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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미녀

잠자는 미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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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45g | 128*188*20mm
ISBN13 9788972754497
ISBN10 897275449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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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정향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대학 강사. 같은 대학교 외국문학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같은 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고, 일본 세이케이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일본 근현대문학, 그중에서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공자다. 번역한 책으로 노나키 히이라기의 『연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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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에구치가 탄성을 올린 것은 진홍색 비로드 커튼 때문이었다. 어슴푸레한 불빛을 받아 그 색은 한층 깊게 느껴졌고, 커튼 앞에는 옅은 빛의 층이 있는 느낌이 들어 환상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았다. 커튼은 사방에 둘러쳐져 있었다. 에구치가 들어온 삼나무 문도 커튼에 가려지게 되어 있고, 거기에 커튼 끄트머리가 뭉쳐져 있었다. 에구치는 문을 닫고 커튼을 치면서 잠들어 있는 아가씨를 내려다보았다. 잠든 척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져 내는 것이 분명한 숨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않은 아가씨의 아름다움에 에구치는 숨을 죽였다. 생각지 못했던 것은 아가씨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었다. 아가씨의 젊음도 그랬다. 이쪽을 향해 왼쪽을 아래로 하고 옆으로 누워 있어, 얼굴만 나와 있고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스무 살 전이 아닐까. 에구치 노인의 가슴속에 또 하나의 심장이 펄떡거리는 것 같았다.

-중략-

이런 아가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젊음을 일깨워줄 것 같다. ‘잠자는 미녀’의 집에도 에구치는 조금 싫증이 난다. 싫증을 내면서 오는 빈도는 거꾸로 높아진다. 이 아가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 집의 규율을 깨고, 노인들의 추하고 은밀한 쾌락을 깨는 그것으로 이곳과 결별하고 싶다. 들끓는 피가 에구치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폭력이나 강제는 필요 없다. 잠들어 있는 아가씨의 몸은 아마도 반항하지 않을 것이다. 아가씨를 목 졸라 죽이는 것조차도 쉬울 것이다. 에구치 노인의 의욕은 사라지고 어두운 허무가 퍼져갔다. --- 「잠자는 미녀」 중에서

나는 불을 켰다. 아가씨의 팔을 가슴에서 내려놓고, 양손을 그 팔의 어깻죽지와 손가락에 대고 곧게 폈다. 5촉짜리 약한 빛이 아가씨의 한 팔이 만들어낸 그 곡선과 빛의 그림자가 이루는 물결을 부드럽게 했다. 동그스름한 어깻죽지, 거기서 홀쭉해지다가 도도록해지는 위팔, 다시 가늘어지면서 곡선이 아름다운 팔꿈치, 팔꿈치 안쪽으로 살짝 패인 오금, 그리고 손목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며 흐르는 곡선, 손바닥과 손등에서 손가락. 나는 아가씨의 한 팔을 조용히 돌리며 그것들 위에서 아롱거리는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 「한 팔」 중에서

다키코와 쓰타코는 한 모기장 안에 나란히 누워 자신들이 살해될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 적어도 완전히 잠을 깨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은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가해자 야마베 사부로도 재작년에 옥사하고,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나 지난 지금으로서는 나를 일종의 바보 같은 허무에 빠트리기보다는 오히려 나로 하여금 일종의 육체적인 유혹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녀들의 유골을 수습해주면서 그 육체를 재로 화하기 위해 화장터 가마에 전기 불길이 들어가는 웅 하는 섬뜩한 소리도 들었지만, 그녀들의 젊음은 역시 나에게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나는 무심코 눈앞의 그것을 잡으려 들기도 한다.
--- 「지고 말 것을」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잠자는 미녀」
거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절벽 위 ‘잠자는 미녀’의 집. 그곳은 노년에 접어들어 남성을 상실한 남자들의 열락을 위한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진홍빛 비로드 커튼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깊은 잠에 빠진 미녀 아가씨. 그 곁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는 노인의 눈은, 아름답고 싱싱한 미녀의 육체 너머로 오랜 기억과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동시에 응시한다.

「한 팔」
안개 자욱한 어느 밤, ‘나’는 아가씨가 빌려준 한 팔을 옷 속에 숨기고 고독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아름다운 아가씨를 상상하며 팔을 탐닉하기도 하고, 팔과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던 ‘나’는 이윽고 그녀의 팔을 자신의 팔과 맞바꿔 붙이고 그 묘한 감각을 즐기는데…….

「지고 말 것을」
소설가 ‘나’는 자신이 돌봐주던 두 미녀 아가씨가 잠든 채 살해당하고, 범인 역시 옥사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을 잊지 못한다. ‘나’는 살해하는 자와 살해당하는 자 사이의 우연과 필연을 좇는 과정에서 범인의 기억, 경찰과 재판, 예심 등에서의 진술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모든 것은 범인과 경찰, 검찰, 정신 감정의 등이 창작한 소설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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