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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시차의 눈을 달랜다

: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 양장 ] 민음의 시-16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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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84g | 130*218*20mm
ISBN13 9788937407772
ISBN10 893740777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너도 곧 네 피 속으로 뛰어든 새를 보게 될 거야
연두의 시제(時制)
질감
질감 2
나비의 입술 속으로 들어간 밤
회현(回賢)
나비의 데드마스크
바늘의 무렵
모래의 날들
나쁜 피
여독
정교한 횡설수설
개명(改名)

매복
시차의 건축
눈동자화석
거미는 자신이 지었던 집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입김으로 쓴 문장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
발푸르기의 밤(valpurgi's night)
나는 밤을 새들의 꿈에 등장하는 내 눈이라 부르지만
시차의 건축 2
작은 소설
그러니까 이 생애를 밀월로만 보자면
내 욕조의 입장권 - 천변살롱 악사 하림에게
거울 속 나이테
모래의 순장
대필(代筆)
연혁
어느 몽상가의 욕조 - 에드몽송 씨에게
입안에 마르지 못한 채 몇억 년 된 물방울 하나
북극의 연인들 - 여섯 개의 회문
몽유, 도원
천 개의 학을 입에 문 날들
자력
이장(移葬)
꽃의 현기증
새들은 눈부터 천천히 죽어 가는 부족이라서 인간의 여행기에 자주 등장한다
모리스 블랑쇼
분홍고래 보호자
펭귄
퀸의 날
마침내 아주 작은 책이 되어 버린 어떤 ‘무렵’
현상 수배 - 다른 나라의 문자가 된 바람
한낮에 모여 새끼 가진 개를 끓여 먹던 당신들의 장르
고래의 저녁이 걸려 있는 화실
마마 - 밤의 흙
종이로 만든 시차 - 에드거 앨런 포의 반올림한 산문풍으로
궁리
우회(迂回)
수치심
수해야(夜)
종이로 만든 시차 2 - 종이배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피아노가 된 나무 3 - 권혁웅 시인에게
하루도 새가 떨어지지 않는 하늘이 없다
죽은 종(鐘)
물병자리 속으로 물고기자리가 들어간다
종이로 만든 시차 3 - 종이 연
먼저 자고 있어 곁이니까

작품 해설/서동욱
시차의 시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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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아닌 공간에서 시간 아닌 시간을 살며 아름다운 것들을 죽도록 아름답게 말하다

그는 떠난다. 그리고 돌아온다. 돌아와 지독한 여독을 앓는다. 그리고 쓴다. 그가 겪은 시차에 대하여. 이 시집에 실린 61편의 시들은 바로 그 여행의 기록이다.

“걱정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시적 재능”(대산창작기금 심사평), “이 무시무시한 신인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권혁웅)라는 극찬을 받은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는 시가 죽었다는 시대에 시집으로선 밀리언셀러에 해당하는 1만 7000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한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그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시작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고, ‘현대 시를 이끌어 갈 젊은 시인’,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 등에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문의 서정성으로 무장한 무서운 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는 새로운 언어와 발상과 이미지로 시적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다.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가 시간과 기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시집 『기담』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서 귀기로 살아가는 자의, 언어로 빚어낸 이상야릇한 기이한 이야기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시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바닥에 가루로 흘러내린

그 시차의 이름을

이제 나는 쓸 것이다

-「개명(改名)」에서

우리는 동일한 순간을 살고 있지만, 각자 다른 시간 속에 산다. 또한 과거를 추억하는 일, 미래를 꿈꾸는 일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일종의 시차를 겪는 현상이다. 거기서 생겨나는 시간의 차이, 그 시차가 인간을 외롭게 만든다. 그런 인간들을 위로하는 노래, 『시차의 눈을 달랜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스스로 이 시집에 대하여 “언어와 삶 사이에는 간극, 시차가 존재한다. 시는 사이에서 발생하고 사라진다. 그런 시차, 시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밝힌다. 그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열과 바람, 음악, 휘파람 등에 대해 노래한다. 그것은 죽은 줄 모르고 이승에도 저승에도 머물지 못하며 떠도는 자의 목소리 같은 것이다.

시인은 여행을 한다. 그러나 그에게 세상의 지도는 쓸모없는 것이다. 대신 그는 새들의 피로 그린 지도를 들고, 죽은 시계를 차고 떠난다. 그는 “시계를 아예 차지 않고 가는 것은 예술이 뭔지는 알지만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죽은 시계를 구태여 차고 여행 가는 사람은 끊임없이 환기하고 갈등하며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집을 포함하여 김경주의 시 세계 전체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사이(間)’이다. 그에게 여행은 단지 휴식이나 재충전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에게 여행은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닌 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그는 “여행을 떠나는 건 돌아왔을 때의 여진” 즉 여독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행이 주는 시차와 멀미, 현기증 같은 느낌이 모여 시가 이뤄진다. 그는 여행을 통해 ‘시차’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때로 ‘사이’나 ‘틈’으로 불리기도 하며, 궁극적으로 주체 안에 나 있는 간극으로 밝혀질 이 ‘시차’야말로 김경주 시의 비밀을 여는 열쇠다.

시집은 온통 이렇게 시차에 몰두하고 있다. “고립된 언어를/ 이 ‘사이’에 둔다”.(63쪽) 바로 ‘사이에’, ‘시차 속에서’ 그의 시어들은 존립한다. 이런 시차 속에 놓인 시인의 언어에는 우리 모두의 운명이 새겨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짧은 생애는 시인이 발견한 차이, 우리 자신의 동일성을 깨뜨리며 내면에 나 있는 깊은 시차로부터 위로받는다.


■ 지금까지 존재한 적 없는 언어 너머의 언어로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을 노래하다

이 시집에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수많은 순간들은 서로 결합하고 스며들고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그의 시는 기억과 감각에서 이 순간들을 자유롭게 불러내고 결합시켜 통일된 미적 구조를 만들어 낸다. ‘문체’의 힘으로 작품들을 흐르게 하는 그의 시는 음악의 소용돌이 속으로 부드럽게 때로 거칠게 움직이게 하며, 감각과 정서를 급습하여 미적 자극을 주고 그것을 활동하게 하는 힘으로 생생한 미적 울림을 보여 준다. 기존 시의 문법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적 감각과 뛰어난 서정성을 선보이며, 한국어에 새로운 색채와 리듬을 부여한 놀라운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시는 언어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면서도 늘 응축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그렇게 언어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그의 시는 언어의 궁극에 이르고 있다.

김경주 시의 매력은 감각에 있다. 방황한 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이다. 그의 시는 결코 방 안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잃지 않기 위해 1년에 두세 달 이상 꼭 여행을 떠난다. 그는 살을 익히는 고비사막을 건너는가 하면, 살을 에는 시베리아를 횡단하기도 한다. 그렇게 직접 감각한 것들은 『패스포트』, 『레인보우 동경』 등의 여행 산문집뿐 아니라 그의 시집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단의 괴물’, ‘문단의 이종(異種)’으로 불리는 그에게는 도무지 경계가 없다. 삶 자체가 여행이며, 무수한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복합문화창작집단인 ‘추리닝바람’을 이끌며 영화, 연극, 음악, 사진, 미술 등 텍스트를 넘어선 다양한 전방위 문화 활동을 펼친다. 스스로 말하듯 그는 “바람, 음악, 휘파람, 기억처럼 유형이면서 무형인 것, 경계를 넘나드는 것에 끌린다.”

“시인은 언제나 자신의 언어가 가장 낯설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세 번째 시집을 뒤로하고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또 다른 낯선 것들을 찾아, 바람처럼 오늘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돌아와 또다시 지독한 여독을 앓은 후, 쓸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시인의 노래를. “시 쓰기는 내 언어를 달래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그의 언어는 우리의 눈을 달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런 시인을 “불가피하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방 안에 누워 그대가 내 머리칼들을 쓸어내려 주면 그대의 손가락 사이로 파도 소리가 난다 나는 그대의 손바닥에 가라앉는 고래의 표정으로 숨 쉬는 법을 처음 배우는 머리카락들, 해변에 누워 있는데 내가 지닌 가장 쓸쓸한 지갑에서 부드러운 고래 두 마리 흘러나온다 감은 눈이 감은 눈으로 와 비빈다 서로의 해안을 열고 들어가 물거품을 일으킨다

어떤 적요는
누군가의 음모마저도 사랑하고 싶다
그 깊은 음모에도 내 입술은 닿아 있어
이번 생은 머리칼을 지갑에 나누어 가지지만
마중 나가는 일에는
질식하지 않기로

해변으로 떠내려온 물색의 별자리가 휘고 있다
-「내 머리카락에 잠든 물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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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여행을 한다. 랭보나 베를렌 같은 저주받은 방랑자들이 한때 사로잡혔던 운명의 바구니에 떨어진 수확물처럼, 그는 나그네다. 그의 시들은 여행자의 정서를 가득 채우고서 흔들리는 물병 같은 것이다. 시인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자에게 지도는 왜 쓸모없는 것인가? 삶은 지도에 나와 있지 않고, 지도 없는 여행이 창조해 가는 것이 삶이다. 거리와 그에 대한 안내자인 지도가 있고서 여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거리가 창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여행은 목적지의 정체가 숨겨진 여행, 바로 ‘익명의’ 여행이다. 소모적인 오락으로서의 관광이 아닌 이런 여행에서만 ‘인식’은 이루어지리라. 김경주는 이 여행을 통해 날짜변경선을 지나는 비행기처럼 ‘시차’를 배우고 있다. 주체의 동일성 안에 나 있는 ‘균열’로 밝혀질 이 시차야말로 김경주 시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열쇠이며, 그의 시의 아름다움에 걸맞은 사유의 깊이를 보여 준다.
서동욱(시인,문학평론가)
그의 시는 감각과 정서를 급습하여 미적 자극을 주고 그것을 활동하게 하는 힘이 매우 크다. 시인이 호명할 때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수많은 순간들은 서로 결합하고 스며들고 화학작용을 일으키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쉽게 잊힐 수도 있는 이 기억의 파편들은 겹치고 또 겹치면서 생생한 미적 울림을 갖는다. 어떻게 기억과 감각에서 이 순간들을 자유롭게 불러내고 결합시켜 통일된 미적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김수영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김기택(시인)
그의 시는 ‘문체’의 힘으로 작품들을 흐르게 한다. 낯선 조어(造語)나 한자어들, 이따금 따져 보면 비문인 문장들까지 그의 시는 음악의 소용돌이 속으로 부드럽게 때로 거칠게 움직이게 한다. 이러한 리듬은 그의 시적 관심사로 보이는 ‘흐르는 시간’과 ‘떠도는 여행’의 문제와 상통하면서 그의 특이한 시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그에게 여행은 테마가 아니라 삶의 형식이자 시적 태도로 나타난다. 그는 세계의 철도를 달리고 골목들을 떠돌면서 몸 안의 우주를 주유하는 것이다. 그의 낭만성은 이상향의 꿈을 동력으로 하지 않고 흐르는 시간을 ‘다르게’ 떠돌고자 하는 예술적 의지와 욕망에서 나온다. 흐르는 시간을, 움직이는 지구를, 몸 안의 우주를 다른 질감으로 경험하게 해 준다는 것은 시만이 줄 수 있는 희귀한 선물임에 틀림없다. (김수영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김행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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