수치다. 30그램이면 A4 용지 네 장에 불과하다. 라오스와 영국을 비교하면, 라오스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인 560그램은 영국인 한 사람이 하루에 소비하는 양에 지나지 않는다.

4. 왜 남반구에 펄프공장이 계속 세워지는가?
남반구에 새로운 펄프공장을 지으려면 1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선진국에 지으면 비용이 두 배나 더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새로운 펄프공장들이 남반구의 국가들에서 세워지고 있다. 비용이 줄어들어도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을 지으려면 세계 최대 투자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자금은 여러 곳에서 제공된다. 특히 건설비용을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금융공사(IFC), 유럽투자은행(EIB), 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다각적인 대형 금융기관에서 투자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런 금융기관 중 한 곳이라도 투자하면 일종의 보증수표가 되어 상업은행들이 투자하려고 나선다. 북미와 유럽 각국의 수출신용기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장비들을 이들 나라에서 구입하면 비용을 부채로 전환할 수 있고, 동시에 남반구에 건설할 공장에서 생산한 펄프를 북반구로 훨씬 수월하게 수출할 수 있다. 만약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못 받게 되면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에 손을 내밀게 되는데, 현재 이들 투자기관의 역할이 날로 커진다는 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 벌목지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오래된 원시림이 시장의 매물로 나오고, 숲의 나무들은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입찰자에게 넘겨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리아우 주는 1982년에 78퍼센트가 우림이었지만 2005년에는 33퍼센트로 급감했다. 리아우 주에는 세계 최대의 펄프공장 두 개가 있으며, 원시림을 벌목한 뒤 아카시아나무 농장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숲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사도 하지 않고 제지회사에게 숲의 사용 허가를 해 주고 있어 우림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숲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빼앗긴 데다 꿀, 연료, 고기, 약초, 과실 같은 산물을 얻던 숲을 잃어버려 생활이 힘들어지고, 숲속에 흐르던 물은 나무농장 때문에 말라붙어 고기를 잡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정부는 주민들에게 마을의 숲에서 생계를 위해 벌목할 수 있는 허가증도 발급해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생계형 불법 벌목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생계형 불법 벌목은 제지회사가 저지르는 불법 벌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제지회사들은 정부로부터 허가된 지역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을 조직적으로 불법 벌목하고 있다. 또한 제지회사와 원주민 사이의 분쟁은 환경단체 운동가들의 실종, 운동가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위협, 제지회사의 용역 직원에 대항하는 공동체들의 격렬한 싸움, 불도저로 밀어 버린 가옥들, 심지어 살해당한 사람들까지 벌목지의 인권 유린은 매우 심각하다. 이와 같은 일들은 인도네시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숲이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 캐나다, 핀란드, 브라질, 우루과이, 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견디다 못한 원주민들이 정부와 제지회사를 상대로 직접행동에 나섰고, 일부는 승리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권력과 경제력 앞에 힘을 써 보지 못하고 고통 속에 빠져 있다.

아한대림의 벌목 또한 이미 깊숙이 진행되었다. 핀란드, 러시아, 캐나다의 광범위한 아한대림 가운데 인간의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은 곳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러시아는 중국과 핀란드에 원목을 대량 공급한다. 핀란드로 원목을 실은 트럭이 하루에 1,600대나 국경을 넘는다. 1분에 한 대 이상인 셈이다. 러시아의 극동 지역에서는 매일 180대의 무개화차가 국경을 넘어 중국의 만주로 원목을 실어 나른다. 또 다른 중국의 주요한 철도 종착지인 쑤이펀허에서는 무개화차가 매일 400대씩 도착한다. 캐나다의 숲에서 나온 산물 중 금액으로 따져 80퍼센트가 미국으로 수?된다. 또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나무 펄프의 3분의 1이, 그리고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신문용지의 45퍼센트가 모두 캐나다에서 생산한 것이다. 캐나다를 비롯해 모든 원시림 파괴의 중심에는 벌목이 지역 경제에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6. 나무농장(plantation)의 실상 - 나무를 함부로 심어서는 안 된다.
“원시림을 벌목하는 것보다 나무농장을 만드는 게 낫지 않나요?”

펄프용 나무농장의 주요한 특징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 아니라 단일한 수종만 심었으며, (2) 자생종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외래종을 옮겨다 심었고, (3) 나무농장의 규모가 한마디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이다.

나무농장은 원시림을 베어 낸 자리에 조성된다. 나무농장의 나무가 자생종이 아니란 의미는 자생 동식물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아카시아나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칼리나무처럼 나무농장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나무들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배출해 다른 식물이 근처에서 자라지 못한다. 이런 효과를 ‘타감작용’이라고 하는데, 그곳이 고향인 동식물을 쉽게 물리치기 때문에 그만큼 나무농장을 관리하기가 수월하고, 당연히 생물다양성을 논할 수가 없다.
또한 단일 수종의 나무를 기르려면 거대한 들판에서 곡물을 기르듯이 병충해며 영양 관리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아카시아나무나 유칼리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에 물을 잘 흡수해 주변 땅이 건조해지고, 다양한 생물이 살지 않아 토양 침식이 심해져 흙의 영양분이 물과 빗물에 쓸려 내려간다. 그렇다 보니 자랄 때까지 비료를 주어야 한다. 또한 한 종류의 곡물만 자라는 농경지처럼 해충과 질병에 시달리게 돼 또다시 화학약품을 살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농장에서 흘러나온 물은 주변의 수원을 오염시켜 계곡과 강에 사는 무척추동물, 양서류, 어류가 죽고, 강을 생계로 삼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원시림은 동심원을 그리듯 주변 지역까지 혜택을 주는 데 반해 나무농장은 주변 지역까지 심각한 해를 입힌다.
이처럼 자생 동식물을 해치고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는 나무농장은 항상 대규모로 조성된다. 그동안 원시림을 베어 낸 규모를 생각하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펄프공장에 설치된 거대한 기계들과 화학적 처리 공정은 특정한 한 종류의 나무를 펄프로 가공하는 데 최적으로 맞춰져 있다. 금융가나 기업가가 좋아하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나무농장과 펄프공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고,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프랑켄트리(Frankentree)’라는 나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환경단체에서는 유전자조작(GM) 혹은 유전자 공학(GE) 나무를 이렇게 부른다. 나무든 농작물이든 유전자조작은 제초제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작하는 것이고, 몬산토 같은 유전자조작 기업이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세계적인 제지회사인 와이어하우저는 생장 속도가 빠른 ‘수퍼 전나무’를 농장에 심어 실험에 참여했는데, 이 나무는 현재 전 세계의 700곳 이상의 나무농장에서 400만 그루가량이 자라고 있다. 제지회사를 포함해 몇몇 기업이 설립한 합자회사인 아보젠은 다양한 기후대에서 자랄 수 있도록 유칼리나무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있다. 실험에 성공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역에다 폭넓게 심을 것이다. 몇몇 회사들은 리그닌 함량이 낮은 나무를 개발하고 있다. 리그닌은 셀룰로오스 섬유들을 단단히 결합시켜 나무를 견고하게 만드는 성분인데, 리그닌이 많으면 화학 펄프공장들은 섬유를 추출하는 데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중국에서는 생장 속도가 빠르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수백만 그루의 포퓰러 나무가 이미 자라고 있고,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를 포집하도록 나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연구의 배후에는 펄프회사와 제지회사가 있다. 환경단체들은 곤충과 균류를 죽이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나무들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나무들이 자연 상태의 숲으로 퍼져 나갈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숲이란 나무만 홀로 사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곤충과 균류, 다른 온갖 생명들이 복잡한 생명 그물을 형성해 함께 살아가는 장소다. 나무를 다른 생명체와 무관한 기술 공학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는 무책임하고 잘못되었다.

7. 종이는 명백한 화학공학의 산물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에 따르면,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요인 가운데 첫 번째는 화석연료고, 그 다음이 벌목으로 인한 산림 훼손이다. 숲의 벌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발생량에서 17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전 세계의 이동 수단들이 내뿜는 양보다 많고, 식량 생산으로 발생하는 양과 비슷하다. 이중의 절반은 제지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종이 쓰레기를 처리할 때도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소각하면 종이에 함유되어 있는 이산화탄소가 전량 배출된다. 썩게 되면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큰 강력한 메탄이 발생한다. 또한 종이가 생산되어 매립지에서 썩을 때까지 종이 1톤당 이산화탄소가 6.3톤 배출된다. 전 세계의 종이 생산량이 3억3,500만 톤이므로 이산화탄소를 21억 톤 배출하는 셈이다.
에너지 소비 면에서 보면 화학, 정유, 제철 다음으로 제지산업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종이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강철 1톤을 만들 수 있다. 나무가 얼마나 단단한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숲에서 나무를 벌목할 때, 벌목한 나무를 운송할 때, 공장에서 펄프와 종이를 만들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
포장지로 주로 사용되는 크라프트지는 표백을 하지 않지만 펄프 제조 과정에서 황산염을 사용하기 때문에 산성비가 내리는 원인이 된다. 우리는 하얀 종이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나무의 색깔이 아무리 연하다고 해도 흰색이 아니기 때문에 하얀 종이를 만들려면 표백해야 한다. 표백할 때는 특히 강력한 화학물질인 염소로 표백한다. 문제는 염소와 염소 화합물이 배출되어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염소 화합물 중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독한 다이옥신과 푸란이 있다. 다이옥신은 잘 알려진 대로 정자 수 감소와 자궁내막증 같은 생식 계통의 문제를 유발하고, 당뇨, 운동 과잉, 알레르기, 면역체계와 내분비계 교란 같은 문제를 유발한다. 푸란은 다이옥신류의 일종으로 호흡기 곤란, 암 등을 유발한다.
북미와 서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 제지회사들이 ‘무염소표백(ECF, elemental chlorine free)’을 한다고 열심히 홍보하지만 이들은 염소 대신에 과산화염소로 표백한다. 과산화염소는 염소에 비해 훨씬 안정된 화합물이지만 공장 폐기물을 소각하면 여전히 위험하다. 과산화염소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열을 받으면 염소가 쉽게 분리되고, 분리된 염소는 다른 화학물질과 결합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바로 과산화수소가 있다. 과산화수소는 ‘염소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표백 기법으로 PCF(processed chlorine free) 또는 TCF(totally chlorine free)로 불린다. 1990년대에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PCF나 TCF를 채택하는 공장이 많이 늘자 기존의 제지회사들이 과산화염소로 표백하는 ECF를 ‘무염소’ 공정의 표준으로 지정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최근에 독일 정부는 ECF와 TCF를 ‘무염소 표백 용지’의 국가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런 결정은 과산화염소도 ‘무염소’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 주게 된다. 독일에 이어 유럽 각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산업국가에서는 전체 물 소비량의 11퍼센트를 제지산업이 사용하고 있다. 펄프 1톤을 생산하려면 4만 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종이 한 장에 머그컵 한 잔, 책 한 권에 욕조 하나를 가득 채운 물이 필요한 것이다. 펄프 제조과정에 화학약품과 첨가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용한 물은 말 그대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이다. 현재 많은 공장들이 폐수 처리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 환경 오염이 심하다. 칠레의 자연보호구역인 습지에 사는 5,000마리나 되던 검은목백조가 펄프공장에서 내보낸 폐수로 몰살되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공장에서 배출한 폐수 때문에 강물에서 악취가 나고 더러운 거품이 끼고 낚시를 하면 종이 찌꺼기가 걸려 나오고, 강물이 피부에 닿으면 타는 듯이 따갑고, 고기의 수가 많이 준 데다 강에 다이옥신 수치가 높아 강에서 낚시도, 목욕도, 빨래도 할 수 없게 되었다.

8. 재생 종이에 대한 잘못된 편견
종이를 생산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를 극적으로 줄이려면 재활용 펄프를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생지는 나무로 종이를 만들거나 폐지를 매립할 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1998년에 미국에서 ‘페이퍼태스크포스Paper Task Force’라고 불리는 규모가 큰 연구가 진행되었다. 학자, 환경보호 운동가, 대기업이 참여했으며, 제지회사, 산림관리, 매립지, 소각장, 재생지 공장으로부터 자료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종이의 ‘생명 주기 분석(life-cycle analysis)’을 했다. 즉 한 장의 종이가 생산되어 처분되는 과정 - 재활용 종이의 경우는 재생되는 과정까지 -에서 사용된 원료, 소비된 에너지, 쓰레기, 배출 가스의 양, 기타 영향들을 계산한 것이다. 연구는 재활용 종이가 에너지를 훨씬 덜 소비한다는 것을 논박의 여지없이 증명했다. 어떤 종이를 재활용하느냐에 따라 6분의 1에서 3분의 1 사이에서 에너지가 절약되었고, 물 소비량도 반 이상 줄었으며, 온실가스도 훨씬 적었고, 유독 화학물질도 미량 배출되었다. 모든 면에서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것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었다.
종이를 다섯 차례 재활용하면 숲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15배까지 줄일 수 있다. 종이를 잘 다루기만 하면 아홉 번도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유럽에서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축에 드는 독일에서도 평균 두 차례 재활용하고 처분한다. 재활용 종이제품을 구매해야만 재활용이 더 많이 이뤄지고, 종이 섬유의 생명 주기를 연장시킬 수 있다.

9. 종이 소비, 사회적 담론의 중심으로
현재 종이와 관련된 흐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 종이 소비가 전 세계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둘, 펄프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해 나무농장의 수가 더 늘어나고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셋, 제지산업이 대기업화되면서 업계의 연대도 강화되고 있고, 새로 건립되는 공장들의 규모가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게 더욱 커지고 있다 …… 현재의 흐름은 우려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원시림 벌목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가 폭넓게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재생 펄프 사용을 지금보다 최소한 20퍼센트 이상 증가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의 대부분은 상품을 구매할 때 함께 딸려 온다. 판매 기업이 소비자에게 사 준 종이인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종이로 만든 통장을 받는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때 냅킨이 제공된다. 가게의 종이컵도, 포장된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종이 소비문화를 좀 더 빨리 바꿔 나가려면 기업의 종이 구매 담당자와 소비자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대형 잡지사, 출판사, 카탈로그 제작사, 정부, 은행 등 종이를 대량 구매하는 곳에서는 재생펄프로 만든 종이를 구매할지, 소비자는 화장실에서 나무를 벌목해 만든 휴지를 쓸지, 100퍼센트 재생 휴지를 쓸지는 선택에 달렸다. 또한 윤리적인 소비와 더불어 윤리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제지산업은 전 세계의 숲에서 원료를 얻고, 전 세계에 펄프공장과 종이공장을 세우고, 전 세계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는 구입하려는 종이가 어느 곳의 나무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가 있다. 제지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은 기업의 사업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아야 하고, 금융계는 자금을 움직일 때 기업의 사회·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분명히 요구해 기업들이 환경인증마크를 내세우며 문제를 가리려고 하지 않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이러한 관심은 종이를 공급하는 제지업계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계획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소비자가 마련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미 만들어진 나무농장은 나무를 벤 뒤 그곳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계속 단일 수종의 나무를 심어 한꺼번에 벌목할 것인지, 지속 가능한 숲이 되도록 자생하는 나무를 다양하게 심어 매년 일부를 벌목하면서도 숲이 유지되도록 지혜를 모을 것인지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분리수거의 방법, 수거한 폐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 등 우리 사회가 다함께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리가 왜 종이 절약을 사회적 담론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다. 종이의 편리함에서 이제는 종이를 절약하면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말 그대로 자연 친화적인 종이, 윤리적인 종이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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