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는 '모든 것은 흐른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은 운동 가운데에 있으며 어떤 것도 영원히 존속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두번째로 내가 강물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아까와 같은 바로 그 물이 아니란 얘기지. 이미 두번째에선, 강물도 나도 처음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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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정을 생각해 볼 때 소크라테스가 마지막에는 동료 시민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시의 권력자들에게 성가시고 신경에 거슬리는 존재로 여겨졌다는 사실으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소크라테스는 '아테네는 게으른 암말과 같다. 그리고 나는 깨어 있는 의식을 위해 말의 옆구리를 찌르는 등에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소피야! 등에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니? 내게 설명할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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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상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다. 우주는 커다란 마술사의 모자에서 끄집어낸 토끼와 비교할 수 있다. 철학자들은 위대한 마술사의 눈을 보기 위해 토끼 가죽의 가는 털 중 하나를 붙잡고 위로 기어오르려고 한다. 그들의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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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우리도 모두 이러한 철학 문제에 오로지 자신의 해답을 구할 수밖에 없다..(중략)..철학자들의 진리 추구는 추리 소설과 비교할 수 있을 거다. 어떤 독자는 안데르센을 범인으로 여길 수도 있고, 또 어떤 독자는 닐센이라 엔센을 살인자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실제에서라면 아마도 경찰이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경찰이 수수께끼를 영원히 풀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수수께끼엔 늘 답이 있게 마련이다. 해답을 구하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 문제엔 단 하나뿐인 정답이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 있다. 죽은 뒤에도 일종의 삶이 있거나, 아니면 없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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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실은 우리가 자라면서 중력의 법칙에만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지. 동시에 이 세계 자체에 길들고 있는 거다. 어쩌면 우리는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세상에 대해 놀라워 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로 인해 무엇인지 근본적인 것을 상실하고 말았지. 즉 철학자들이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그 무엇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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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엄마의 침실로 살그머니 들어가 깊이 잠드신 엄마의 머리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속삭였다.
'엄만 가장 행복한 생물에 속해요. 들에 핀 백합같은 식물이 아니고 쉐레칸이나 고빈다 같은 동물도 아니고 사람이니까요. 엄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진기한 능력을 이용할 수 있어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소피야?'엄마는 평상시보다 더 빠리 깨셨다.
'엄마는 느림보 거북이 같다구요, 더 말씀드릴려고 했는데....방을 치워놨어요.철학의 철저함을 번받아 정리 정돈에 착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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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가 속이 텅 빈 모자에서 갑자기 꺼내 올린 토끼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이 세계는 참말 이해할 수 없는 거다. 토끼에 관한 한, 마술사가 우리 눈을 속였다는 것은 분명하지. 그러나 세계를 얘기하자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이 세계가 거짓과 속임수가 아님을 알고 있지. 우리가 지구 위를 이리저리 내달리며, 우리 자신이 이 세계의 일부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마술사의 모자에서 꺼내 올린 흰 토끼인 셈이지. 우리와 흰 토끼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단지 흰 토끼는 자기가 마술에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지. 이 같은 토끼와 우리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수수께끼 같은 그 무엇에 관여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 그래서 모든 것들이 어떤 연관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실히 밝혀 내고 싶은 거다.
추신:흰 토끼에 관해선 아마도 토끼를 전체 우주와 비교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구나. 이 지구에 사는 우리들은 토끼 가죽 아래 깊숙한 곳에서 우글거리는 벌레들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철학자는 가느다란 털을 붙잡고, 위대한 마법사를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마냥 위로 기어오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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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역사의 뿌리를 알도록 내가 힘써 노력하라. 그럴 때만 너는 인간이 될 것이다. 그럴 때만 너는 벌거벗은 원숭이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다. 또 그럴때만 너는 빈 공간을 둥둥 떠다니지 않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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