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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664쪽 | 818g | 148*210*35mm
ISBN13 9788934938446
ISBN10 8934938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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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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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때, 데나가 학교 운동장에서 뛰다가 넘어졌을 때 앤드류는 데나의 손바닥에 묻은 피를 핥아주었다. 그날 이후 몇 주 동안 나는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내 심장이 그곳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후, 앤드류와 데나가 갑자기 헤어졌다. 풋볼 연습 때문에 여자친구를 사귀기가 힘들다는 것이 앤드류의 설명이었다. 그는 키가 180센티미터였고 학교 대표 선수였으며 긴 머리카락은 짧게 잘랐다. 그 무렵 나는 그와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이였다. 데나에 대한 의리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와 함께 듣는 과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앤드류와 나는 여전히 복도에서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데나와 앤드류를 지켜보면서 나는 두 사람이 그토록 순식간에, 그토록 쉽게 커플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앤드류는 데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조금 뒤 데나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그 일에 뭔가 교훈이 있을 것 같았지만 정확히 어떤 교훈인지는 알 수 없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 아니면 인간은 참으로 쉽게 설득당하는 존재라는 것? 아니면 인간의 마음은 너무도 쉽게 변한다는 것?
앤드류의 쪽지를 읽은 뒤 그에게 다가가서 내 권리를 주장해야 했을까? 막연하게 행복한 앞날을 꿈꾸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일까? 내가 너무 수동적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어수룩했을까? 그 질문들은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나를 쫓아다녔다. 저녁기도를 하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나는 두 사람을 생각하곤 했다. 데나와 앤드류가 헤어진 뒤로는 나는 더 이상 두 사람 근처에서 서성거리지 않았고, 앤드류와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일에 어떤 교훈이 있었다면 아마도 ‘어린아이들이란 참으로 어리석다’ 정도일 것이다. 데나와 앤드류의 연애. 그들에 대한 나의 동경과 혼란.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그저 내 어린 시절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암흑기로 접어들고 있었고 그 암흑 속에서 그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를 썼다. 피트와의 관계를 통해 상황을 해결해보려 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나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피트가 내 몸을 만져주는 것이 좋았고 육체적 쾌락이 좋았고 다음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는 것이 좋았다. 앤드류와 연관이 있으면서도 그의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증오뿐이었다. 그것은 낯설고도 끔찍한 비밀이었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겨줄 또 하나의 죄악이었다. 방법은 한 가지였다.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아니, 너무 쉬웠다. 그것은 일종의 항복이었다. --- 본문 중에서

문득 나는 나 자신이 절벽 꼭대기에 세워진 거대한 성에 사는 것 같았고 우리의 삶이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무척 공허하고 불확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문을 읽다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그들의 비애에 가슴 아파 하는 것이, 그리고 그러한 슬픔을 참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이 나약함이, 내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뜻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고 수많은 난관들이 그들 앞에 놓여 있다. 그러나 내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삶의 부조리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도, 놀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 나만 항상 놀라고 또 분노하는 것일까? --- 본문 중에서

결혼이란 결국 이런 것일까? 상대방을 필요 이상으로 잘 알게 되는 것? 가끔 찰리의 행동이나 말투 같은 것들은 너무도 익숙해서 마치 그가 또 하나의 나인 것 같은,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나의 일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내가 찰리를 배신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원칙에 따라 행동한 것일까? 그가 미국인들을 배신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원칙에 따라 행동한 것일 뿐일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 내가 읽어온 모든 소설이 가르쳐준 바에 의하면 모든 결혼에는 배신이 존재한다. 그러나 결혼을 깨트릴 만큼 큰 배신을 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결혼의 목표가 아닐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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