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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척하는 철학자를 구워 삶는 29가지 방법

잘난척하는 철학자를 구워 삶는 29가지 방법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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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상 top100 1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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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29쪽 | 379g | 148*210*20mm
ISBN13 9788952212993
ISBN10 895221299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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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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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이현우
‘로쟈의 저공비행’을 운영하는 블로거.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교양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로『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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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구에 있어서 인용은 길에 숨어 있는 강도들과도 같다. 무장을 한 채로 갑자기 나타나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을 붙잡아 그의 확신을 모조리 빼앗아 가는 강도 말이다.”
브레히트와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시도했던 것을 벤야민은 철학의 영역에서 시도한 것이다. 다시 말해 벤야민은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세계를 포착하기 위해 콜라주 기법과 알레고리의 힘에 의지했던 것이다.
한편, 벤야민은 그의 친구였던 문헌학자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와 마찬가지로 전체가 인용문으로만 구성된 한 권의 책을 구상하기도 했다. 이제 사람들에게 인용으로 이루어진 게임을 해 보자고 제안하라. 그리고 전투에 임하라!

당신(약간 거만한 말투, 좀 더 겸손해 보이도록): “그 자신에게로 모든 것을 되돌리는 인간의 비참한 주체성에 대한 기념비적인 증명은 천문학에 의해 제공되었다. 천문학은 천체의 궤도와 비참한 나의 자아 사이에 관계를 맺어 주었다.”(쇼펜하우어)
점성가(기분이 상했지만 여전히 활기찬 목소리로): “인용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하지만 독창성은 희생시키고 만다.”(쇼펜하우어)
당신(약간 기분이 나빠져서): “맹목적인 배려는 친구를 만들어 주지만 솔직한 진실은 적을 만든다.”(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점성가: “너 자신을 알라.”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문구. 상대가 보다 이해하기 어렵게 표현하기 위해 그리스어(gn?thi seauton)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당신: “그리고 당신의 누이는(Et tua sorore)?”(저자 미상의 라틴 문구)
여주인(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밤이 깊어질수록 손님들은 아름다워진다.”(발터 벤야민)
주르나소프(매우 도시적인 분위기로, 그리고 옆에 있는 여인의 네크라인을 탐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면서): “거짓말은 모든 대상을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는 아름다운 석양이다.”(알베르 카뮈)
옆에 있는 여인(차가운 태도로): “창밖으로 몸을 내밀지 마시오.”(프라하 사건에 참여했던 롬바르디아 외교관)
여주인(주위의 상황에 신경을 쓰며): “사실상 무지한 자에게 있어서 하나의 사물이 만들어 주는 쾌락은 그가 멀어져야만 하는 위험과 정확히 비례하여 증가한다.”(루키우스 세네카)
주르나소프(유혹자의 모습으로): “사랑의 기술? 그것은 뱀파이어의 기질에다 아네모네의 신중함을 결합시킬 줄 아는 것이다.”(에밀 시오랑)
옆에 있는 여인(화가 난 투로): “당신의 기름지고 검은 심장 속에 말뚝이 박혀 있기에 마을 사람들이 결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실비아 플라스)
주르나소프(매우 흥분하여): “젊은 부인은 약간 (생각이) 짧도다.”(에드몽 로스탕)
옆에 있는 여인(억지로 관대한 척하며): “걱정할 것 없소. 길고 짧음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오.”(신혼 첫날밤 벌거벗은 남편을 본 익명의 여자 스토아 철학자)
여주인(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 예의 바르게): “약간의 광기가 가미되지 않은 식사는 무미건조할 뿐이다.”(에라스무스)
여기서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이 논의의 결론을 내릴 권한을 넘기지 마라. 이스탄불로 망명한 에리히 아우어바흐가 파리로 피신해 있던 벤야민에게 1937년에 보낸 편지의 내용을 인용하라.
“현재의 세계 상황은 마치 어떤 운명의 힘이 고통스럽고도 유혈이 낭자한 방식으로 우리를 저속함의 국제주의와 문화의 세계화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여기에 무엇을 덧붙이길 원하는가?
---pp.40~43

당신은 하고자 하는 말의 완전한 초안을 잡았다. 이제 다소 과장되게 말하는 일만 남았다.
“내 강아지는 상황주의 견(犬)입니다. 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지요. 그 사실을 드러내 주는 어쩔 수 없는 징후들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 녀석은 길가의 도랑이 아니라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에다 소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갑자기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겠습니까. 드러내 놓고 자동차를 피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보십시오. 만약 제가 오늘 저녁 그 녀석을 데려왔더라면 녀석은 이 집 모퉁이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되어 있는, 유리창에 색을 입힌 허머(Hummer)에서 돼지 같은 사람이 내리는 것을 보고 꼬리를 빠르게 흔들어 댔을 겁니다. 물론 저는 그런 행동에서 하나의 태도를 읽을 수 있지요.”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숨을 깊이 들이마시라. 그리고 이 순간을 이용해 당신의 입술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손님들의 얼굴을 살펴보라. 자세히 보면 그들의 표정에는 경악스러움과 당혹감이 역력할 것이다. 여주인은 황급히 식탁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한다. 손님들 중 한 명이 마치 에스키모마저 얼려 버릴 듯한 시선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이런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며 당신이 ?리에서 일어날 때 손님들 중 그나마 관대한 사람이 당신에게 귀띔해 줄 것이다. 유명한 영화 제작자인 이 집 남편이 바로 그 금속 괴물, 즉 허머 자동차의 행복한 소유주라고 말이다. 어찌하겠는가? 아이를 돌봐 주는 베이비시터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의연하게 자리를 뜨는 수밖에. 이웃의 사륜구동 자동차와 비슷한 오염률을 자랑하는 당신의 낡은 자동차를 타고 다시 떠나라.
---pp.62~64

★ 기 드보르 Guy Debord(1931~1994)

프랑스의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면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기 드보르는 ‘20세기 최후의 아방가르드’로 불리는 국제상황주의자 그룹의 리더이다. 삶과 예술의 통합을 주창했던 아방가르드의 전통을 계승하여 상황주의자들 또한 “삶이 예술작품이 되게 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어떻게? 더구나 모든 사회적 관계가 상품에 의해서 매개되고 이미지화되는 스펙터클 사회에서?
(중략) 기 드보르와 상황주의자들은 스펙터클 사회 대신에 화폐, 상품 생산, 임금 노동, 계급, 사적 소유 그리고 국가가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런 사회에서만이 사이비 욕구는 진정한 욕망에 의해 대체될 것이며, 이윤의 경제는 쾌락의 경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목표는 미래의 혁명을 고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의 일상적 삶을 재발명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길가에 있는 도랑이 아니라 사륜구동 자동차에다 소변을 보기 시작한 ‘상황주의 견’ 또한 일상의 변혁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pp.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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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들과의 저녁 식사는 어떤 자리일까? 여기 맛깔난 철학 재담의 풀코스 성찬이 있다. ‘잘난 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을 만한 ‘아는 척하는 철학’의 진수가 펼쳐진다. 교양 만점이다. 더불어 ‘옆집 여자’에게 슬쩍 말을 거는 비법까지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많이 알아도 되는 것일까?
이현우 (『로쟈의 인문학 서재』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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