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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 존재의 안부를 묻는 일곱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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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9g | 148*210*20mm
ISBN13 9788984313781
ISBN10 8984313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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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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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왜 오랜 병인가. 오욕칠정(五慾七情) 때문이다. 감각기관들이 느끼는 다섯 가지 욕망과 일곱 가지 정(情)이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빛깔이고 도덕률(道德律)이라 할 것이다. 인생관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사람이 오욕칠정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가느냐는 기준에 불과하다. 여기 모은 글들은 우리가 시간을 통해 만나는 ‘오랜 병’에 관한 나의 내밀한 ‘혼잣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오랜 병은 오랜 꿈이다. 당신이 단지 목표에 불과한 것들을 꿈이라고 착각하면서 숨 가쁜 자본주의적 시간 속으로 내달릴 때, 우리들의 오랜 꿈은, 더 깊고 푸른 갈망은, 상복과 같은 검은 망토를 둘러쓰고 우리들의 등 뒤에 따라와 우두커니 서 있다. 그러니 뒤돌아보라. 당신이 혹시 온갖 핑계로 버리고 왔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당신이 거기 있지 않은가. 이 팍팍한 세상에서, 이 질주의 가파른 레이스에서 진실로 삶이 충만해지는 길을, 등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봄은 생명이 발화하는 시기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꽃이 제 목숨을 바쳐 그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미물도 마찬가지고 새들도 마찬가지고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들은 꽃을 피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지 꽃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다. 그게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 하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는 그 직위나 빈부나 학벌에 관계없이 똑같이 아름답고 고귀하다. 22p
나는 취해 잠든 아내를 오래 내려다보았다. 기미가 끼고 사뭇 똥배도 자리 잡은 아내는 취해 잠들었기 때문인지 나이보다 더 늙어 보였다. 그때 아, 나는 보았다. 아이들이 떠난 텅 빈 집 안, 혹은 잠든 아내와 쓸쓸한 그림자에 덮인 내 자의식 사이로 가을이, 아니 시간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와 채우는 것을. 불같았던 한 시대가 가을빛 속으로 속절없이 침몰하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튿날 늦은 아침 녘, 막 깨어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 휴머니즘 시대가 도래한 거야.” 나는 하릴없이 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해맑은 가을 햇빛 아래, 뜰 한 켠에서 제멋대로 자란 키 큰 취꽃이 하얗게 꽃을 피운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국화꽃이 무더기로 핀 것도 내다보였다. 간밤에 남몰래 피워낸 꽃들이었다. 그 순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낭만주의 단계도, 리얼리즘 단계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아름답고 고요한 그 가을꽃들 덕에 선뜻 깨달았다. 인생의 진정한 승부는 마지막에 만나는 ‘휴머니즘 단계’에서 어떻게 살아내느냐, 또는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을. 그래서 가장 중요한 새로운 인생이 지금 막 내게 밀려오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 pp.42-43

내가 요즘 꿈꾸는 것은 대부분 이룰 수 없는 것들뿐이다. 예컨대 ‘영원’이나 ‘불멸’ 같은 꿈. 혹은 완전한 사랑, 완전한 세상에 대한 꿈.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될 ‘마지막 한 편의 소설’에 대한 꿈. 이성적으로 보면 백 번 생각해도 불가능한 초월적 꿈인데, 왜 나는 시시때때로 그 초월적 꿈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는 어느 순간조차 스스로 화염병이 되어 타오르고 스스로 벼랑 끝에서 투신하고 싶은 욕망으로 진저리치는지 모를 일이다. --- p.87

어떤 꽃은 계속 피고 어떤 꽃은 계속 졌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피고 지는 꽃이 시간 속을 흐르는 것 같았다. 아침에 먼저 뜰로 나가 새로 벙글어진 꽃들을 찾아보는 게 제일 행복한 일과였다. 그늘 속에만 있는 것은 햇빛이 드는 쪽으로 옮기고, 너무 바투어 자리 잡은 것은 사이를 벌려주었다. 뜰에만 나와 있으면 과장하건대, 밥도 먹고 싶지 않았고 원고도 쓰고 싶지 않았다. 젊을 때 살던 시골집 마당에도 더러 꽃나무가 있었지만, 꽃이 이렇게 예쁜 줄을 몰랐다. 다른, 젊은 욕망들이 내 주인인 것처럼 나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 살아 있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꽃만 예쁘고 풀은 예쁘지 않겠는가. 풀은 예쁘고 나무는 예쁘지 않겠는가. 온갖 짐승도 다 그렇다. 예전엔 미운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 미운 것은 잘 안 뵈고 예쁜 것만 먼저 뵌다. 얼마 전까지 미웠던 사람조차 다시 보니 예쁜 게, 참 이상하고 오묘하다.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눈물겹다. --- pp.102-103

돌아보면, 나는 평생 나 자신에 대해 썼다. 그건 사실이다. 스토리는 비록 꾸며냈을지언정 그간 써낸 수십 권의 소설 어느 한 페이지도 내가 깃들여 있지 않은 페이지는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가령 삼십대에 쓴 나의 작품들은 나의 삼십대를 어떤 의미에서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고, 사십대에 쓴 작품들 역시 내가 경험하고 사유했던 그 당시의 나에 대한 은유와 고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작품들에 깃들여 있는 나는 하나의 부스러기나 이미지, 혹은 숨긴 꿈의 파편 같은 것이어서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고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내가 깃들지 않은 작품은 없겠지만, 사실적 의미로서의 나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적인 의미로서의 나는커녕 삼사십대의 글쓰기는 오히려 사실적인 나에게서 떠나는 먼 유랑으로서의 소설 쓰기는 아니었던가, 생각하고 있다. --- p.134

창가를 서성거리는데 때 없이 입에선 노래가 나온다. 외출한 아내 모르는 나의 꿈은 그것이다. 별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꿈에 조용히 고개 들고 보라. 저기…… 저무는 하늘가에 별이 하나 환하고 정갈하게 떠 있다. 내가 당신의 그 별이 된다면 좋겠다. 그것이다, 내 남은 꿈은. --- p.141

다른 건 바라지 않겠습니다. 늘 환하게 사십시오. 봄꽃은 소월의 시에서처럼 ‘저만치’에서 황홀하게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봄꽃’과 우두커니 그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 ‘나’ 사이의 거리 따위는 그만 잊겠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이 수십 년 전의 당신인 것도 같고, 엊그제 꿈속에서 만난 당신인 것도 같고, 또는 전생의 당신인 것도 같습니다. 부드러운 안개가 흘러가지만 ‘천 년 전부터’ 거기 있었던 벚꽃 환한 그늘에 은신한 당신이 비로소 따뜻하고 넉넉하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봄날이 참 환합니다. --- p.171

외부로 열린 문을 닫으면 내면의 뜰이 넓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넓어진 내면의 뜰로 돌아가 혼자 가만히 앉아 있어 보면 누구나 악을 쓰며 달려온 지난여름의 방종과 오만과 오류와 편견도 막힘없이 볼 수 있다. 내가 밟고 선 풀 한 포기의 비명 소리도 그때 비로소 들리고 내가 버리고 온 옛 꿈이 나를 부르는 소리도 마침내 환히 들린다. 잎새를 흔들고 가는 바람 소리가 가슴에 사무치고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의 그림자가 불현듯 나를 덮칠 때, 그리하여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미처 보지 못한 내 삶의 물집들이 눈물겹게 시선 속으로 들어올 때, 바로 그런 가을이야말로, 마실 나갔던 본성이 내 영혼 속으로 되돌아와 나를 깨우는 축복의 시간이다. --- p.189

그는 ‘미워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고백하건대, 우리는 남아서 미워하지 않을 수 없고 원망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미워하는 것으로 양다리를 걸쳤던 나의 부끄러움을 감추고, 원망하는 것으로 나의 명목적인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를 지키지 못한 것은 용감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감성과 이성을 각각 딴 주머니에 넣어두고 시치미를 뚝 떼고 마는 우리의 부정직한 이중성, 혹은 과실을 핑계로 한 비겁한 삶의 전략에 그 연유가 있다. 혹시 나는, 우리는 우리 짐을 대신 짊어지게 할 ‘짐꾼’을 잃어 지금 울고 있지는 않는가. --- p.210

이 가을에―나는 당신을 잡아먹고 싶다. 이를테면 세상을, 세상의 모든 언어들을, 세상의 언어의 모든 살점들을, 피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고, 남김없이 빨아 먹고 싶다. 정말이다. 가을이 깊을수록 나의 욕망은 더욱 난폭해지고 있다. 나는 자주 쩝 하고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린다. 왜 나는 쓰고 싶은 말의 감옥으로부터, 혹은 수천의 ‘나비 떼’로부터, 혹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짐승’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가.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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