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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사람들

두 번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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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60g | 145*210*30mm
ISBN13 9788954644280
ISBN10 895464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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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미쳤어. 그 한마디 말로 모든 불가사의한 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의미심장한 일들이 아무 의심이나 저항 없이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수긍되어졌다. 1979년의 세상은 잠시 미쳐 있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누구도 또다른 죽음을 애도해서는 안 되는 해였다. 그해 가을과 겨울,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단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터무니없이 바빴다.--- p.12∼13

용태야, 화는 혼자 삭일 수 있지만 분노는 큰 목소리로 말하고 아주 큰 글자로 써서 모두에게 보여주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이, 이 세상이 우리를 무서워해. 너무 무서워서 우리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을 수밖에 없어. 엄마는 이제 화내지 않고, 분노할 거다. 오늘부터 나는 분노하면서 살 거야.--- p.116∼117

엉겁결에 팔을 잃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은 예고 같은 거였다. 조만간 닥쳐올 불행에 대한 막연한 예고. 불행이 한차례 지나간 뒤에 보다 순종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끔 세상이 미리 준비해둔 경고.--- p.131

그날 밤, 두남은 어둔 철공소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통곡했다. 귀를 막고 고개를 세차게 저으면서 두자는 속으로 화를 삭였다. 남몰래 울어야지. 소리내지 않고 숨어 울어야지. 두자는 허벅지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나는 제대로 슬퍼할 힘도 남아 있지 않고, 이제 딸의 죽음 앞에서도 울 수 없는 어머니로 남았는데, 다들 어쩜 그리 잘 울었을까?--- p.258

그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정전은 난데없이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그것은 치명적인 사고의 비교적 안녕한 결과였다. 대개 정전의 원인은 정전이라는 결과 그 자체보다 참혹했다.--- p.261

총을 가져야만 했다. 손에 총을 잡아 쥐어야만 했다. 무엇이 용태의 과녁이 될지는 용태 자신도 몰랐다. 그저 막연히 대통령이라고 죽이지 못하겠느냐, 날 선 결심만이 그의 안에서 덜그럭거렸다.--- p.284

문득 구구는 아수라장이 된 폭발 현장과 무관한 자신의 처지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너무 안온하고 무탈한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살아서 기쁘다기보다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 홀로 남겨졌다는 것에 소외감마저 들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세상 밖으로 내몰린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세계 같았다. 구구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신었다. 자신이 주인공인 세계로 한달음에 달려나갈 태세였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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