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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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284g | 130*218*20mm |
ISBN13 | 9788937407772 |
ISBN10 | 8937407779 |
발행일 | 2009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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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284g | 130*218*20mm |
ISBN13 | 9788937407772 |
ISBN10 | 8937407779 |
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연두의 시제(時制) 질감 질감 2 나비의 입술 속으로 들어간 밤 회현(回賢) 나비의 데드마스크 바늘의 무렵 모래의 날들 나쁜 피 여독 정교한 횡설수설 개명(改名) 획 매복 시차의 건축 눈동자화석 거미는 자신이 지었던 집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입김으로 쓴 문장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발푸르기의 밤(valpurgi's night)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시차의 건축 2 작은 소설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내 욕조의 입장권 - 천변살롱 악사 하림에게 거울 속 나이테 모래의 순장 대필(代筆) 연혁 어느 몽상가의 욕조 - 에드몽송 씨에게 입안에 마르지 못한 채 몇억 년 된 물방울 하나 북극의 연인들 - 여섯 개의 회문 몽유, 도원 천 개의 학을 입에 문 날들 자력 이장(移葬) 꽃의 현기증 새들은 눈부터 천천히 죽어 가는 부족이라서 인간의 여행기에 자주 등장한다 모리스 블랑쇼 분홍고래 보호자 펭귄 퀸의 날 마침내 아주 작은 책이 되어 버린 어떤 ‘무렵’ 현상 수배 - 다른 나라의 문자가 된 바람 한낮에 모여 새끼 가진 개를 끓여 먹던 당신들의 장르 고래의 저녁이 걸려 있는 화실 마마 - 밤의 흙 종이로 만든 시차 - 에드거 앨런 포의 반올림한 산문풍으로 궁리 우회(迂回) 수치심 수해야(夜) 종이로 만든 시차 2 - 종이배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피아노가 된 나무 3 - 권혁웅 시인에게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 죽은 종(鐘) 물병자리 속으로 물고기자리가 들어간다 종이로 만든 시차 3 - 종이 연 먼저 자고 있어 곁이니까 작품 해설/서동욱 시차의 시 |
이 책에 실린 그의 첫 시를 펴고 나는 오래 전에 했던, 교과서에 밑줄긋고 주를 달고 같은 의미의 핵심시어를 연결하고 은유의 속뜻을 밝히는 등의 소위 말하는 시의 분석을 시도하고야 말았다. 방학중 학교 보충수업으로 현대시를 듣고 있던 아들아이가 '어 엄마도 이렇게 시를 읽네'라며 신기해했다. 첫 시를 읽어내고 뒤적 뒤적 이거 저거 앞뒤로 당기는 시를 찾아 헤매다 급기야 한동안 시집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나 참 뭔 말인지 모르겠네. 그래도 요즘엔 웬만하면 척척 이해가 잘 되더니...'라는 중얼거림을 옆에서 듣던 아이가 시집을 냉큼 받아 책 첫부분을 들쳐보고 한 말이었다.
너도 곧' 네 피속으로 뛰어든 새 '를 보게 될거야
라는 제목의 이 첫 시는 시인이 이 시집의 대문에 준비한 초대장같은 글이다.
너무 노골적인 어투에 비하면 어휘들은 어떻게 하면 숨바꼭질을 잘해볼까하는 듯 마냥 비켜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나는 욕조에 눈을 담아 끓이는 계절에 태어났습니다 / 나의 눈에서 태어난 눈들은 모두 내가 태어난 계절에 새들이 되었을 겁니다 어쩐지 나는 자기 눈을 번식하기 위해 / 태어난 사람같습니다 그게 나의 궁리라면 / 나의 욕조는 "따스한 물로 커다란 거울을 안고 들어가 / 거울 속으로 사라져 버린 날의 기후"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 그게 당신의 방이라면 당신의 방에는 / 분명 처음보는 욕조가 있을 겁니다
처음에 나는 이 시인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없었다. 그의 이전의 시들을 읽어본 적도 없었다. 단지 간단한 이력과 그의 얼굴 사진이 있는 인물검색난에서 그를 잠깐 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김수영문학상 수상이란 문구가 기억에 남았고 김수영 시인의 번뜩이는 시적 울림을 이 시인의 시에서도 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있었다. 첫 시에서 만난 이 시인의 언어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작정 교훈적으로 해석하기를 즐기는 나쁜 버릇때문에 나는 이 시 역시 제법 그럴싸한 고상한 해석으로 쉽게 넘어가 버렸다. 말하자면 그가 말하는 네 피속으로 뛰어든 새라든가, 눈을 번식시킨다든가, 처음보는 욕조라든가 하는 말들을 이 작가가 좋아한다는 '여행의 시간' 즉 자아성찰의 시간, 자신과 세상을 보는 범상치 않은 시인의 시선, 여행을 통한 충만한 기쁨, 자기반성, 새로운 의지형성 등 고리타분한 일상어로 번역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처음보는 욕조'를 다시 한번 "처음엔 좀 낯설더라도 당신의 삶을 바꾸어 줄 그 무엇"이라고 설명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이 시인 역시 새의 이미지를 즐기는구나하면서...
그런데 막상 다음에 이어진 시들을 마음에 끌어당기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먼저 섣불리 정의내린 말들이 부정확해진 데 대한 꺼림직함이 더욱 나를 방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책 뒤의 해설을 읽고 역시 나의 속단을 반성했지만 해설역시 만족스런 답을 주지는 못했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의 표현이 썩 좋다. 자고 일어나면 입술위에 쌓이는 먼지 / 이방에서 저 방으로 옮기는 데에도 기억은 수십종의 식물을 달고산다 / 많은 문장을 매장하고 있는 창문일수록 인간의 입김이 진하게 묻어있는 것처럼/ 나는 해마다 숲에가서 버려진 피아노를 두들기다 손목의 시계를 몰래 숨기고 오는 소년이 되었다 / 길에서 주운 이어폰 속 누군가의 귀 냄새를 발표하는 한 여름의 청탁시 같은 것 / 내 욕조의 입장권 / 저는 어젯밤꿈에 고래가 마당에 와서 내 눈사람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보았어요 / 시때문에 울먹이는 일 좀 없었으면 하는데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날이 없다
"우리가 접었던 무수한 종이 비행기가 만들어 내던 '시차'는 우리가 무언가 다른 언어로 말하고 싶었던 순간의, 다른 언어가 필요했던, 어디론가 부유해가는 순간의 '착시'같은 것일지 모른다." 그가 말하는 시차란 시간을 역행할 수 없는 물리적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시인의 감수성이 아닐까. 어린 시절의 아득하지만 선명한 한 시간의 자락들, 평범하지만 곧 멀리 지나간 뒤에는 붙잡히지 않는 투명한 정신의 시간들이 그가 말하는 시차일 것이다. 삶의 순간에 나를 끌고가는 기억의 편린들, 나라는 존재를 존재답게 만들었던 소중한 순간들을 우리는 놓치고 싶지 않다. 나는 시인 김경주의 안내로 나의 방에서 처음보는 욕조를 보았다. 아니 나역시 원래 그런 욕조가 내 가슴속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감은 눈의 속눈썹이 간지럽다는 걸 모르고 있었을 뿐인데...
얇은 시집을 다 읽는 것도 어려웠고, 시집을 읽고 서평을 써보려 하니 너무 어렵게 느껴져 쉽게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너무 많아 한 구절 한 구절을 쉽게 읽어내리지 못했는데 심지어 제목에 나오는 시차의 눈, 그 '눈'이라는 것이 사람 눈인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인지 조차 헤깔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읽게 된 시집에 대한 기대는 가고 시속의 언어들과 고군분투 싸우고 있는 내모습을 보았다..시어들은 일반적인 관용표현들을 거부하고 새로운 언어들과 결합한다.
아, 이런걸 시에서 무슨 기법이라고 하는지... 예전 국어시간에 뭔가 있었던것 같은데 그 용어도 생각이 안난다. 한편으론 평론가들도 시인의 마음을 다 헤아리진 못할거라는 생각과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독자에게 새롭게 창조될 수 있는 것이 시일터,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시들과 맞서본다.
제목에서 시차라는 것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이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시집 뒷편 작품해설에서도 나왔듯이 "진티엔에서 밍티엔까지 기차의 침대칸에 누워" 라는 표현이 얼마나 그럴듯 했는지 모른다. 여기는 중국이고 작가가 기차로 원거리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참고로 진티엔은 오늘이고 밍티엔은 내일이다.ㅎㅎ)
중국어를 모른다면 이 시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어느 구석진 방에서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어렵게 탄생되는 싯구가 아닌 작가가 수많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써내려 갔을 상상에 그의 수첩이 슬쩍 궁금해진다.
초반 어렵게 느껴졌다고 표현했지만 그저 어렵기만 한 시는 절대 아니다.
이 시에는 놀라운 표현들이 많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부연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대단함이 느껴졌으니까.
내 보잘것 없는 리뷰가 평론가처럼 시의 여기저기를 들어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이 책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집임엔 틀림없다. 뭐 나름 자유한 싯구들이 모두 나를 감동시킬 순 없었지만.
「시차의 눈을 달랜다」를 읽고
우리 인간은 수많은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생활해 나가고 있다. 바로 그런 희로애락을 다루는 것들이 문학작품이며,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설과 시, 수필, 희곡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장르 중에서 어떤 분야를 특별히 관심과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르리라 생각 한다.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표현력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 맞는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은 우선 읽기가 편한 수필 쪽과 많이 선호하는 편이었다. 각 분야를 살아가는 저자들이 각 자 살아가는 느낌과 함께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들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글로써 모든 것을 표현하여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고,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만 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집은 솔직히 자주 대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상하게 손이 더 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역시 시인들의 고차원적인 사고와 함께 함축되어진 시어(詩語)에 대한 많은 부담감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시에 대한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분야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시를 쓰는 시인에 대해서는 더 존경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피를 말리는 시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자신과의 투철한 싸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탄생한 한 편의 시는 우리 독자들에게 아주 깊은 의미와 함께 무한한 동경의 마음을 갖게 하기에 족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시집은 항상 곁에 두고서, 반복하여 읽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고, 또 하나 바람은 아주 마음에 드는 좋은 시는 암송을 통한 기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근 시 암송대회가 열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을 해보면서 적극 장려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의 김경주 시인의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첫째는 시라는 것이 참 오묘한 진리를 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다. 몇 번을 읽으면 이해가 되는 내용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시라는 것이 그냥 씌어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여행을 통해서 독서 등의 간접적인 체험을 확실히 보충하듯이, 시도 시인의 이런 다양한 체험의 시간을 통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앞으로는 시에도 조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도 되었다. 어쨌든 이번 시집 독서를 통하여서 약간의 편협된 나의 독서 취향에 있어서 하나의 전환의 계기도 되었다는 데에서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좋은 애송시도 이번 기회에 하나 정하여 확실히 외워서 어는 자리에서도 술술 나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